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수자원 관리 문제가 오랜 기간 국가 정책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결과, 일부 지역에서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돼 왔다. 올자스 벡테노프(Олжас Бектенов) 총리는 2월10일 대통령이 참석한 정부회의에서 이 같은 현실을 지적하며, 최근 신설된 수자원부가 주요 현안을 보다 신속히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카자흐스탄에서는 700km에 달하는 수로가 재건∙보수됐으며, 올해에는 추가로 986km구간에 대한 대규모 보수가 진행 중이다. 4개의 저수지가 이미 현대화됐고 연말까지 4곳을 추가로 정비할 계획이며, 동시에 3개의 신규 저수지 건설도 시작된다. 또한 8개 유역별 계획 수립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는 통합 수자원 관리 기본계획의 토대가 될 예정이다. 정부는 연말까지 국가 수자원∙에너지 자원 지도를 마련할 방침이다.
물 절약 정책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현재 관개 농지의 1/3 이상에 물 절약 기술이 도입돼 있어 이를 통해 지난해에만 847백만 m3의 물 사용을 절감했다. 매년 약 15만 헥타르씩 토지에 물 절약 기술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크즐오르다주, 투르키스탄주, 잠블 주에서는 여전히 가뭄이 지속되고 있어 물 부족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문제는 카자흐스탄만의 상황이 아니다. McKinsey 연구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담수 자원은 24km3에서 12km3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운송과 관개 과정에서 최대 90% 물이 손실되고 있으며, 유라시아개발은행은 노후 인프라로 인해 가용 수자원의 40~55%가 손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2028년까지 연간 50억~120억 톤의 물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카자흐스탄에서 물의 최대 소비 분야는 농업으로 전체 사용량의 약 90%를 차지한다. 특히 막대한 물을 필요로 하는 쌀과 목화 재배가 우려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 수자원 전문가 볼랏 예세킨(Болат Есекин)에 따르면 연간 500만 톤에 달하는 목화 생산에는 약 200 억m3의 물이 사용된다. 쌀은 1kg 생산에 최대 5톤의 물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배 면적 축소를 권고하고 있으나 구조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천이 국경을 넘나드는 점도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카자흐스탄은 중국을 포함한 인접 국가들과 물 이용 문제를 협의 중이지만 협상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이 강∙호수∙지하수 등 ‘블루 워터(blue water)’에 집중돼 있으며, 토양과 식생에 저장된 수분인 ‘그린 워터(green water)’는 거의 고려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물∙토지∙산림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만성적인 물 부족 속에서 정부는 불법 취수와 ‘물 암시장’ 단속에도 나섰다. 농번기마다 일부 농민과 중개업자가 농업용수를 빼돌려 비공식적으로 판매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수자원관개부에 따르면 불법 거래는 전체 농업용수의 5~10%에 이를 수 있다. 카자흐스탄의 연간 총 물 사용량은 약 250억 톤이며, 이 가운데 농업 분야가 약 150억 톤을 사용한다.
정부는 검찰과 협력해 전국 수자원 감사, 취약 지역 지도 개발, 인프라 재정비 계획 등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관개수 배분 체계를 디지털로 전환해 위성 및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처 간 데이터 공유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누르잔 누르지기토프(Нуржан Нуржигитов) 수자원관개부 장관은 “불법 취수와 암거래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와 지역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자원 문제는 단순한 환경 이슈를 넘어 식량 안보와 경제 안정, 국가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인프라 현대화 ∙ 농업 구조 개편 ∙ 디지털 관리 체계 구축 ∙ 법 집행 강화 등 복합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