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민족음악을 집대성하고 카자흐스탄 재즈음악을 개척한 한 야꼬브 작곡가 특별전이 31일부터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관장 김병학)에서 열린다. 4월 2일에는 개식 행사와 함께 고려인 가요 특별공연도 진행된다.
한 야꼬브 작곡가는 소비에트 음악사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아방가르드 음악인으로 뛰어난 트럼본 연주자이자 탁월한 작곡가이며 당대 최고의 지휘자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녹음기를 들고 옛소련 전역을 누비며 그때까지 전승되어오던 고려인 구전가요를 모두 수집하여 집대성한 인물로, 그의 노고가 아니었다면 영영 사라지고 말았을지도 모를 대부분의 고려인 구전가요가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이에 광주 월곡고려인문화관은 한 야꼬브의 선구적인 음악 인생과 업적을 기리고자 특별전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한 야꼬브 특별전’은 올해 말까지 열리는데 한 작곡가의 음악 인생을 기리는 설명과 함께 각종 사진, 문서, 증명서, 육필 악보, 신문 등이 전시된다. 특별전 개식 행사는 4월 2일 오후 2시 월곡고려인문화관 옆 빈터에서 열리며 1부 의식행사가 끝나면 2부 순서로 한 야꼬브 창작가요와 고려인 구전가요 공연이 진행된다. 이때 고려인 문화예술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친 구전가요 ‘씨를 활활 뿌려라’, ‘망향가’ 등 7편과 한 야꼬브 창작가요 2편이 노래와 연주로 공연되며, 각 노래에 얽힌 고려인의 애환과 문화사적 의의도 김병학 관장의 해설을 통해 소개된다.
특히 지난해 8월 한 야꼬브 작곡가가 생애 마지막으로 작곡한 노래 「영원하라 고려극장」은 올해로 창립 90주년을 맞는 고려극장을 위해 그가 특별히 만들어 헌정한 것으로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며 가요 창작 과정에 얽힌 숨은 이야기도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또 문화관 안에서는 고려인 민속합창단, 개인, 전문 가수 등이 부르는 일부 고려인 구전가요 및 창작가요를 자막이 있는 영상으로 시청할 수 있다.
1943년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난 한 야꼬브 작곡가는 고려극장 아리랑협주단 주임지휘자, 카자흐스탄 알마티 시립민속악단 지휘자, 1991년 자신이 주도하여 창단한 재즈악단 〈빅밴드〉 주임지휘자 등을 역임했고 수많은 무대음악과 록오페라, 뮤지컬 등을 작곡했다. 또 1960년대 말에는 당시 소련 문화예술계에서 금기시하던 재즈음악을 몇몇 동료들과 함께 중앙아시아에 처음으로 도입하여 확산시킴으로써 대중음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아쉽게도 그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유명을 달리했다.
김병학 관장은 “고려인 민족음악에 대한 한 야꼬브 작곡가의 헌신적 삶을 기리기 위해 이 전시회를 준비했다.”며 “이 특별전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고려인의 음악예술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이니만큼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찾아와서 새로운 문화예술을 경험해보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려인 구전가요를 수집하는 한 야꼬브 작곡가(2004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근교)
알마티시 음악전문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지휘하는 한 야꼬브 작곡가(2013년)
한 야꼬브가 작곡한 고려극장 연극 「양산백」(연성용 작) 무대음악 총악보(199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