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의 안정화와 평화체제의 구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남북의 지도자가 만나고 심지어 북미 지도자가 만났지만 명쾌한 결과는 아직 도출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의 평화적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남북한 사람들의 만남이 무조건으로 필요하다고 필자는 강조한 바 있다. 현재까지 이러한 만남은 점진적이지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스포츠와 문화예술 방면에서 더욱 더 그러하다. 현재의 분위기로 볼 때 이러한 만남의 범위는 군사 및 정치 그리고 경제 부문에 이르기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 당사자들의 만남과 그 의의에 대해 고찰해 볼 것이다.이미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은 스포츠 부문에서 협력적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구축의 토대를 확인시켜주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진행된 현재 남북한은 분명히 평화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먼저 한국에서는 북한과의 학술교류를 신청하려는 움직임과 학문적 연구 그리고 문화예술 교류 신청을 위한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북한에서는 스포츠 교류에 대한 의지가 강하며 북한지역의 경제개발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요청하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의 분명한 변화에 속한다.지난 7월 4일부터 5일까지
평양의 류경 정주영 체육관에서는 남북한 농구팀의 친선 경기가 열렸다. 남한 선수단은 북한의 초청으로 공군 수송기를 타고 서해 항로를 통해 평양에 입국했는데 이 또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때 남한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불과 이틀간의 여정이었지만 남북 스포츠의 친선 교류는 양쪽 모두를 서로 이해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가을에는 서울에서 상호 친선 경기가 열린다고 하니 남과 북은 더 가까운 사이로 되고 있는 것이다.곧 있을 8월 인도네시아 아시안 게임에서 남북한 대표단은 개폐회식 공동입장과 일부 종목(여자 농구, 조정, 카누)에 단일팀을 구성하여 출전하기로 했다. 국제 경기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남북화해를 상징한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현재 북한팀 일부가 서울로 와서 남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고 하니 좋은 경기 결과도 기대할 수 있다.
스포츠 교류는 이와 같이 비정치적인 분야이면서 가장 실행하기 쉬운 분야에 속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이념의 차이나 제도의 차이가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 건전한 스포츠 정신만이 필요하다. 통역도 필요 없으니 상호간의 의사소통 문제도 없고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으니 팀 내부의 갈등 또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남북 스포츠 교류는 향후 가장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설에 의하면 축구보다 농구 경기가 우선적으로 시행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특별히 선호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경기 당시에는 김 위원장은 다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축구 경기가 향후 서울과 평양 두 도시에서 번갈아 개최될 가능성이 있는데 과거 ‘경평(서울-평양) 축구’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스포츠 교류와 함께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바로 문화예술 교류이다. 이미 평창 올림픽 직전 북한 예술단은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한 바 있다. 그리고 3월 31일부터 4월 3일까지 한국측 예술단이 태권도 시범단과 함께 평양에서 공연했다. 예술공연의 경우 아직까지 북한측의 이념적 성향이 강하게 남아 있어서 항상 한국측의 불만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이러한 점은 점차적으로 상호 이해가 필요하고 시간을 좀 더 요구는 부분이기도 하다. 남북한 분단의 현실이 문화적으로 극명히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필자의 견해는 이렇다. 바로 가장 가치중립적이고 순수한 예술로 승화되어야 할 공연이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개입하면 더 예술이 아니라 체제선전의 도구가 되어 버린다는 사실이다. 이것을 통하여 그 국가의 성격을 파악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현재 북한 예술의 현실과 함께 체제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국측 시각에서 볼 때 이념이 가미된 예술은 이미 순수성을 상실한 것으로 조롱의 대상이 된다는 것도 북한에서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남북의 평화모드 전환을 위한 노력에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스포츠와 예술 교류 외에 한국에서는 남북한 교류 증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먼저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곧 8월 말에는 적은 인원이지만 과거에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는 2015년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남북평화의 궁극적 목표 중에 하나가 남북한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와 만남에 있다고 할 때 최소한 이산가족의 상봉은 먼저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인도주의적 사업이다. 여기에 이념이 개입되어서는 안된다. 당사자들은 이미 고령에 속하고 기억도 희미해져가는 세대이다. 그들의 고통은 실로 형언할 수 없다. 최소한 정치와 경제 면에서 답보적인 상태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만큼은 최대한의 인원으로 확충되고 모두가 만족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달성되어야 한다.
만남의 장소는 개성이 되든 판문점이 되든 아니면 동해안의 한 지점이 되든 상관이 없고, 심지어 서울에서도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면 더 좋은 일이다. 이것은 재차 강조하지만 순수한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행해져야 할 최우선 사업으로 남북한이 노력해야 한다.이미 보도가 되었지만 한국전쟁때 사망한 미군의 유해가 발굴되어 미국으로 보내어지고 있다. 미국은 자국을 위해 희생한 자국 군인들에 대한 매우 높은 존경과 예우를 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에 걸맞게 지난 싱가폴 북미정상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발굴 사업을 희망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동의했다. 그 결과 지금 유해발굴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어떤 면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북미간 교섭이었지만 지금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한국도 DMZ 일대를 중심으로 있을 가능성이 농후한 한국군 유해발굴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남북한 화해무드가 있지 않고서는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학술적인 차원에서도 한국정부는 북한 개성에 있는 고려시대 문화유적지를 공동으로 발굴하고 디지털화 작업을 하려고 한다. 한 대학교 학생들은 북한 학생들과의 학술세미나를 기획하고 있고 한국의 지방 한 도시에서는 북한에 수학여행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철저히 비정치적인 부문이기 때문에 별다른 사항이 없으면 시행되는데 어려움이 없다.
다만 갑작스럽게 많은 교류 신청이 한꺼번에 쏟아질 때 있을 지도 모르는 부작용에 양쪽 당국은 긴장을 하게 될 것이다. 현재 남북 평화구축의 길은 먼 여정의 모습이다. ‘종전 선언’을 위해 북한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되고 있다. ‘종전 선언’은 정치적이며 군사적인 분야로서 많은 변수가 따르고 주변 국가의 이해 관계도 반영된다. 그러나 비정치적인 교류와 접촉 그리고 실질적인 남북한 사람들의 만남은 그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남을 통해야 빠른 이해가 실현되기 때문이다.
황 영 삼
주요 경력/학력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 통일문화연구원 연구실장
-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교 한국학과 파견교수 (2005-6)
-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국제관계학과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