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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자살률, 여성 대비 5배 많아’… 적신호 켜진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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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자살률, 여성 대비 5배 많아’… 적신호 켜진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정신건강
      ‘남성 자살률, 여성 대비 5배 많아’… 적신호 켜진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정신건강
      26.02.2026
      공황장애·우울증 앓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

      본 글은 이전 호에서 <사회 분위기상 ‘힘들다’ 표현 못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카자흐스탄의 남성들>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기사의 속편이다.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를 말하다

      이전 편에서 다루었듯, 정신건강·심리상담 전문가들은 오늘날 우울장애·공황장애 등 정신적 위기에 처한 카자흐스탄의 남성들 중 치료나 도움을 받기 위해 전문가들을 찾는 비율이 매우 낮고, 설령 찾아오더라도 그 시기가 너무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이처럼 아직도 ‘의사나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은 곧 본인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에 선뜻 병원과 상담실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제시할만한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남성들을 위해 대안 심리치료 목적으로 조직되어 활발히 활동 중에 있는 자조모임들에 대해 살펴본다.

      동성간 소통과 피드백을 남성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지렛대로



      남성 자조모임 ‘뿌치 무쉰늬(Путь Мужчины, 남자의 길)’를 운영하는 자기계발 코치 아이든 두이세갈리예프(Айдын Дуйсегалиев) 씨는 다른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근래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자살률이 고립감과 외로움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특히 남자들은 각자의 삶에서 산더미처럼 누적된 문제들 앞에서 위기감을 느낄 때, 주변에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만한 존재가 없음에 절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그는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한 남자들의 심정을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배 밖으로 내버려진 느낌’에 빗대어 설명한다. 두이세갈리예프 코치는 이처럼 현대 카자흐스탄 남성들이 겪는 정신적 위기가 “급격히 변해버린 교육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전통적인 사회에서 남자들은 가문, 대가족,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존재로서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관계에서 받는 ‘지지감’을 느꼈는데, 현대에 와서는 이와 같이 남성들의 정체성에 근간이 되었던 체계 전반이 붕괴되었다는 것이다.


      “옛날 사회와 달리 여성, 그리고 학교가 주로 남자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게 되면서부터 남자 어린이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그저 ‘착한 아이(good boy)’가 되는 것 정도에 그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후에 이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고 나면, 사회는 갑작스럽게 그들에게 ‘진정한 남자’로서의 역할을 떠맡기면서 ‘가정의 생사를 책임지고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문제점들을 해결하며, 그 어떤 불평도 하지 말라’고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이들은 막중한 책임과 주변의 문제점들을 홀로 감당하며 수시로 ‘남자가 되어서 그런 문제 하나 해결 못하냐’는 식의 압박을 받습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남성들은 온갖 궂은 역할을 감내하면서 정작 가장으로서는 인정받지 못하며 주변에 자신을 지지해 주는 존재가 없는 현실에 공허함과 절망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점차 남자로 하여금 내면적으로 자신감 저하, 만성 스트레스, 우울장애를 쌓도록 한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남성들의 정신적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심리적 장벽으로 인해 선뜻 발걸음이 떨어지기 힘든 정신과나 상담센터 대신,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성끼리 모여 자유롭고 솔직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의 문제점을 찾아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남성 공동체 활동을 제시한다.


      “이러한 ‘남성 클럽’은 남자들이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행했던 전통적 방식의 ‘남성 사회 활동’을 재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남자로서 소속감, 유대감, 지지감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 말입니다.”


      두이세갈리예프 씨는 현재 이러한 모임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상(화상앱 ‘Zoom’ 기반)으로 매주 한번 개최되는 그의 모임에서는 제각각 고민거리를 가진 남성 회원들끼리 직장생활, 사랑 및 인간관계, 두려움, 위기, 실패 등을 주제로 다양한 경험 공유를 한다. 이러한 소통 방식을 가리켜 그는 ‘언어적 스파링(verbal sparring)이라 칭한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의 목적은 서로의 약점을 지적하고 서로의 상황을 비교하며 우위를 가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다. 솔직한 피드백을 전제로 모임 구성원들 간에 각자의 약한 부분을 꾸밈 없이 드러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로에게서 강·장점을 찾아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본 모임의 가장 큰 가치는 무엇보다 “다른 남자들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그들로부터 형식·가식적 표현이 없는 진실된 의견과 피드백을 받아 스스로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그가 운영하는 클럽에서는 ▴회원들 간에 격식 차리지 않고 ‘반말모드’로 소통하기 ▴돌려 말하지 않고 직설화법 사용하기 ▴자신의 언행에 책임지기 등의 규칙을 엄격히 지키도록 하고 있다. 회원들은 주기적으로 ‘근래 잃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조성된 클럽 내 분위기 속에서 참가자들은 기존에 익숙해 있던 ‘사회적 가면’ 뒤에 숨기를 멈추고, 스스로 ‘진정한 나는 누구이며,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지’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오늘날 남성들이 처해 있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각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사회 전체가 깨닫는 시기가 도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봅니다.”

      두이세갈리예프 씨는 이처럼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위기의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어야 비로소 범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해결책 마련이 실현될 수 있다고 시사하면서 “오늘날 남성들이 스스로 내면에 품고 있는 감정과 두려움 등에 대해 자유롭게, 제약 없이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는 현재 사회 전체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높은 남성 자살률과 남자들의 정신건강 문제는 개선시키기 힘들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남자들간 ‘몸의 언어’를 우울장애 치료 수단으로 - 카자흐스탄 남자들의 ‘파이트 클럽’



      앞서 이야기한 자조모임이 남성들의 우울장애를 치유하는 도구로 ‘언어적 스파링’을 활용했다면, 다음으로 소개할 남성 동호회는 ‘스파링’이라는 단어의 본뜻인 ‘육체적 대련’을 매개로 오늘날 정신적 위기에 처해 있는 카자흐스탄 남자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 속에서 무기력증에 빠진 남성들이 ‘맨몸싸움’ 동호회를 통해 억압당했던 자신들의 남성성을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파이트 클럽(Fight Club, 1999)’을 보면 극중 동명의 동호회(‘파이트 클럽’)에 가입하는 이들에게 최우선 철칙으로 ‘그 어떤 경우에도 해당 모임에 대해 외부에 발설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성 자조모임 ‘Brave’의 단장 루슬란 후사이노프(Руслан Хусаинов) 씨는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는 극중 동호회의 첫 번째 규칙이 ‘그 누구에게도 우리 <파이트 클럽>의 존재에 대해 알리지 않는다’였다면, 우리의 ‘파이트 클럽’에서 정해 놓은 규칙 제 1조는 그와 정반대인 ‘모두에게 우리의 <파이트 클럽>에 대해 말하고 다녀라’다. 이처럼 본 동호회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친선 도모 기반의 성장·변화지향형’ 격투 모임”이라고 소개한다.

      “남성들이 현재 각자의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은 비워내고 그 공백을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들로 새롭게 채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우리 모임의 취지입니다. 이를 통해 주변 환경과 조건에 의해 강요된 인생이 아닌, 애당초 각자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가지고 온 고유의 목적대로 인생을 살도록 말이지요. 타인들이 정해 놓은 규율과 규범에 얽매이는 삶,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애쓰는 삶 대신 말입니다.”

      이처럼 ‘성장·변화지향형 남성 격투 모임’을 표방하는 본 클럽이 조직되어 활동을 시작한지도 어언 4년차에 접어들었다는 후사이노프 단장은 “우리 동호회는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남성들이 각자 내면에 누적시켜 온 부정적 에너지를 배출시킬 수 있는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본 모임에서 회원들 간에 이루어지는 대련은 일정한 규칙을 따라 진행된다. 서로의 스파링 상대는 각자 도달해 있는 본 모임 내 교육 진척도와 체급, 격투 숙련도를 기준으로 정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본 모임에 가입한 남성이 단 한번도 스파링이나 격투 스포츠를 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

      “격투 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회원들에게는 그와 엇비슷한 또다른 초보자들을 파트너로 붙여줍니다. 스파링을 해본 적이 없고 체급이 서로 5kg 내외로 비슷한 이들끼리 대련을 하도록 하는 것이죠. 경기는 시작한 뒤 언제든 자유롭게 중단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경우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됩니다.”

      대련 진행 시에는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엄격히 보호장비를 착용하도록 하며 무엇보다 ‘득점을 기준으로 한 승패’를 가르는 것이 아닌, 애당초 본 모임의 취지인 ‘육체적 에너지 표출을 통한 내면의 긍정적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후사이노프 씨는 “참가자들이 그저 마음을 다해 대련에 임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고, 궁극적으로는 각자 남성으로서 가지고 태어난 삶의 본질에 대해 되새겨 보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상기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같은 스파링 훈련은 전문 체육인들을 통해 이루어지며, 후사이노프 씨 본인은 회원들의 대련 모습을 관찰한 뒤 그들이 현재 머물러 있는 심리·정서적 상태를 분석해 주는 역할을 한다.

      “참가자가 링 위에서 보이는 태도, 몸동작, 타격방식, 몸의 기울임 등을 통해 현재 무엇이 그 사람의 인생에서 성공과 번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참가자들은 본 모임을 통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남성으로서 마주하고 있는 여러가지 심리·정신적 고충을 다른 동성 회원들과 대련 중심의 소통을 매개로 지지감과 유대감을 느끼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한편, 각자 부담감 없이 스스로에게 알맞은 속도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점진적인 발전을 이루어 나갈 수 있다.

      “우리 모임에서는 그 누구에게도 압박이나 재촉하는 법이 없습니다. 모두가 부담감 없이 발전해 나가는 것이 본 클럽의 기본적인 취지입니다. 또한 회원들에게는 서로 인생담과 고민거리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세상과 인생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식견이 생기고, 이를 자양분 삼아 본 모임에 참여하는 과정 속에서도 맞닥뜨리게 되는 또다른 갖가지 도전과 위기들을 극복해내는 능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게 되지요. 만일 혼자였다면 고통 속에서 많은 감정과 에너지를 허비하며 거쳤을 과정을, 이처럼 본 모임에서 주어지는 이점들을 통해 회원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소속감과 유대감 속에서 훨씬 수월하고 안정적으로 극복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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