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은 과거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30여 년 역사의 신생독립국이다. '카자흐스탄 민족회의'를 중심으로 다민족 화합정책을 추구하며 100여 개가 넘는 다민족 국가로서의 운명을 극복해 왔으며, 세계 무대로의 화려한 진출을 위해 국가비젼-2030, 2050을 강력히 추구하고 있다. 국가 발전의 동력을 카자흐스탄 정부는 교육에서 찾고자 했으며, 그 일환으로 교육 분야에 아낌없이 지원하고 투자해 왔다. 비근한 예로 카자흐국립대의 경우 신입생의 60-70% 정도는 4년 국가장학생으로 입학을 하는데, 이는 우수인재 영입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교육입국이라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교육정책에 장기적으로 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생독립국 카자흐스탄의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의 실행 중심에 바로 90년 역사의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이 있다. 1934년에 첫 문을 연 카자흐국립대학은 바로 지난 해에 설립 90주년을 성대하게 맞이한바 있다. 지난 10년 동안 본 대학에서 재직해 온 필자 또한 설립 90주년 행사의 중심에서 함께 하며 지나 온 대학의 역사적 발자취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90년은 결코 짧지 않은 긴 시간이다. 카자흐국립대학은 소련 시기와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 시기를 거치며 눈부신 성과들을 달성해 왔다. 본 대학은 자타가 인정하는 중앙아시아를 넘어 CIS 내 최고의 대학 중 하나이다.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 대학은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왔으며, 그 결과 해외 교육시장에서 대학의 순위는 160여 등까지 상승하며 경쟁력있는 대학으로서 인정을 받아 나가고 있다. 필자 또한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것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학의 상징은 대학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카자흐 민족의 대학자인 '아부 나스르 알파라비'이다. 9-10세기에 걸쳐 활동했던 그는 중세 유럽에서도 인정을 받을 정도로 대학자로서의 삶을 살았고, 그의 삶과 그가 남긴 200여 편의 연구물들은 후대의 학자들에게 연구대상이자 훌륭한 학술자료로 이용되고 있다. 독립을 앞둔 1991년 10월부터 카자흐국립대학이 대학자의 이름을 따서 현재의 명칭으로 명명된 것은 우연히 아니다. 신생 독립국 카자흐스탄의 국가적 정체성을 대학자 '아부 나스르 알파라비'의 삶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며, 또 그 위대한 국가적 사명을 바로 카자흐국립대학이 실현시켜 나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90년의 장구한 세월 동안 카자흐국립대학은 눈부신 발전과 성과들을 이루어 왔다. CIS 내 그 어떤 대학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드넓은 캠퍼스와 우수한 교강사진, 그리고 시대적 요구에 부합되는 다양한 전공분야들이 대학 내에는 갖추어져 있다. 여기에 카자흐스탄 내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 자원들이 공부하고 있으며(16개 학부 68개 학과, 26000명의 학부 및 대학원생, 2,000여명의 교강사진), 해외 여러 대학의 학생들 또한 본 대학을 방문하거나 학사 및 대학원 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특히 세계 500여개 대학들과의 교류와 협력은 카자흐국립대학이 더 국제적이고 경쟁력있는 교육기관으로 성장하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 명칭에 걸맞게 카자흐국립대학이 '아부 나스르 알파라비' 대학자의 삶의 가치를 구현해 왔으며, 국가적 정체성의 확립이라는 위대한 과제를 잘 수행해 나가고 있다고 감히 평가해 본다.
대학 내 16개 학부 중 꼭 언급하고 싶은 학부가 있다. 바로 지난 해에 설립 35주년을 맞이했던 동방학부이다. 동방학부는 카자흐스탄 내 최고의 동양학 분야 연구 및 교육기관으로, 4개 학과에서 8개 동양어(아랍어, 페르시아어, 한국어, 중국어, 터키어 등)와 2개 서양어(영어, 프랑스어)와 역사, 문화, 문학 등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졸업 전에 자신이 배우는 언어의 국가들에서 교환학생이나 실습, 복수학위 등을 통해 국제적인 경험을 하며, 그 국가의 언어와 역사, 문화에 대한 깊은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 또한 우수한 교강사진을 통해서 해마다 우수한 동양학 전문가들이 배출되고 있으며, 졸업생들은 사회 각지에서 동양학 분야 전문가로서 대학과 카자흐스탄을 대표하고 있다.
2025년 을사년 새해가 시작되며 필자 개인적으로 카자흐국립대에서 11년차의 삶을 맞이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최고의 상아탑이자 90년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카자흐국립대에서, 35년 역사의 동방학부에서 사랑하는 학생들 및 동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과 감사를 느낀다. «공든 탑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카자흐국립대에게 있어서 '푸른 뱀의 해' 2025년이 지혜로운 변혁과 성장, 발전을 위해 또 한번 도약하는 특별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이병조
(알파라비 카자흐국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