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토크 심포지엄이 2022년 6월 14일부터 21일까지 바라보이(브라보이)와 누루술탄에서 열렸다.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 동시대 미술)란 주제로 카자흐스탄 문체부와 누루술탄 국립 박물관이 주최하였다. 이번 아트 토크에는 미국, 한국, 몽골, 이탈리아, 우즈베크, 카작 등 세계 각국의 젊은 화가들이 초청되었다. 한국에서는 CREATIVE·ART를 통해서 5명의 화가가 참여하였다. 화가들의 항공료, 호텔 숙박, 작품 활동에 필요한 모든 재료는 카자흐스탄 정부에서 제공하였다.
바라보이는 카자흐스탄의 스위스로 불리는 지역으로,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도시의 중앙에는 커다란 호수가 자리를 잡고 있고, 도시 전체는 우뚝 솟는 소나무와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소나무와 자작나무 향이 이곳을 찾은 화가들에게 평안함을 선물해 주고 있다. 이곳에 바위들은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옛날 이곳이 화산지대라 이런 기괴한 바위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창조주께서 세상을 만드실 때, 카자흐스탄의 유목민들에게 건조한 초원만을 만들어 주셨다. 창조주는 너무나 마음이 아파서 남아있던 산과 숲, 호수를 모두 모아서 들판을 향하여 던졌는데, 그곳이 바로 브라바이(Burabay)라고 한다.
원래 ‘부르’는 낙타를 의미한다. 옛날에 이곳에 수많은 낙타가 살았다고 한다. 고대 전설에 따르면 사람들이 접근하면 이 낙타는 tulpar(날개 달린 말)로 변신해서 콕쉬타우 정상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콕쉬타우 산을 바라보면 항상 푸르른 하늘이 감싸고 있다. 그래서 푸르른 산이라 불리게 되었다. 하얀 털을 가진 낙타 ‘부라’가 이곳에 살았고, 부라는 깨끗하고 맑은 쿠미스콜 호수의 물을 마셨다고 한다. 이 낙타는 예언의 능력이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지역 주민들에게 큰소리로 경고하였다. 사람들은 부라의 소리를 듣고 모여서 적으로부터 위험을 극복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부라를 신이 보낸 신성한 동물로 여겼다. 이 부라가 살았던 지역을 사람들은 부라바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가 마신 호수를 보로보에라고 불렀다고 한다. 수년 동안 신성한 낙타 부라는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지역에 강도들이 나타났고, 그들은 부라 때문에 도적질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를 사냥했다고 한다. 사냥꾼들의 매복에 걸린 낙타는 그들이 쏜 화살을 맞고 커다란 하얀 산이 되었다.
지금도 아블라이한의 숲 뒤에 있는 정상의 바위들에서 부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커다란 두 개의 혹과 머리 형태의 부라는 지금도 이곳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바라보이가 유명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이곳이 카자흐스탄의 영웅 아블라이한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커다란 의자 같은 모형의 바위가 있다. 바로 이곳에서 아블라이한이 3개의 부족을 통일함으로 카자흐스탄 국가의 기초를 놓았다는 것이다. 바위 의자는 철책으로 보호가 되고 있고, 사람들은 이 바위 의자를 일곱 바퀴 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가족들이 함께 이곳을 도는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다.
카작 화가 중에서 이 바라보이에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사람은 진정한 화가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이곳 경치가 작가들에게 영감을 갖게 한다. 여름도 아름답지만, 겨울에도 눈에 싸인 소나무 숲은 화가들의 좋은 소재가 된다. 사계절 어느 때나 어느 곳이나 이곳은 화가들의 화폭이 될 수 있는 곳이다.
화가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렸다. 박물관에서 준비한 버스가 아침에 화가들을 태우고 원하는 장소에 내려주었다. 화가들은 이곳에서 그림을 그렸고, 저녁에는 호텔의 커다란 강당에서 자유롭게 밤샘 작업을 할 수가 있었다.
여섯째 날 저녁에 화가들이 그동안 그린 자신들의 그림을 갖고 와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신들이 감명받았던 느낌, 빛의 움직임, 바라보이 곳곳에 깃든 전설들, 그것을 자신들의 화폭에 어떻게 표현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토크 주제는 '동시대 미술(Contemporary Art)'이었기 때문에 모두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에 현대 아트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송재호 교수는 이곳에서 짧게 ‘현대 미국 미술의 흐름’에 대하여 발표하였다. 대부분 사람이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이팅 기법이나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팝아트, 도널드 주드의 미니멀리즘 등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2000년 이후의 밀레니엄 아트에 대하여서는 생소한 부분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하여 집중 강의를 하였다. 발표 후에 현대 미술의 방향에 관하여 토론과 교류의 장을 가졌다.
현대 미술에 대하여 재미있는 일화들이 많다. 2019년 이탈리아 예술가인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코미디언’이란 제목으로 바나나 하나를 공업용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아트 바젤에서 이 작품은 12만 달러에 팔렸다. 그런데 행위예술가인 데이비드 다투나가 배가 고프다며 12만 달러짜리 바나나를 먹어버렸다. 사실 바나나는 오래 유지될 수가 없는 작품이었다. 구매자들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의 정품 인증서를 산 것이다. 주최 측은 바나나를 먹은 지 몇 분 만에 새로운 바나나를 테이프로 붙여 놓았다.
2021년 덴마크의 예술가인 엔스 하닝은 작품 제작을 위하여 미술관으로부터 1억을 받았다. 그런데 그는 작품비를 받은 뒤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얀 캔버스를 2개를 보냈다. 작품의 이름은 ‘Take the Money and Run’, ‘돈을 갖고 튀어라’였다. 미술관은 이 하얀 캔버스를 전시했고, 하닝에게 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러나 하닝은 돈을 가져간 행위 자체가 작품이라고 돌려주지 않았다.
이번 아트 토크에서 송재호 화가는 ’바라바이 숲‘이란 작품과 ’바라바이의 소나무들과 일몰‘이란 작품을 그려서,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송 작가는 해가 지는 일몰의 검은 빨강에 변하지 않은 바라보이의 소나무들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보색을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보색의 느낌을 낸 이 작품을 보고 세계의 젊은이들은 새로운 발상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에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은 주진우 작가다. 그는 설치 미술로 캔버스를 다 뜯고, 그곳에 한국의 한지와 명주실을 염색하여 한 올 한 올 붙여 넣었다. 캔버스를 과감하게 부수어 버리는 모습을 보고 화가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제까지 부수려고 했는데, 박물관 관계자들이 이것은 빌려 온 것이라 안된다고 말려서 하지 못하였다. 커다란 체인을 하얀색 한지로 계속 붙여나갔다. 체인의 연결 고리에서 풀을 먹은 노란색의 녹이 시간이 지나면서 한지를 타고 점점 퍼져나갔다. 주 작가는 자기의 작품은 2년 후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고 하였다. 박다해 작가는 디지털 예술로 한국의 악동뮤지션 남매를 팝아트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추상화가인 임정옥 작가는 물, 바다, 햇빛이란 주제로 4개의 작품을 완성하였다. 그녀는 한국적 여백의 미를 울트라마린 색감과 과감한 터치로 바라보이 자연의 생동감을 표현하였다. 바라보이에서 그린 작품들은 21일부터 카자흐스탄 국립 박물관에 전시가 되고, 박물관 소유가 된다.
이번 아트 토크는 카자흐스탄 젊은 화가들뿐만 아니라 참여한 세계의 화가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좋은 경험, 카자흐스탄 문체부와 국립 박물관의 따뜻한 환대를 느끼게 하였다. 박물관은 미술관과 다르게 조금은 보수적인 곳이다. 그런데 이런 박물관에서 컨템포러리 미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세계 화가들의 국제 항공료까지 지불하면서 젊은 화가들을 초대한 것을 보면서 동시대 미술을 수용하려는 적극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송재호(CREATIVE.ART 대표, SDU 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