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을 예측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에 대해 과학자들은 대체로 단호하게 답한다. “아니요, 현재까지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지진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지구는 천천히 움직이며 서로 충돌하는 여러 개의 지각판으로 덮여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하에 막대한 압력을 축적하게 되며, 이 압력이 한계에 도달하면 암석이 갑작스럽게 이동하면서 축적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과학자들은 주로 수백 년~수천 년간의 역사적 자료를 분석해 지진 활동기와 휴지기 사이의 반복 패턴을 찾아 예측을 시도한다. 알마티 지역의 경우, 약 100~110년 주기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 1887년 베르넨 지진(규모 약 7.3), ◊ 1889년 칠릭 지진(약 8.3), ◊ 1911년 케민 지진(약 8.2) 등이 있으며, 이후로는 긴 휴지기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체계적 관측은 19세기 말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자료는 부족하여 이 방법으로는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지진 예측과 관련해 과학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비공식적인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라돈은 토양과 암석에서 자연 방출되는 무색무취의 방사성 기체다. 평소 농도는 일정하지만 단층에 응력이 쌓여 미세 균열이 생기면 방출량이 증가하며 과학자들은 이를 특수 장비로 측정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9년 4월 6일 발생한 이탈리아 라퀼라 지진이 있다. 이 지진으로 약 300명이 사망하고 1,500명이 다쳤다. 당시 물리공학자 잠파올로 줄리아니는 하루 전 라돈 농도 급상승을 근거로 지진을 경고했지만 당국과 공식 학계는 이를 근거 없다고 보고 오히려 그를 공황 조성 혐의로 비난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당국의 압력을 받았고 재판·투옥 위협도 경험했으며 인터넷을 통한 예측 공유도 금지당했다. 결국 그날 밤 실제로 강진이 발생해 큰 피해가 났다.
지각에 응력이 축적되면 단층에서 수소 등 가스가 방출되어 대기 중에 독특한 구름 구조가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단층을 따라 형성되는 선형 구름, 단층 모양을 따라 구름층에 생기는 빈 공간, 단층에 가까워질 때 구름 형태가 변형되는 현상 등이다.
구름 지표의 길이가 길수록 예상되는 지진 규모도 더 크며, 이 방법을 통해 몇 시간 전부터 길게는 10~20일 전까지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 자기 폭풍과 지진자기 자오선(세이스모마그네틱 메리디안) 관측을 결합하면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방법은 ‘우주기상지진학(아스트로메테오테크토니카)’을 창시한 레오니드 니콜라예비치 도데 (Дода Леонид Николаевич) 박사가 발전시켰다. 그의 제자이자 엔지니어인 알렉세이는 텔레그램 채널 ‘위성 구름사진으로 지진 예측’을 통해 2022년 11월 이후 규모 M5 이상의 지진을 240회 이상 예측했고 대표적 사례로는 ◊ 2023년 2월 6일 터키 지진(며칠 전부터 예보), ◊ 2024년 1월 1일 일본 지진(2023년 12월 중순부터 예보), ◊ 2024년 4월 3일 대만 지진(하루 전 예보) 등이다.
알마티에서도 체감된 지진을 사전에 예측했는데, 2024년 1월 23일 발생된 지진은 몇 시간 전 구름 지표로, 2024년 3월 4일 이식쿨 호수 인근 지진은 3월 2일 위성사진에서 확인되었다.
국제 연구 그룹 SSGEOS는 2022년 6월 설립 이후 SNS를 통해 관측 자료와 예측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 그룹의 예측 방식은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여러 행성이 지구와 거의 일직선상에 놓이는 ‘행성합(planet conjunction)’ 시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분석에 기반한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3년 2월까지 발생한 총 182건의 대지진을 분석한 결과, 약 84%가 행성합 직후 1~2일 이내에 발생했으며 약 74%는 복수의 행성합이 동시에 겹치는 ‘수렴’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연구진은 최근 15년간 발생한 대재난(2004년 수마트라, 2010년 칠레, 2011년 일본 대지진)을 분석한 결과, 보름과 삭(신월) 시기에 규모 5.5의 진동이 최대 규모 8로 증폭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이 시기에 달의 조력(조수력)이 극대화되어 지각판 운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태양 활동도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를 들어, 태양 폭풍이 발생하면 규모 7 이상 강진 발생 확률이 두 배 이상 증가되며 방출되는 총 에너지도 증가한다. 반면 태양의 이온화 방사선이 급증할 경우 지진 강도가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으며 이 효과는 즉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우주선(Cosmic rays), 동물의 행동, 지하수위의 변화, 기온과 기압의 변동(특히 밤 시간대 급격한 기온 하강), GPS 활용한 지표 변형 관측, 지진 잡음 변화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지진 예측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재도 여러 방법과 과학적 접근을 통해 어느 정도 위험도를 추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국가적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 부족 및 현대적 예측 기법에 대한 대중의 낮은 인식이 여전히 큰 과제로 남아 있다.
최 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