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Deezer와 시장조사기관 Ipsos의 조사에 따르면 청취자의 97%가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간 창작과 기계 생성 콘텐츠 사이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표다.
과거 인공지능은 음악 제작 과정에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노이즈 제거, 리듬 정렬, 음성 변환 등 기술적 보완이 주요 기능이었다. 일부에서는 기존 곡을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재현하는 ‘AI 커버’ 형태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 단계에서는 여전히 창작의 중심이 인간에게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급변했다. Suno, Udio와 같은 ‘올인원’ 음악 생성 서비스의 등장으로 작곡, 편곡, 보컬 제작 심지어 앨범 커버 이미지 생성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됐다. 사용자는 ‘우주를 주제로 한 우울한 신스팝, 여성 보컬, 1980년대 스타일’과 같은 간단한 문장만 입력하면 수십 초 만에 완성된 곡을 얻을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실제 체감으로도 확인된다. 필자가 직접 생성형 AI 서비스를 활용해 음악 제작을 시도한 결과, 간단한 텍스트 입력만으로 짧은 시간 안에 완성도 높은 곡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음악 제작의 진입 장벽은 사실상 크게 낮아졌다. 이제는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누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생성된 결과물은 실제 밴드의 데모 음원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였으며, 특히 비전문가에게는 그 차이를 인지하기 쉽지 않다. 감정을 담은 보컬, 밀도 높은 사운드, 완성된 구조까지 갖추고 있어 상업적 콘텐츠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생성형 음악은 더 이상 실험적 기술에 머물지 않고 예상치 못했던 영역인 공식 음악 차트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음악 산업 내에서 뚜렷한 긴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편에서는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작품이 인공지능 학습에 무단 활용되는 것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폴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단 한 음도 소리가 나지 않는 트랙을 발표했다. 길이 2분45초의 이 곡은 ‘비틀즈’의 히트곡 With a Little Help From My Friends와 정확히 같은 길이로 오직 침묵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를 통해 그는 영국 정부가 저작권으로 보호된 작품을 추가 라이선스 없이 인공지능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계획에 항의하는 의미로 ‘침묵 트랙’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이 이미 차트에서 기존 작품과 경쟁하고 있다. Deez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하루 약 1만 곡 수준이던 생성형 음악 업로드는 2026년에는 하루 6만 곡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업로드 콘텐츠의 약 39%를 차지하는 규모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AI음악이 완전히 ‘기계만의 결과물’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신경망 음악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는 여전히 실제 창작자들이 존재한다. 알고리즘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듀서와 제작팀, 레이블이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러시아 프로듀서 니키타 카멘스키(Nikita Kamensy)는 수잔나(Suzanna), 엘원(L’One) 등과 협업한 경력을 바탕으로 AI 기반 프로젝트 ‘VAIMP’를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아티스트 제니 베스나(Jeny Vesna)는 보컬 생성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면서도 가사와 작곡은 직접 작성하며, 월간 청취자 수가 350만 명을 넘는 등 상업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밖에도 ‘라스카지, 스네구로치카(Расскажи, Снегурочка)’로 알려진 사샤 코모비치(Sasha Komovich)와 같은 사례가 등장하고 있으며, Yandex Music은 이들을 위한 전용 플레이리스트 ‘Люди ИИскусства(러시아어로 'ИИ'는 인공지능, 'Искусство'는 예술을 뜻하며 두 단어를 결합한 언어유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 주목할 만한 다른 사례가 발생했다. 아티스트 'Breaking Rust'의 컨트리 스타일 곡 'Walk My Walk'은 빌보드 컨트리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스포티파이(Spotify) 차트에서도 이 곡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약 300만 회의 스트리밍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라 인공지능 음악이 대중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이처럼 AI음악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작 속도가 빠르고 비용이 낮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플랫폼에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으며, 그중 일부는 자연스럽게 차트에 진입하게 된다. 특히 로파이(lo-fi)나 앰비언트와 같은 '배경 음악'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이미 주요 생산자로 자리 잡으며 인간 창작자와 직접 경쟁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스트리밍 플랫폼들도 규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수천만 개의 비정상 트랙을 삭제했으며, 애플뮤직은 인공지능 생성 콘텐츠 표시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자발적 표시 단계지만 향후 의무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음악에 대한 논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음악가와 청취자들은 이를 창작이 아닌 '자동 생성물'로 간주하며 강하게 비판한다. 특히 유사한 패턴의 음악이 대량 생산되는 현상은 음악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반면 인공지능이 창작 도구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비틀즈(The Beatles)'의 '마지막 곡' 이야기다. 1995년,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존 레논(John Lennon)이 뉴욕 아파트에서 녹음해 남긴 데모를 완성하려 했다. 하지만 시끄러운 피아노 소리와 방 안에서 켜져 있던 TV 소음 때문에 오래된 카세트에서 보컬을 분리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2023년, AI의 도움으로 이 작업이 가능해졌다. 신경망은 아카이브 녹음을 통해 레논의 음색을 '학습'하고 이를 깨끗한 스튜디오 음질로 복원했다. 나머지 비틀즈 멤버들은 악기를 녹음했고, 그 결과 완성된 곡이 탄생했으며, 이 곡은 그래미상 후보에도 올랐다.
전문가들은 향후 음악 산업이 점차 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 영상 배경음악, 공공 공간용 콘텐츠와 같은 '대량 소비형 음악'은 인공지능이 담당하고 창의성과 독창성이 요구되는 영역은 인간 아티스트가 중심이 될 것으라는 전망이다.
결국 음악은 단순한 음향이 아니라 아티스트의 이야기와 정체성을 담는 표현 방식이다. 팬들은 곡뿐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인간인 아티스트의 경험과 서사를 소비한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 창작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인공지능과의 공존 방식이 음악 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 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