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군 본거지인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최대의 승전을 기록한 홍범도 장군, 한글학자로 임시정부에 가담하여 독립운동을 하였으며 외몽골 치타를 비롯해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등지에서 우리말 독본을 내거나 한글을 가르쳤던 계봉우 선생. 이들의 흔적을 찾아 숭고한 독립 정신을 기리기 위해 우리는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크질오르다로 향했다. 알마티에서 약 1시간의 비행 끝에 크질오르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은 알마티나 우슈토베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도시였다. 서울처럼 높은 건물도, 많은 사람도 없었지만 많은 고려인 동포와 그들의 후손이 살아 숨 쉬고 있어 그런지 낯설지 않고 편안했다. 고려인 식당에서 비빔밥과 깐풍기를 먹으며 크질오르다에서의 첫날밤을 마무리하였고, 본격적인 탐방은 그곳에 도착한 다음 날 8월 17일에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준비하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돔 드루즈바” (친선 회관)였다. 그곳의 고려인 청소년들은 밝은 얼굴로 빵을 건네며 우리를 환대해 주었다. 생김새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지만 그들의 따뜻한 미소를 보니 모두 가족처럼 느껴졌다.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지만,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리를 위해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주고 환영해 주셨다는 것에 깊이 감동하였다. 그곳에서는 고려인협회의 관계자분들과 고려인 청소년이 함께했다. 독립운동가 최봉설 선생님의 증손녀 또한 자리를 함께해 주어 더욱 뜻깊은 만남이 이루어졌다. 돔 두루즈바의 2층 회의실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크질오르다’라는 도시와 고려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그 후에는 한국 학생들이 노래 및 댄스 실력을 선보였다. K-POP에 관심이 많은 고려인 청소년들이 특히 흥미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언어와 살아온 배경이 달라도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곳에서 고려인 청소년들과 친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에서 배운 다양한 러시아어 표현을 선보였다. 비록 아직 서투른 실력이라 매끄러운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의 배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친근하고 편안하게 대해준 친구들 덕분에 낯선 나라, 낯선 도시였지만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카자흐스탄의 문화와 고려인의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버스에서 고려인 청소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도착한 곳은 홍범도 장군의 묘이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2021년 8월 15일 봉환되었으며, 고국으로 돌아온 장군의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봉환돼 이틀간의 국민추모제를 거친 뒤, 2021년 8월 18일 대전현충원 독립유공자 제3 묘역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간단한 배경지식을 익힌 뒤, 홍범도 장군 기념비 앞에서 추모식과 헌화 등이 이루어졌다. 추모식을 통해 독립운동가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겼다. 더불어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에 의하여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로 강제 이주 되어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숨을 거둔 이들의 아픔을 헤아려 보았다.
추모식 후에는 식당에 방문해 점심을 먹었다. 국시, 닭고기 샤슬릭 그리고 샐러드를 먹었다. 카자흐스탄 음식은 놀라울 정도로 입맛에 잘 맞았다. 고려인 음식도 마찬가지였다. 멀고 낯선 나라이기 때문에 방문 전 걱정이 많았지만, 입맛에 꼭 맞아 만족스러웠다. 한국에서 양고기를 먹어본 적 없어 카자흐스탄에서 양고기 샤슬릭으로 양고기를 처음 접해보았다. 한국 음식보다 조금 짰지만 잘 익은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닭고기 샤슬릭 또한 부드러운 살코기가 입에서 녹는 듯했다. 국시는 한국의 잔치국수와 비슷해 보여 거부감 없이 먹어보았다. 맛은 잔치국수와 전혀 달랐지만 새콤하고 시원한 매력이 있어 만족스러웠다. 한국에 와서도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고려인 청소년들과의 시간은 배로 즐거웠다.
식사 후에는 크질오르다 국립대학교에 방문하여 박물관을 관람하였다. 대학교 학장님께서 직접 반겨주시고 안내해 주셔서 도서관의 귀한 소장서 등도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홍범도 거리 고려극장 등을 방문하여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찾았다.
알마티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크질오르다에서 보냈던 시간은 마치 할머니 댁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 방문하는 장소였지만 익숙하고 따뜻한 순간의 연속이었다.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이 치솟았으며, 고려인 동포분들의 따뜻한 환대 속의 즐거운 시간, 문화와 음식 등 그곳에서 느꼈던 모든 것들이 마음속 깊이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처음 보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처럼 대해주고 아껴주셨던 고려인 동포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곳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며 재회를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정유안(청주외국어고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