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불과 며칠 전, 3월 8일은 전 세계적으로 국제 여성의 날이었다.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많은 구소련 국가에서는 이 날을 공식 공휴일로 지정하여,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감사와 축하를 전하는 특별한 날로 기념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3월 8일이 널리 기념되지는 않지만, 대신 3월14일, 화이트데이가 있다. 이날은 여성들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선물을 받으며,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날을 보낸다.
하지만 선물은 단순히 주고받는 물건이 아니라, 관심과 배려, 그리고 진심을 담은 표현이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모든 선물이 기쁨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매년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많은 여성들이 기대와 달리 실망스러운 선물을 받곤 한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받기를 원치 않는 선물은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카자흐스탄: 실용적이지만 구시대적인 선물
카자흐스탄의 많은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가사와 관련된 선물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주방용품이나 가전제품은 가장 인기 없는 선물로 꼽히는데, 이는 이러한 선물이 가정주부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여성일지라도, 기념일에는 일상적인 집안일과 관련된 선물보다는 특별한 무언가를 받고 싶어 한다.
헤드헌터 (HeadHunter) 리서치 센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가전제품 외에도 카자흐스탄 여성들이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선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쓸모없는 기념품 – 먼지만 쌓이고 실용성이 없는 선물.
2. 조화 – 대부분의 여성은 생화를 선호하며, 조화는 저렴한 대체품처럼 보일 수 있다.
3. 목욕용품과 카드 – 형식적인 느낌을 주며, 개성이 없는 선물로 여겨진다.
연령대에 따라 선호하는 선물도 다르다. 40~50대 여성들은 주로 보석류나 꽃을 원하지만, 젊은 여성들은 개성을 반영하는 선물(전자기기, 경험을 제공하는 기프트 카드, 패션 액세서리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인형과 상품권은 비추천
한국에서 선물은 단순한 배려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다면 한국 여성들이 가장 원하지 않는 선물은 무엇일까요?
1. 대형 사탕 바구니 – 화려하지만 실용성이 없으며, 정성이 부족한 선물로 여겨진다. 한국에서는 이를 ‘예쁜 쓰레기’라고 부르며, 깊은 고민 없이 선택한 선물로 인식된다.
2. 큰 인형 – 성인 여성에게 곰 인형을 선물하는 것은 "당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냥 귀여운 걸 샀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10대 소녀들에게는 괜찮지만, 성숙한 여성들에게는 성의 없는 선물로 보일 수 있다.
3. 상품권 및 기프티콘 – 선물에 개인적인 정성을 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보내면 여자에게 무성의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성별 고정관념이 선물 선택에 미치는 영향
여성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개성을 반영한 선물보다,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거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실용적인 선물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어릴 때부터 여자아이들은 요리나 청소 놀이 세트, 봉제 인형 같은 선물을 받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손의 운동 능력과 창의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장난감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남자아이들이 레고(LEGO), 메카노(Meccano) 같은 조립식 장난감이나 원격 조종 자동차, 모델 조립 키트, 실험 세트 등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되면, 여성들은 대부분 외모를 가꾸는 데 초점을 맞춘 선물을 받게 된다. 화장품, 피부 관리 제품, 향수 등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여성들은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선물을 받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멀티쿠커, 청소기, 식기류 같은 가전제품이나 생활용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선물 선택에서 성 고정관념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선물 문화의 변화: 카자흐스탄과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불호 선물’이 남성들에게 흔히 선택되는 선물이 되었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 30년간 변화해 온 선물 문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90~00년대 초반, 카자흐스탄에서는 실용적인 선물이 인기가 많았다. 값비싼 식료품(초콜릿, 주류, 샴페인, 코냑), 가전제품, 침구류(이불, 침대요) 등이 선물로 자주 선택되었다. 특히 금 장신구는 성인 여성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재산 가치가 있는 투자로 여겨졌다.
한국에서는 선물 문화가 사회적 지위 및 관계 유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90~00년대에는 고급 화장품, 명품 액세서리, 의류, 전통주(특히 인삼주), 그리고 한우, 꿀, 인삼 등으로 구성된 고급 선물 세트가 인기였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면서 여성들의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선물 선호도도 바뀌었다.
최근 카자흐스탄과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선물 트렌드
1.개인 맞춤형 선물 – 각인된 액세서리, 커스텀 다이어리, 맞춤형 뷰티 박스 등 개성을 담은 선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2.체험 중심 선물 – 젊은 층은 물건보다 경험을 선물받는 것을 선호한다. 콘서트 티켓, 워크숍 참가권, 촬영권, 스파 이용권 등이 인기다. 특히 한국에서는 연인과 함께할 수 있는 데이트 쿠폰(로맨틱 디너, 사진 촬영, 여행)도 선호된다.
3.전자제품 – 스마트 워치, 무선 이어폰, 태블릿 등 최신 디지털 기기는 여전히 인기 있는 선물 목록에 포함된다.
결국, 좋은 선물이란?
모든 여성이 같은 선물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피트니스 센터 이용권을,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은 셀프 케어 기기를 반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격이나 실용성이 아니라, 선물을 받는 사람이 존중받고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상대의 취향과 마음을 고려할 때, 선물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진정한 기쁨과 감동을 전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최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