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토록 노력할 터…..
한국어 열기, 한류 확산 위해 교육원 노후시설정비에도 나설 것
인터뷰를 위해 교육원을 방문한 21일(금)은 2019년 봄학기 한국어강좌 수강신청일이었다. 이를 알지 못한 채 교육원 본관 2층 원장실로 올라갔다.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쳐놓자 우리를 안내하던 여직원은 오늘이 내년 봄 학기 한국어수강신청을 받는 날이라서 눈코뜰새도 없이 바쁘다면서 양해를 구해왔다. 그때야 비로소 교육원 정문을 들어서면서 봤던 풍경이 이해가 되었다. 많은 학생들이 교육원 마당을 가로질러 실내체육관쪽으로 총총걸음으로 바삐 들어가는 모습은 바로 수강신청을 하러 가는 풍경이었던 것이다.
남현우 교육원장과 마주 앉자 한국어 수강신청자 수가 많고 그 열기를 뜨거운 이유가 뭔지를 묻는 질문을 인사말 삼아 인터뷰를 시작했다.
남원장은 “올해 알마티한국교육원에서 공부한 학생이 2775명입니다. 이 숫자는 봄학기와 가을학기 수강생을 모두 합친 숫자인데, 올해 봄학기에는 1294명이, 가을학기에는 1481명이 수강을 했습니다. 오늘 신청을 받는 것은 2019년 봄학기 강좌를 위한 것인데, 아마도 올 해보다 신청자 숫자가 더 많을 것 같습니다”면서 “이곳의 한국어 열기가 이렇게 뜨거운 것에 새삼 놀라고 있습니다. ”고 말했다.
올 2월에 부임한 남원장은 파라과이에서 해외근무를 경험한 적이 있지만 대부분은 교육부와 서울교육청 그리고 모 중학교의 교감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카자흐스탄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부임 전에 지인을 통해 카자흐스탄과 알마티에 대해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부임 후 현지적응과 업무수행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2019년도에는 새로이 한국사 능력시험이 실시될 예정인데 관련부서와 시험 시기를 놓고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그 시기는 아마도 6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또한 교육원의 고유한 기능외에도 현지의 영재학교(NIS)에서도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 만큼 2019년도 부터는 우수한 한국어 교사를 국내에서 선발해서 파견함으로써 그 효과를 배가시킬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원장은 많은 동포들의 요구사항들을 다 들어주지 못하는 부분이 제일 아쉽다면서 특히 교실의 부족문제, 강당과 대회의실 등 공간사용문제, 노후 시설 보강문제 등은 최대한 노력해서 개선시킴으로써 동포들이 교육원의 프로그램과 시설물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하는 남원장과의 일문일답.
ㅇ. 카자흐스탄에 대한 첫인상은?
“좋습니다. 제가 알마티에 처음 왔을 때가 오늘 같은 날이었어요. 제가 2월에 왔는데 오늘처럼 눈이 쌓여 있었죠. 뾰쪽한 침엽수 나무에 눈이 쌓여있는 걸 보니 말로 만 듣던 겨울 왕국에 왔구나하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ㅇ. 여기를 스위스 같다고 하시는 한국분들이 종종 계시죠
"네.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라고 하더라구요. 주변 자연환경은 정말 아름답고 좋습니다. 특히, 시내에서 30분만 가면 눈덮힌 침불락스키장이 있잖아요. 한국에서는 2~3시간을 가야지만 스키장에 도착할 수가 있었어요. 정말 이런 도시는 흔치 않아요. 그러나 다른 건 다 좋은데 딱 하나 안좋은 것이 있어요. 바로 시내 공기가 안좋아요. 차량에서 내뿜는 매연이 많아서 그런 것 같아요”
ㅇ. 네. 알마티라는 도시가 아스타나와는 달리 큰 산에 막혀있어서 도시의 매연이 잘 빠지질 않습니다. 며칠 전에 고려극장에서 가수를 했던 분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에게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제일 아름다운 도시는 어디였나고 물어보니까 알마티가 가장 아름다운 도시였다고 대답하더군요. 알마티 시내 가로수 옆을 따라 흐르는 도랑 물을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했다고 해요. 그땐 지금처럼 자동차도 많지 않았고, 또 전기버스와 전차 등 친환경적인 대중교통수단의 주를 이루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닌 게, 제가 알마티에 처음 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수로를 따라 사과가 떠내려오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어요. 도로옆 수로를 따라서 내려오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그보다 더한 것은 가끔씩 사과가 떠내려오는데 당시 알마티시민들은 아무도 그 사과를 줍지 않는 것이에요. 그 장면이 얼마나 인상 깊은지…. 제가 알마티에 정착을 하기로 마음 먹은 데에는 그 장면을 통해서 이 도시가 너무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은 것이 큰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소련의 해체 직후가 이러할 진대 소련시절에는 이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죠.
"네, 그때는 차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제가 봤을 때는 여긴 관광자원이 많은 것 같아요.”
ㅇ. 정리하면, 카자흐스탄과 알마티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으셨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음식이나 식문화는 어떻게 느끼셨어요?
“ 음식이 제 입에 잘 맞았는데, 한국과 비슷하다고 생각됩니다. 국수도 있고 어지간한 양념도 다 있더라구요. 고기도 싸고 빵도 싸고 맛있어요. 저는 한국에서는 양고기 안먹었고, 여기와서 처음 먹었보았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말고기도 먹어보았어요. 여기 음식문화가 제 입에는 다 맞더라구요. 아마도 고려인분들이 정착해 살고 계셔서 그런지 우리와 먹는 게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
ㅇ. 이제부턴 업무적인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하겠습니다. 교육원의 기존 사업이나 기능외에 내년에 새롭게 추진되는 사업이 있는지? 또는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요?
“교육원의 기본기능외에도 한국유학박람회를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교육원이 주관이 되어 개최할 계획입니다. 다만, 내년에는 현지의 학생들이 좀 더 많이 참가하는 효과적인 유학박람회가 되기 위해서 카자흐스탄의 국비유학생 프로그램인 ‘볼라샥’주관 기관과 함께 실시하는 것을 협의중에 있습니다. 최근 들어, 한국대학으로 유학을 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한국유학과 대학에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입니다.
얼마전, 교육원은 처음으로 볼라샥측과 접촉을 하였고, 지난 11월에 볼라샥 주최 교육 컨퍼런스 참가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일정이 있어서 많은 한국의 교육기관들이 참가를 하지는 못하고 카이스트와 유니스트만이 참가를 했는데, 이때 교육컨퍼런스에 가 보니까 중국의 대학들이 많이 참석을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거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의 교육기관들이더군요.
그리고, 내년엔 우리역사에 대한 지식을 측정하는 한국사능력시험을 이곳 알마티에서 실시할 계획입니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시험이 내년엔 카자흐스탄에서 실시될 예정인데, 현재 시기를 놓고 협의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아마도 내년 6월쯤에 실시될 것 같습니다. 이 시험은 한국어와 러시아어 중 선택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동포들외에도 한국과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세째로, 현지의 대표적인 과학영재학교인 NIS학교(나자르바예프 쉬꼴라)에 한국어교사를 파견할 예정입니다. 일단 내년 초에 2명이 오는데 그 효과를 봐서 잘 되면 더 많이 파견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ㅇ. 교육원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강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리는데, 현지의 정규 학교에서 한국어 수업이 진행된다는 것은 정말 기쁜 소식입니다. 현재 교육원에서 진행되는 한국어 강좌수는 모두 몇개입니까?
“ 총 57개 강좌입니다. 현재 교육원이 가지고 있는 총 15개 교실에서 이 강좌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야간 강좌가 인기가 있는데요, 학교수업이나 직장을 마치고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ㅇ. 네,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어 열기를 높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원인은 무엇보다도 한류가 첫번째인 것 같고, 두번째는 한국에 가서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서 한국어 열기가 더 뜨거운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한국으로 대학을 진학하고 싶어하는 현지 학생들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들이 중앙아시아의 한국어 열기를 확산시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열기가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운 후 한국기업으로 취업하는 것과 연계가 된다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포기업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되어 집니다.”
ㅇ. 현재 교육원 한국어수강생 중 고려인 학생의 비율은 어느정도 인가요?
“올해 수강신청을 한 학생수는 봄학기와 가을학기 모두 함해서 총 2775명입니다. 이중에서 고려인들은 25%~30% 정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비율은 예전에 비해 그 비중이 많이 늘어 난 것입니다. “
ㅇ. 여긴 독립유공자 후손회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동휘, 최재형, 민긍호, 황운정, 계봉우 등 많은 항일 독립투사들의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만약 그 후손들 중에서 한국유학을 희망하는 자가 있을 때 이를 지원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특별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이 후손들도 일단 실력이 되어야 갈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교육원보다는 재외동포재단이나 보훈처와 협의를 해야 될 것 같고요, 비록, 독립유공자후손이라고 할 지라도 정해진 규정에 따른 실력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특별한 배려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초청장학생을 선발할 때 현지학생과 고려인 동포학생간의 비율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정 비율만큼은 고려인동포를 뽑습니다.”
ㅇ. 그렇군요. 일전에 한국유학을 희망하는 모 독립유공자 후손이 자신의 계획이 좌절되자 무척 서운해 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최근 한국정부가 예전보다 이런 분들에게 대해 더 관심을 갖기 때문에 점점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ㅇ. 부임하신지도 벌써 1년이 가까워져 오는데 일하시면서 느낀 소감이 있으시다면 한마디 해주시죠 ?
"동포들이 원하신 것은 많은데 그걸 교육원에서 다 충족시켜 드릴 수 없어서 그게 제일 아쉽고요, 시설물도 오래되어서 빌려달라고 할 때 마다 다 해주지 못했었습니다. 교실도 더 쓰고 싶다는데 부족해서 못해드리니까 안타깝습니다. 강의실의 경우 현재 쓸 수 있는 교실은 모두 합쳐서 15개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ㅇ. 그래서 도서관도 교실로 활용하고 계시죠?
“네, 고려한글학교의 한 학년이 그곳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부임해서 보니까 우리 도서관에 책이 많은데 비해, 이용객이 적더라구요. 서울시 교육청이나 인문사회과학원 등에서 새 책들을 많이 보내줘서 좋은 책이 많은데 이를 활성화시켜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주말에도 도서관을 개방하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문을 열어두면 사람들이 많이 올까 해서 직원을 배치켜서 활성화를 시도해보았는데, 사실 큰 효과를 못봤어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다시 예년과 같이 주말에는 도서관 개방을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ㅇ. 신문의 문예면을 꾸미는데 한국의 전통속담이나 문학에 관한 책이 필요합니다. 시간될 때 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이 있는지 보고 대출해 가겠습니다. 책을 빌려갈 때는 혹시 도서 대출증 같은 것이 필요합니까?
“별도의 도서 대출증은 필요없구요, 이름을 적으시고 책을 대출하시면 됩니다”
ㅇ. 알마티교육원은 세계에서 가장 클 뿐 아니라 종합교육원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실내체육관과 대강당까지 구비하고 있어서 동포사회가 다양한 행사를 치루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강당의 조명이 너무 어둡다는 지적이 있는데, 혹시 노후된 시설물에 대한 정비계획은 없으신지요?
“올해 부임 후 음향 업체를 불러서 손을 봐서 한차례 고쳐놓았습니다. 조명은 일단 불이 안들어오는 것도 있고, 조절이 안되는 것이 있어서 업체를 오라고 해 놓은 상태이구요. 지난번 강원도의 날 행사 때 스피커와 믹서기 등 음향 장비가 많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순국선열의 날 행사 직전까지 음향장비 수리를 완료했습니다. 조명의 경우, 현재 천장에 달려 있는 조명을 다 쓸 수 있도록 점검할 예정입니다.
ㅇ. 교육원장님이 공직생활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혹시 좌우명이 있으시다면?
"심사숙고 하자" 입니다. 교육부에 있을 때도 그렇지만 교육정책이 한번 만들어지면 엄청 많은 사람이 그것에 따라가야 하기때문인데요, 여기와서도 교육원장으로서 일할 때도 늘 고민을 많이 합니다. 가장 만족스러운 효과가 날 수 있게끔 일하기 위해서죠. 흔히 한국사람은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데 저는 ‘천천히’, ‘확실히’를 더 선호합니다.
ㅇ. 원장님은 어떤 취미를 즐기시는지?
“당구, 탁구, 골프, 스키 등 두루 좋아합니다. 아주 수준급으로 잘 하지는 못하지만 다 한번씩 해봤고 또 평소 즐기는 편입니다. 이중에서 당구를 제일 좋아합니다. 당구는 대학다닐 때는 안좋아했고 결혼하면서 배웠는데 재밌더라구요. 요즘 한국은 다시 시니어당구가 유행인 것 아시죠? 예전 향수에 젖어서 다시 당구를 찾고 있답니다.
ㅇ. 알마티 당구장은 가보셨어요?
“네. 명가 당구장에 가봤는데, 한국보다 2배 정도 비싸더군요. 여기 스키장에도 두번 가봤어요. 침불락 한번 악불락스키장 한번 가봤는데, 이렇게 도시에 가까운 곳에 좋은 스키장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대
통령 공원도 즐겨 찾는 곳인데, 참 좋고 빅알마티 호수는 여러번 가봤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ㅇ. 끝으로 동포사회에 연말 인사나 덕담 한마디를 해주시죠…
" 올해는 경기가 많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내년에는 확 살아나서 활기차게 지낼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강한 내년을 지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ㅇ.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 김상욱, 남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