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르바예프 영재학교(NIS, Nazarbayev Intellectual School) 졸업생인 탈디코르간 출신의 산자르 투르간벡(Санжар Турганбек) 군은 현재 세계 최상위 이공계 대학교들 중 한 곳인 한국과학기술원(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 Technology, 이하 KAIST)에 재학 중이다. 이곳에서 컴퓨터과학·공학 및 산업공학을 전공으로 삼아 학업에 매진해온 지도 어느덧 2년차에 접어든 산자르 군이 대학 진학을 위해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그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꼈던 문화적 특성, 카자흐스탄 사람들과 한국인들 간의 비슷한 점, 대학생활의 이모저모와 향후 진로 계획 등에 대해 들려주었다. 본 글은 카자흐스탄 매체 Tengrinews, Weproject, Adyrna 등에 게재되었던 기사 및 정보를 발췌 및 취합한 내용이다.
올해 19세인 산자르 투르간벡 군은 지난 2023년 탈디코르간 소재 나자르바예프 영재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의 KAIST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큰 관심을 가져왔던 혁신기술 및 컴퓨터과학을 깊이 있게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 그는 현재 KAIST에서 컴퓨터과학·공학 및 산업공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이미 학창시절부터 컴퓨터과학·공학 분야에서 남다른 두각을 나타내며 여러 정보 올림피아드 및 경시대회들에 참가해 다양한 수상경력을 쌓아왔던 산자르 군은 고학년 무렵부터는 응용수학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자연스레 이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공학을 또 다른 전공으로 삼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특히 학창시절 국제 자티코프 올림피아드(International Zhautykov Olympiad)를 비롯한 여러 정보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입상한 바 있으며, 본격적으로 응용수학을 공부하기 시작한 후인 2022년에는 나자르바예프 영재학교에서 진행한 엄격한 선발 과정을 통해 미국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가 전세계 수학·과학 영재들을 대상으로 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하계 학습캠프인 ‘Research Science Institute’에 참가하는 등 매우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여왔다.
KAIST 입학 과정과 한국 생활 적응기
산자르 군은 “KAIST 입학 과정은 상당히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서 “일반적인 원서를 제출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4-5편에 달하는 에세이를 써내야 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KAIST에는 근래 들어 점점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점이 KAIST가 세계 각지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요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KAIST에서 제공하는 지식과 경험을 가능한 한 최대치로 얻고자 이곳에 진학하기로 결심했다”는 산자르 군은 “그뿐 아니라 KAIST에서 공부하며 전세계 각지에서 온 다양한 국적의 학우들과도 친분을 쌓고 싶은 소망이 있었다”면서 KAIST 진학 동기에 대해 밝혔다.
“KAIST에서의 학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기에 국제 학생들에게 있어 특히 학습 접근성이 좋다”고 말하는 산자르 군은 그러나 “캠퍼스 밖에서는 영어가 통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한국에서 학업 외적인 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대학교 영역 밖으로 나가면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생활하며 이곳의 문화와 전통 등에 대해 알아가기 위해서는 꼭 한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해요. 개인적으로 아직까지는 외국인 학우들과 더 많이 교류를 하고 있고요”.
그가 말하는 한국만의 문화적 특성 중 카자흐 문화와 비슷한 점은 바로 ‘연장자에 대한 존경 및 공경’이다. 예를 들어 인사를 할 때 연장자에게 고개와 허리를 숙이는 것이 기본 예절로 통하는 점만 보아도 한국 사회에서 또한 카자흐스탄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중시하는 서열 문화가 자리 잡혀 있음을 잘 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 생활 적응기와 KAIST에서의 본격적인 학업과정과 관련해 산자르 군은 먼저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다. 특히 집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가장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곧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게 되었다는 그는 학업상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KAIST에서의 학업 난이도는 교수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한다. 어떤 교수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시험에 큰 중요성을 두어 그에 따른 점수가 무려 최종 성적의 80%에 달하도록 정해놓고 있는가 하면 다른 교수진의 과목들에서는 조별과제나 학생의 창의력 등이 더 큰 평가 대상으로 고려되는 반면 시험의 비중은 최종 성적의 40%대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는 것.
그는 또 “KAIST 재학생들에게는 과목 선택에 있어 높은 자유도가 주어진다”고 밝히며 “학기별로 4개에서 8개까지의 과목을 선택할 수 있고, 간혹 그보다 많은 과목 이수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중요한 점은 정원 제한이 있으므로 원하는 과목의 수강 신청은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
“저는 지금 2학년 과정의 중반부 즈음에 와있어요. 학업을 마치려면 아마도 2년 반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돼요. ‘아마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학생 스스로가 학업 일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졸업 시기가 대학생활의 보편적 기간인 4년보다 앞당겨질 수도, 더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산자르 군은 자신 겪는 학업상의 가장 큰 어려움은 높은 강도로 진행되는 학습진도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는 특히 “대부분의 KAIST 재학생들은 사실상 학업 외에 개인적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의 전부를 공부에 할애할 정도로 학습량이 많다”고 말하며 “이곳에서 처음 학업을 시작했을 때 바로 이러한 점이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학기말 각 학생의 성적이 다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의 비교를 거쳐 최종적으로 매겨지는 시스템 또한 학업 과정에서 또다른 중압감으로 작용한다”고 말하면서도 “바로 이러한 경험 덕분에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과 지식 습득과 관련하여 스스로에게 맞는 접근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며 치열한 학습 환경의 순작용에 대해 시사하기도 했다.
타국 생활 시엔 무엇보다 현지어를 배우고 구사할 줄 알아야… 현지 문화·전통에 예의를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아
한편 산자르 군은 “학업 외적인 생활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어를 잘 배워야겠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면서 한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KAIST에서의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졌을 무렵, 하루는 외국인 학우들과 모여 캠퍼스 내에 있는 매점 근처에서 파인애플을 나눠 먹기로 했다는 산자르 군. 그런데 자신을 포함한 학생들 중 누구도 파인애플을 손질하는 법을 몰라 우왕자왕하던 차에 그 모습을 본 한 현지 어르신이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에 산자르 군은 그 분께 감사의 표시로 답례를 하려다 그만 부끄러운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는데…
“마침 매점 안에 계시던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한 한국 아주머니께서 저희가 파인애플을 놓고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시고는 다가와서 대신 잘라 주셨어요. 저와 제 친구들은 그분께 고마움의 표시로 함께 파인애플을 나눠먹자고 말씀드리려 했죠. 친구들과 어떻게 이 어르신께 한국어로 적절한 예의를 갖추어 표현을 해야 할지 우물쭈물 고민을 하던 중 생각다 못한 제가 입을 떼었는데, 그만 손아래 사람이 한참 연장자인 상대에게 쓰면 몹시 결례가 되는 표현인 “여기 먹어요!”라고 말해버렸어요”.
이 경험은 산자르 군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되었으며, 무엇보다 “현지 문화·전통에 대해 갖추어야 할 예의, 그리고 ‘문화적 감수성’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된 값진 수업이 되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기숙사 및 주변시설, 그리고 생활비에 관해
산자르 군은 KAIST 재학생들의 대부분이 그렇듯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한달에 드는 기숙사비는 약 11만원. 생활관 내에는 안전 규정상 금지된 취사 관련 시설을 제외하고는 학생들을 위한 모든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식사는 캠퍼스 내에 들어서 있는 여러 식당과 카페들에서 해결할 수 있으며, 그 수가 10곳 이상에 달해 각자의 식성과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좋다고 한다. 가격 또한 카자흐스탄 돈 2천~2천 5백 텡게 수준인 6천원에서 7원대 사이에 형성되어 있어 학생들에게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 산자르 군의 의견이다.
산자르 군이 매달 지출하는 생활비는 기숙사 이용료로 납부하는 금액을 제하고 약 60~70만원(20만~25만 텡게) 수준이다. 그는 장학금과 가족·친척들로부터 용돈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이러한 수입만으로는 물가가 높은 한국에서 생활하기에 부족한 실정이라고 하면서 KAIST 재학생들 중 많은 고학년 학생들은 용돈벌이 겸 전공관련 경험 축적을 목적으로 국내 여러 스타트업에 들어가 업무와 학업을 병행한다고 한다.
교내 연구실 및 연계 스타트업 인턴 참여로 경험도 쌓고 미래 커리어 계획도 세우고
산자르 군의 말에 따르면 KAIST는 재학생들에게 각자의 전공분야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학생들은 직접 교수진과 면담을 통해 희망하는 연구실에서의 인턴활동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 밖에 ‘Undergraduate Research Internship’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 개개인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외에도 고학년 재학생들의 경우 KAIST와 연계되어 있는 한국 내 여러 스타트업들에서 인턴십을 거칠 수 있다.
“KAIST에서는 학생들이 관심분야를 정해 개별적인 연구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Undergraduate Research Internship’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어요. 또 상급생들은 국내 여러 스타트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수 있고요. 이 경우 급여는 업체 측이 아닌 KAIST가 지급하고 있죠”.
졸업 후 진로 계획
산자르 군은 KAIST에서 학업을 마친 외국 학생들의 대다수는 한국에 남아 주로 현지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들에 입사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에 취직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어를 잘 구사할 수 있어야 하지만, 한국 내 외국 업체들의 경우 한국어 구사 능력이 입사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개인적으로 KAIST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을 할지, 바로 취직을 할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고 한다. 현재로서 산자르 군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우선 학업에 충실히 임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학부과정을 마치는 것이다. 앞으로도 전도유망한 컴퓨터 공학도로서 무궁무진한 배움과 성장의 길을 따라 정진해 나가겠다는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한 그는 다만 한가지 계획만큼은 이미 가슴 한 켠에 굳건히 새겨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언젠가 때가 되면 반드시 카자흐스탄으로 돌아와 그동안 해외에서 자신이 얻은 값진 경험과 지식을 고국의 동포들과 나누리라는 다짐이다.
사진: 산자르 투르간벡 군 개인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