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5월 31일을 정치적 탄압 및 대기근 희생자 추모의 날로 기념한다. 이 날은 스탈린 시대의 탄압과 강제이주, 전쟁과 기근을 겪어야 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날이다. 고려인을 비롯해 독일인, 체첸인, 인구시인, 폴란드인, 우크라이나인, 레닌그라드 봉쇄 생존자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카자흐 초원으로 오게 되었다.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에게 이 날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1937년 가을, 17만 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극동 지역에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됐다. 사람들은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화물열차에 실려 낯선 땅으로 보내졌고, 많은 이들이 긴 이동 과정과 추위, 굶주림, 질병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고려인 가정에서는 고통의 기억과 함께 또 다른 기억 역시 세대를 거쳐 전해지고 있다. 바로 카자흐 민족이 보여준 따뜻한 도움과 인간적인 연대에 대한 기억이다.
당시 카자흐 사람들 역시 넉넉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지만, 마지막 남은 빵을 나누고 집 문을 열어주며 이주민들이 첫 겨울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왔다고 회고하는 증언들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낯선 초원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이 내던져졌던 사람들에게 그것은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한 희망이었다.
그래서 많은 강제이주 민족의 후손들에게 카자흐스탄은 단순히 비극의 장소만이 아니라 인간애와 연민이 살아 있었던 곳으로 기억된다. 「인간다움의 코드(Код человечности)」라는 글에서 언급되듯, 진정한 인간적 가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마지막 빵 한 조각을 나누고 따뜻한 차를 건네며, 어려운 순간 문을 열어주는 작은 행동 속에서 전해진다.
이 기억들은 공식 기록보다도 가족들의 이야기 속에 더 깊이 남아 있다. 가장 힘든 시절에도 사람들은 민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서로를 도왔다는 기억이다.
오늘날 5월 31일은 단순한 추모의 날만이 아니다. 그것은 공동의 아픔과 공동의 감사의 날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 역사 속에는 깊은 비극의 페이지들이 존재하지만, 그 곁에는 언제나 서로를 돕고 지켜 주었던 인간의 존엄성과 연대 역시 함께 존재해 왔다. 수많은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에서 정치적 탄압과 강제이주의 기억은 오늘날까지도 평화와 화합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공동의 역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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