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마무리하며 각국에서 ‘올해의 단어’를 선정했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한 해 동안 사회와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 주요 현상을 반영하는 거울로 작용한다.
카자흐스탄: “앞으로 나아가자, 카자흐스탄!” (Алға Қазақстан!)
카자흐스탄에서 올해를 관통한 정치적 슬로건은 “공정한 카자흐스탄: 법과 질서”였다. 그러나 위키백과에서 진행된 대중 투표에서는 “앞으로 나아가자, 카자흐스탄!”이라는 표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되었다.
러시아: ‘푸쉬킨’과 ‘와이브’ (Vibe)
러시아에서는 푸쉬킨 언어학 연구소가 ‘푸쉬킨’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최근 검색엔진에서 푸쉬킨 관련 검색어가 1천만 건 이상 기록됐으며, 러시아 전역에서 50만 건 이상의 기사에서 푸쉬킨이 언급되었다. 전문가들은 “푸쉬킨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언어적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인터넷 포털인 ‘그라모타.루’는 대중과 전문가의 투표를 통해 ‘와이브(감정적 상태, 분위기)’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특히 ‘알마티 와이브’라는 표현은 카자흐스탄 남부 도시 알마티의 독특한 분위기를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이는 주민들, 카페, 요리, 그리고 도시의 특성을 포괄하며 개인마다 다르게 해석되지만 모두 따뜻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뇌 썩음 (Brain Rot)'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3만7천 명의 투표를 통해 ‘뇌 썩음(brain rot)'을 올해의 표현으로 선정했다. 소셜미디어의 끝없는 스크롤 속에서 우리의 뇌는 마치 고장 난 엔진처럼 과열되고 있다. 이 단어는 저급한 콘텐츠의 과잉 소비가 정신적, 지적 상태를 퇴보시킨다는 비판적 경고를 담고있다. 흥미롭게도,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설 월든에서도 등장했던 이 표현은 이미 19세기에도 정신적 과부하에 대한 경고로 쓰이며 당시에도 인간 정신의 퇴보에 대한 우려가 존재했음을 알수있다. 의사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디지털 과잉 소비가 '디지털 우울증'과 기억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캠브리지 사전: ‘마니페스트하다(Manifest)’
캠브리지 영어사전은 올해의 단어로 ‘마니페스트하다’를 선정했다. 이는 과거에는 선언이나 주장을 의미했지만, 현재는 긍정적인 사고로 성공을 끌어들이는 ‘생각의 힘’을 의미하는 현대적 의미로 주목받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이 스스로를 격려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려는 방법으로 이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팝스타 두아 리파와 체조 선수 시몬 바일스처럼 많은 이들이 이 단어로 자신의 꿈을 선언하며 이루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소셜 미디어의 해시태그 속에서 이 단어는 Z세대와 알파 세대의 작은 마법 주문처럼 자리 잡았다. 이는, 개인의 성장과 목표 달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자기 계발 문화를 잘 보여준다.
한국: ‘도량발호(跳梁跋扈)’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네 글자 사자성어를 통해 올해의 표현을 선정한다. 올해는 ‘도량발호(跳梁跋扈)’가 선정되었는데, 이는 “권력을 자의적이고 무책임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표현은 사회에서 권력 남용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어는 사회의 거울이다.
각국의 올해의 단어를 살펴보면, 이 단어들이 단순히 언어적 현상이 아닌, 사회적, 문화적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24년, 우리는 단어와 표현을 통해 한 해를 되돌아보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