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寒食)은 고려사람들 사이에서 '부모님의 날'로도 알려진 중요한 전통 명절로, 조상을 기리는 날이다. 매년 4월 5일에 지내며, 이 날은 고인을 향한 깊은 존경심과 세대 간의 유대를 상징한다.
‘부모님의 날’ 준비는 미리부터 시작된다. 가족들은 신선한 과일, 좋은 생선, 닭고기, 전통 과자 등 최고의 음식을 구입하고, 전날 밤부터 요리를 시작해 이른 아침에 성묘할 준비를 마친다.
4월 5일 아침, 가족들은 일찍이 묘지를 찾아 제사를 지낸다. 묘지에 도착하면 ‘묘문 열기’ 의식을 진행하는데, 집안 어른이 술을 잔에 따라 무덤 옆에 붓고, 이 땅을 지키는 수호신에게 절을 올린다.이어서 잡초를 뽑고 무덤 주변을 정리하며, 난간과 비석도 손질한다. 그 뒤로 모든 가족들이 연장자부터 순서대로 고인에게 세 번 절을 올리며 존경을 표한다.
의식을 마친 뒤 가족들은 무덤 앞에서 음식을 펼쳐 놓고 간단한 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상에는 삶은 닭 한 마리, 여러 가지 한국식 나물과 반찬, 찹쌀전, 생선, 고기, 채소, 과일, 과자 그리고 꼭 빠질 수 없는 보드카가 올라간다. 음식의 수량은 홀수인 1, 3, 5개로 맞추며, 이러한 제사는 조상이 가족 식사에 함께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 고인에 대한 예우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지역에 따라 한식을 지내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4월 초에 눈이 남아 있는 카자흐스탄의 중앙 및 북부 지역에서는 기후가 더 좋아지는 5월 (단오 때)에 묘지를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눈이 늦은 봄까지 남아 있는 사할린에서는 조상의 묘를 추석에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스크바를 포함한 러시아 다른 지역의 고려인들도 기후와 상관없이 4월 5일에 성묘를 하려 노력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한식을 기리는 전통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대신 고인의 생일이나 기일에 묘소를 찾는 이들이 많다.
삶의 방식이 변하고 현대 생활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고려인들은 한식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 날은 가족의 소중함, 조상에 대한 예우, 민족 문화의 계승이라는 가치를 일깨워주는 날이다. 조상의 묘소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경우에도, 많은 고려인들은 먼 거리나 국경을 넘어 가족과 함께 모여 고인을 추억하려 애쓴다.
이처럼 한식은 모든 고려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날로 여겨지며, 세대를 잇고, 시간을 초월한 연결을 유지하게 해주는 날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존중과 기억,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