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다수의 선진국들에서 ‘게스트하우스’는 아주 흔히 접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지만, 카자흐스탄의 경우 이러한 형태의 숙박업이 최근에야 활성화되어 이제 조금씩 여행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상태다.
전통적인 호텔과 비교하여 게스트하우스는 몇가지 중요한 메리트를 갖추고 있는데, 숙박환경이 일반 가정집에서 느낄 수 있는 ‘가족적인 분위기’에 가까우며 여행자의 필요에 따라 방 전체 혹은 침대 단위로 묵을 공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업주 스스로가 게스트하우스에 상주하는 경우가 흔하기에 보다 ‘사람냄새 나며 유연한’ 분위기 속에서 손님 응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카자흐스탄 남부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튀르키스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라자트 예시케예바 여사는 바로 이러한 이점들을 십분 활용한 덕에 현재 이곳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민박집 주인장’으로 통한다. 개업한지 얼마 안된 소박한 게스트하우스를 빠르게 지역 내 인기숙소로 등극시킬 수 있었던 그녀만의 비결과 그동안 만났던 투숙객들에 얽힌 에피소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퇴직 후 빠듯한 생활비에 부수입거리 고민하던 중 딸의 조언으로 온라인 플랫폼 통한 창업 결심… 카자흐 문화 특유의 인심 좋은 접대 분위기를 잘 살린 것이 인기 비결
- 라자트 여사님, 먼저 어떻게 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로 결심하셨는지 그 계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퇴직 전까지 저는 개인사업 형태로 현지 시장에서 직접 만든 ‘고려인식 샐러드’를 파는 것을 생업 삼아 활동했어요. 그렇게 벌어들이는 수입의 대부분을 자릿세와 세금 등으로 지출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이 장사 덕에 아들과 딸의 학비까지 댈 수 있었지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로 결심한 계기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몇 년 전 덜컥 퇴직을 하고 보니 앞으로 살아가는데 있어 연금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힘들겠다는 판단이 서더군요. 그러던 차에 2023년에 저의 딸이 ‘숙박업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어요. 제 딸이 카자흐스탄 관광 및 숙박업 시장에 대해 조사를 해보고 마침 게스트하우스 형태의 숙박업은 아직 국내에서 희소한 상태라는 사실에 착안했던 것이죠. 저는 이 아이디어가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일단 저 스스로가 러시아에서는 안 가본 곳이 없고, 우크라이나도 몇몇 지역을 방문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여행을 좋아하거든요. 아무튼 숙박업을 하기로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딸의 도움을 받아 온라인 숙박 공유 플랫폼인 ‘Booking’ 및 ‘Airbnb’에 사업자 등록을 했고, 그렇게 그 날부터 지금까지 쭉 여행자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이 일을 하고 있네요”.
- 개업 후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투숙객들을 받으셨고, 그 분들은 어느 나라들에서 온 여행자들이었나요? 혹시 처음으로 묵은 손님은 기억나시나요?
물론이죠.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첫 번째 투숙객은 러시아에서 온
손님이었어요. 그 후 지금까지 저희 집에는 전세계 곳곳에서 2백여 명 되는 여행객들이 거쳐갔고요. 그 중에는 저 멀리 호주, 멕시코, 미국 등지에서 오신 분들도 계셨죠. 작년에는 ‘Oryol i Reshka(구소련권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크라이나 여행전문 채널)’에 저희 게스트하우스가 소개되기도 했고요.
한번은 무려 16명이나 되는 한국의 단체여행객 분들께서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묵으신 적이 있어요. 8명의 남자 손님들은 거실에서, 나머지 8명의 여자 손님들은 다른 한 방에서 지냈죠. 그 중 몇 분은 카자흐어를 배우고 계시더라고요. 아무튼 이 한국 여행객분들은 그렇게 이틀동안 저희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고 가셨어요.
개인적으로 처음에는 이렇게까지 저희 게스트하우스가 많은 인기를 얻게 된 것이 정말 놀라웠어요. 아마 이곳에서 투숙하셨던 분들이 공유플랫폼에 긍정적인 평가글을 남겨주시고 다른 여행객 분들께 추천을 해주시면서 입소문이 난 덕에 계속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특히 튀르키스탄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도시에 등재되고 나서부터 이곳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호자 아흐메트 야사위 영묘(Mausoleum of Khoja Ahmed Yasawi)’나 ‘아르스탄 밥 영묘(Arystan Bab Mausoleum)’ 등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수가 크게 증가하기도 했고요. 성수기는 통상적으로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시작되고, 반대로 겨울 시즌에는 손님의 수가 크게 감소하죠.
외국인들에게 직접 카자흐 역사와 전통 소개할 때 큰 즐거움 느껴…
자연스러운 가정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현지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큰 장점
- 투숙객들, 특히 외국인 여행객들을 ‘끌어당기는’ 여사님만의 비결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외국인 손님들과 소통은 어떻게 하시는지?
소통은 주로 ‘구글 번역기’를 통해 하고 있어요. 튀르키스탄에는 숙박비가 저렴한 호스텔도 많고, 고가의 호텔도 즐비하죠. 그리고 저희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오는 분들의 특징은 바로 대부분 ‘관광객’이 아닌 ‘여행자’들이라는 점에 있어요. 아무래도 안락함과 쾌적함을 우선순위에 두는 경향이 강한 ‘관광객’ 유형의 손님들은 당연히 그러한 기호에 부합하는 시설을 갖춘 고급 숙박업소를 찾아가게 마련이죠. 반면 ‘여행자’분들의 경우 쾌적성과 편리성보다는 ‘현지 문화체험’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어요. 즉, 현지 주민인 우리와 가까이서 소통하며 현지인들이 살아가는 실제 시골생활 속 문화와 풍습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하는 것이죠.
바로 이러한 외국인 여행객들로서는 저의 접객 자세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에요. 저는 몇시간이고 손님들을 마주하며 우리 역사와 문화·전통·풍습 등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과의 소통을 즐기거든요. 카자흐 전통 음식을 직접 만들어 대접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던 손님들의 대다수가 숙소 안의 분위기와 주인장인 저의 정중하고 세심한 태도, 부담 없이 각자 쓰는 언어로 말할 수 있는 점, 그리고 늘 친절한 응대를 받는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공통적으로 후기를 남겨 주시더군요.
개인적으로 그동안 외국인 여행객들을 접하면서 놀랐던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역사적으로 카자흐인들은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 놓이기 전까지는 글이며 문화며 제대로 된 문명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양이나 치면서 살아가는 유목민이었다’는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어요. 따져보면 외국인 여행객들이 튀르키스탄을 방문할 때 가장 많이 찾는 명소인 ‘야사위 영묘’부터가 무려 1398년에 지어지기 시작한 건축물인데 말이죠. 외국인들 중 더러는 당시 유목민이었던 카자흐인들이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이었던 건축술을 응용해 이 영묘를 지었다는 사실을 접하고는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막상 이 건축물을 직접 보고 난 뒤에는 그 아름다움과 위상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죠.
이곳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분들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매우 큰 흥미를 가지고 계세요. 그리고 이들에게 있어서 평범한 카자흐 가정집에 머물며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을 맛보는 체험 또한 큰 의미를 가지죠. 반면 소위 ‘별 다섯개짜리’ 호텔이 제공하는 서비스와 시설들로는 이들에게 그 이상의 특별한 인상을 심어줄 수 없는 것이고요.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묵었었던 손님들 중 몇몇 분들과는 아직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내고 있어요.
- 현재 게스트하우스로 사용 중인 집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 3칸짜리 가정집 주택이에요. 내부 면적은 15m x 13m고요. 화장실이 2개고, 마당에는 텃밭과 과일나무들이 있어요. 하루 숙박비는 6천 5백 텡게이며, 조식은 1천 텡게, 석식은 2천 5백 텡게예요. 개인적으로 이러한 수준의 가격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튀르키스탄의 관광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현지 물가가 크게 올랐거든요. 이로 인해 일반 주민들의 생활은 사실 예전보다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고요.
- 지금까지 거쳐간 투숙객들 중 유독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손님이 있었나요?
네, 있어요. 우선 이탈리아에서 오셨던 ‘비엔나 캄마로타’라는 이름의 여성 투숙객이 떠오르는데요. 당시 72세(현재 75세)였던 이 여행가분께선, 과거 마르코 폴로가 밟았던 모험 루트를 고스란히 따라 도보로 베네치아에서 베이징으로 향하는 중이셨어요. 얼마 전 총 2년에 걸친 여정 끝에 목적지인 중국에 도착하셨다고 해요. 저는 이 대단한 여성 여행가를 롤모델로 삼게 되었답니다. 참고로 이 분에 대해서는 세계 여러 매체에서도 다뤄졌을 정도예요. 이번 여정을 통해 ‘위대한 여행가 마르코 폴로의 발자취를 그대로 재현해 낸 세계 최초의 여성’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셨죠. 우리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답니다.
- 앞으로 우리나라의 관광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면 무엇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개인적으로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계신지?
우선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들에 관련 인프라의 신설 및 개선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실제 사례를 들자면 저희 투숙객들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인근의 고대도시 ‘사우란’을 가보고 싶어하는데, 현재로서는 그곳까지 정기 운행되는 버스가 단 한 대도 없어 모두들 부득이하게 비싼 택시 비용을 감수하고 있는 실정이에요. 경비 한 푼 한 푼을 아껴야 하는 여행객들에게는 이러한 여건이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어요.
개인적인 앞으로의 희망사항은 최신설비를 갖춘 2층 규모의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더 많은 손님들이 묵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에요. 사실 사업확장 자금 마련을 위해 당장에라도 현재 쓰고 있는 집 건물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을 용의도 있지만, 이자율이 너무 높아서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우리 민족의 문화와 풍습, 전통공예 등의 부흥에 기여하는 활동을 해보고픈 마음이 있고요. 이를테면 저희 마당에 유르트를 세워서 여행객들이 지낼 수 있는 또 다른 숙박공간으로 활용하는 식으로요. 우리 지역을 찾아오는 외국인들은 바로 이러한 특색 있는 전통 체험거리들에 큰 흥미를 느끼니까요.
- 혹시 여사님께서 어린 시절 즐겨하던 활쏘기 놀이를 다시 하기 시작하신 것도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의 전통문화 부흥에 일조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네, 활쏘기도 우리 유목민 문화의 일부니까요. 근래 일부 SNS상에서 제가 화살로 과녁을 명중시키는 모습이 담긴 그 영상이 이토록 유명해질 줄은 몰랐어요. 사실 제가 어릴 적에 활쏘기 놀이를 너무나 좋아했었거든요. 약 한달 전에 활과 화살을 오랜만에 손에 잡아보았는데, 제 스스로 느끼기에도 소싯적의 손놀림이나 명중 실력이 죽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더군요.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들에게 활쏘기를 가르쳐보고 싶기도 해요. 요즘 아이들은 늘상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며 생활하느라 어린 나이부터 시력이 나빠져 있잖아요. 활쏘기를 배우면 조준, 집중 능력은 물론 지구력까지 향상시킬 수 있죠. 무엇보다 유서 깊은 우리 민족의 전통 스포츠이니 이러한 소중한 문화유산이 유실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이 마땅하고요.

라자트 씨가 지금까지 자신의 게스트하우스를 거쳐간 외국인 여행객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로 꼽은 이탈리아의 여성 트레커 비엔나 캄마로타(Vienna Cammarota·75). 그녀는 70대 고령의 몸으로 장장 2년간 이탈리아, 불가리아, 터키, 카자흐스탄, 몽골 등 총 15개국을 걸어 횡단한 끝에 지난해 9월 최종 목적지 베이징에 도착,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진: Anadolu Ag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