최근들어 어느 스포츠 종목보다 축구가 우리 생활에게 큰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뛰고 싶어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우리의 손흥민선수가 큰 활약을 펼친데 이어, 오늘 새벽엔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이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전에서 에콰도르를 꺽고 결승에 진출했다. 전반 39분, 이강인 선수의 송곳 패스를 받은 최준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문전의 에콰도르 수비수 3명이 몸을 던져서 막았음에도 최준의 논스톱 슈팅은 상대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미 대표팀은 며칠 전 8강전에서도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을 맞아 연장과 승부차기 까지 가는 혈투 끝에 승리하여 4강진출의 감격을 선사했다. 정말 한 경기 한경기가 각본 없는 드라마였고 역대급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이제는 단 한경기 결승전만 남겨놓고 있다. 필자는 결승에서 우크라이나를 꺽고 역사적인 우승을 차지하는 기분 좋은 상상과 기대를 해 본다. 한편,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도 바로 이들과 함께 최고의 선수가 되는 꿈과 희망을 갖고 올 1월, 새내기 유럽파로 카자흐스탄 프로축구리그에 진출한 한정우라는 선수가 있다. 대한민국 축구U18대표팀에도 소집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고, 체구는 작지만 스피드가 좋고 활동량이 많으며 볼 관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선수이다. 서울태생으로 초등학교 4학년에 공식적으로 축구를 시작하여 용운고, 숭실대, FC경남을 거쳐 ‘카이랏’팀에 입단했다.
올 1월, 2+1년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카자흐스탄 생활을 시작한 한정우 선수는 U20월드컵 한일전 승리와 4강 진출의 기대로 들떠 있던 8 일, 팀의 대외언론홍보팀 관계자와 함께 고려문화원을 방문했다. 문화원 문을 열고 들어서는 한 선수는 첫눈에 프로선수가 아닌 그저 평범한 유학생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 선수의 허벅지를 만져보는 순간 바지 속에 감춰진 굵고 단단한 근육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문화원에서 차를 한잔 놓고 마주 앉아 그의 알마티 생활과 카자흐스탄의 프로리그 소식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들었다. 아래는 한선수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카자흐스탄은 유럽축구리그에 속해 있기 때문에 우리와 A매치를 할 기회가 좀처럼 없어요.
그래서 한국 축구계에서는 카자흐스탄이 아직도 낯선 곳일 텐데, 카자흐스탄으로 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 “처음에는 제 에이전트가 카자흐스탄 말고 일본이나 독일쪽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에 독일과 연관된 에이전트 분이 여기(카이랏 팀) 계신 감독님을 소개시켜주면서 한번 테스트 받아보지 않겠냐고 제안해 왔었고 테스트를 본 결과가 잘 나와서 (카이랏팀에) 입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 그러면 공식적으로 카이랏팀에 입단한 것은 ?
- “정확히 계약한 날짜는 올해 1월이었고 시즌 첫 경기부터 뛰었습니다. 여기는 3월부터 11월까지가 경기시즌인데, 입단하자마자 바로 투입되었던 거죠”
- 이곳 현지에서 적응하는데 불편한 것은 없었나?
- "불편한 게 있습니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것이 제일 불편한데요, 영어권인 나라인 경우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데, 여기는 러시아어를 주로 사용하니까 저한테는 전혀 생소한 언어라서…. 그 외 음식의 경우에는 제가 가리는 것이 거의 없어서 적응에 별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매운 음식을 못 먹는게 좀 아쉽습니다.”
- 카자흐스탄 음식도 많이 입에 익었겠네요?
"전통적인 카자흐스탄 요리들을 식당에서 먹어봤는데, 양고기 샤슬릭, 비스빠르막 등이 맛있었어요”
- 카자흐스탄에는 프로팀이 몇개나 있고, 프로리그내에서 카이랏팀의 위상과 성적은?
- "12개 팀이 있고, 거기서 아스타나팀이 독보적인 팀이고 그 팀을 위협하는 팀이 바로 카이랏 팀입니다. 1, 2위를 다투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알마티를 연고지로 하는 카이랏 팀은 올해 창단 65주년이 되었고 유럽리그에서도 큰 활약을 한 전통 있는 팀입니다. 외국 선수들도 7명 정도 있는데 크로아티아, 우크라이나, 벨라루시아. 세르비아 선수 등이 뛰고 있어요"
카자흐스탄 리그에서1위를 하면 유럽챔피언스리그에 나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지고, 2위를 하면 유로파리그를 나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집니다. 그런데 바로 갈 수 있는게 아니라 주변국들과 플레이오프를 해서 이긴 팀이 나갈 수 있습니다. 저희는 작년에 2위를 해서 유로파 플레이오프에 나갈 수 있는 티켓을 받았습니다. 경기는 금, 토, 일요일에 있게 되지만 주로 토, 일에 경기를 해요. 경기 다음날엔 쉬는데 그 때 시내 한국식당에 가서 밥도 사먹기도 해요. 그리곤 월요일부터 매일 운동을 합니다.”
- 한정우선수의 경력에는 FC경남에 입단한 걸로 나와 있던데 입단하자 마자 바로 카이랏팀으로 왔나요?
- "네. 바로 왔습니다."
- 축구는 언제 부터 하게 되었나?
- "언제부터 라고… 딱히 말할 수 없는데, 정확하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였는데,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조기 축구를 따라다니면서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한정우 선수는 스피드가 좋고 볼 관리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하면서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를 하던데….. 본인의 축구스타일을 평가하고 스스로 장단점을 얘기해 본다면?
- "제가 볼 때 장점은 평소에는 키가 작은게 단점인데 운동장에 들어가면 남들보다 반응을 좀 더 빨리 할 수 있는 장점이 되요. 또한 무게중심이 낮다 보니까 드리블이나 볼 관리에 있어서는 남들보다 훨씬 더 장점을 발휘할 수 있어요. 단점은 신체조건이 조금 작다보니까 상대가 얕볼수도 있기 때문에 제가 자신감이 부족하고 파워가 떨어져요. 언론에서는 저를 빠르다고 하는데, 키가 작아서 빨라 보이는 거고 그렇게 빠르지는 않거든요.”
- 자신감을 키우면 되고 파워도 훈련을 통해서 키울 수 있는 거죠? 여기 카이랏팀에서도 시즌중이지만 계속 훈련하고 운동하는 거죠? 뭐 특별히 하는 개인운동이 있어요?
- "제 장점은 드리블이다 보니까 그 감각을 잊지 않을려고 항상 혼자 나가서도 드리블 훈련을 하고 파워가 부족하니까 (파워를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합니다. 카이랏팀은 웨이트트레이닝 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 카이랏에서 포지션은?
- "사이드 윙이나 중앙 미드필드를 보고 있습니다 "
- 손흥민 선수와 포지션이 거의 비슷하네요. 선수생활하면서 슬럼프는 없었나?
- "많지 않았지만 있었어요. 지금도 슬럼프입니다. 의사소통이라는 장벽이(있어요)… 겪어보기 전까지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겪어보니까 (힘들어요) 제가 원래 이런 성격이 아니고 엄청 활발하고 장난기가 엄청 많고 한데, 여기서는 말이 안통하니까 장난을 치고 싶어도 칠 수가 없고 문화도 다르다보니까 한국문화가 맞는 건지 혼자 생각하게 되고…… 선듯 다가가기가 힘들어요. 이런 것들이 아무래도 운동장에서 경기할 때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생활패턴이 달라지니까 운동장에서도 호흡이…. (잘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약간 슬럼프인 것 같아요. 조금씩 적응하다가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 스트레스나 슬럼프를 푸는 방법은?
- “ 우선 축구생각을 안해요. 축구생각이 날 수 밖에 없는데 최대한 축구생각을 적게 할려고 합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도 축구말고 다른 것들을 생각하라고 하세요. 독서를 하던, 게임을 하던 다른쪽으로 (생각을) 분산시켜라고 말하십니다.”
-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하면 슬럼프에서 빨리 탈출할 것 같은데….. 왜냐하면, 우리와 카자흐사람들은 정서적이나 문화적으로 공통점이 많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한선수의 앞으로의 목표 와 다짐은 ?
- "여기 온 이유가 바로 카자흐스탄 리그가 유럽리그에 속했다는 것이었어요. 여기서 선수생활을 하면서 좀 더 크게 볼 수 있고 더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눈에 띄어서 독일이나 유럽으로 나갈 수 있는게 제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충분히 가능하리라 봅니다. 피지컬이 좋은 러시아계선수들과 동유럽 선수들이 많이 활동하는 여기서 선수생활을 하다보면 한 선수의 그런 목표를 좀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것 같군요.
- "네. 한국에서는 카자흐스탄축구를 수준 낮게 보는데, 실제로 딱 부딪혀 보면 K리그보다 수준이 더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외국선수들이 많고 배울 점이 많아요. "
- 맞아요. 독일 분데스리가 나 영국 EPL에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써 카자흐스탄 무대는 의미가 있다고 봐요. 심리적으로도 독일이나 영국리그로 바로 가는 것 보다 여기서 충분히 경험하고 자신감을 가지고 그쪽으로 간다면 바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존경하는 선수가 있다면?
- "메시 가 저의 롤 모델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계속 메시의 플레이만 봤어요. 저와 같은 왼발잡이이고 키도 같이 작잖아요. 그래서 안좋은 것도 보고 배웠는데…. 그래도 저한테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선수에요. 한국선수중에는 박주영 선수인데 제가 어릴 때 상암동 경기장 바로 옆에 살았거든요. 자연히 FC서울 팬이었고 어린 저에게 FC서울의 박주영선수와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어요. 마침 그 경기에서 박주영선수는 너무 잘 했고 그게 제게 강한 인상을 남겼나 봐요. 그때 제가 집에 와서 어머니에게 손을 씻지 않겠다고 했다고 해요”
- 손흥민 선수를 평가해 본다면?
- "진짜 대단한 선수입니다. 한국에서 오히려 저평가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유럽에서는 손흥민이 정말 좋은 선수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뭐 그 정도냐고 하면서 우리 스스로가 그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제가 유럽리그에 나와 있다보니까 더 대단해 보이고,,,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독일에 가 있어서 적응 같은 건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말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인 것 같습니다.
- 손흥민 선수의 단점을 하나 지적해 준다면?
- "전혀 없는 것 같습니다"
- U20 월드컵 16강전에서 일본을 꺽었는데 봤나요?
- "보고 싶었는데 못 봤어요. 숙소에 테레비가 없고 와이파이가 안되어서 컴퓨터로도 못봤어요.
- 이번에 소집된 U20월드컵팀 선수들 중에 아는 선수가 있나요?
- “네 초등학교때부터 친구인 영욱이(세네갈과 8강전 연장 전반 6분 이강인(발렌시아)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넣은 우리 팀의 맏형 조영욱 선수)와 태연이(U20월드컵팀의 주장)을 잘 알아요”
- 알마티의 첫인상?
- "매연이 많아서 그런지 공기가 좀 안좋더라구요. 교통체증이 심한 것 빼고는 다 좋습니다"
- 한국보다 좋은 게 있다면?
- "아직까지 한국보다 좋은 건 잘 모르겠어요. 한국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봐요.”
- 지금 해외생활은 처음이죠?
- “아닙니다. 초등학교때 중국에 1년동안 있긴 했어요. 유상철 축구교실에 다닐 때였는데, 그때는 한국분들만 모아놓고 하는 거라서 외국이라는 생각이 안들었어요.”
- 가족은 ? "2녀 1남 의 막내이구요. 부모님이 지난 겨울에 알마티를 한번 다녀가셨습니다. 침불락에도 갔었는데 여기서 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 적응을 했다고 하지만 제일 먹고 싶은 한국음식은 ? "내장탕, 매운 내장탕을 먹고 싶고, 순대국도 먹고 싶습니다
[한정우 프로필]
ㆍ생년월일 : 1998년 12월 26일
ㆍ포지션 : FW
ㆍ신체조건 : 169cm / 69kg
ㆍ학력 : 용운고 – 숭실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