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세계적으로 ‘노동절’로 알려져 있다. 많은 나라들이 이날을 노동자의 권리와 사회적 기여를 기념하는 날로 삼는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에서는 5월 1일을 조금 다르게 기념한다. 이 나라는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다민족 국가인 만큼, 이날을 ‘민족화합의 날’로 지정해 민족 간 우애와 연대를 다지는 데 중심을 두고 있다.
카자흐스탄에는 카자흐인을 비롯해 고려인, 러시아인, 독일인, 위구르인 등 약 120여 개 민족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민족 간 화합과 상호 이해는 국가 발전의 핵심 토대가 되어왔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카자흐스탄 인민의회’ 전원회의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전원회의는 4월 24일 아스타나 독립기념관에서 개최되었으며, 창설 30주년을 맞아 "통일과 화합의 이름으로 30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토카예프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정부 대표, 민족협회 관계자 등 1,600명 이상이 참석하여 민족 간 화합을 위한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기여자들을 격려했다. 수훈자 중에는 고려인이 5명 포함되어 있었는데, 20여년간 알마티고려민족중앙회를 이끌었던 신 브로니슬라브 전 회장이 ‘엘 비를리기’ 훈장을, 악토베 지역 고려인협회장인 석유리가 ‘쿠르메트’ 훈장을 수여받아 민족사회에 큰 격려가 되었다.
카자흐스탄에서 이처럼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게 된 데는 복합적인 배경이 있다. 스탈린 시대 강제이주 정책을 통해 고려인, 독일인, 체첸인 등 여러 소수민족이 카자흐스탄 땅에 정착하게 되었고, 이후 이곳은 자연스럽게 다민족 국가로성장했다.
1995년 설립된 ‘카자흐스탄 인민의회’는 다민족 국가 내 민족 갈등을 예방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현재 전국에는 1,000개 이상의 민족문화협회와 34개의 우정의 집(친선회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15개 언어로 50여 개 민족 언론 매체가 민족 간 이해 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다양한 민족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함께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다민족 국가가 직면할 수 있는 갈등과 분열을 예방하고, 민족 간 신뢰와 협력 문화를 구축하는 데 있어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도 드물게 긍정적인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의 5월 1일은 단순한 노동의 의미를 넘어, 다양한 민족이 손을 맞잡고 미래를 함께 열어가는 '화합의 날'로 자리 잡았다. 이는 오늘날 카자흐스탄이 세계 속에서 평화와 통합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상욱 (알마티고려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