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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얼빈, 존엄의 회복 그리고 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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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하얼빈, 존엄의 회복 그리고 책에 대하여…
      하얼빈, 존엄의 회복 그리고 책에 대하여…
      09.07.2025
      김 블라디미르 나우모비치는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우리가 특히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 신문의 원로이다. 1980년대, 그는 당시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레닌 기치」신문의 특파원으로 활동했다.
      카자흐스탄에서는 매년 6월28일을 언론인의 날로 기념한다. 이를 앞두고 우리는 타슈켄트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대화는 그의 장편소설 「김가네」(«Кимы»)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이 소설은 최근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에서 출판되었다. 하지만 인터뷰는 곧 요즘 자주 언급하는 역사적 진실에 대한 작가의 깊은 고민으로 이어졌다.
      “그 누가 말하지 않는다면 작가나 정치인, 예술인이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김 작가는 말했다.
      “그리고 기자들도요” 내가 덧붙였다.

      인터뷰에서 그는 러시아어로 된 자신의 장편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해준 송은정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에서는 러시아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찾았는데, 약 200명 정도였습니다. 그 중에는 투르게네프와 도스토옙스키 작품 등을 번역한 송은정도 있었죠. 연락을 드렸더니 무척 기뻐하시더군요. 제 장편소설은 두 권으로 나뉘어 출간됐는데, 그녀는 거의 1년간 번역 작업을 했습니다''.

      - 초판 발행 부수는 얼마나 됐나요?
      - 아마 1,000 부 정도 되었을 겁니다. 그 이상은 아닐 거예요.
      얼마 전 저는 한국영화 <하얼빈>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를 다룬 영화)을 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실망스러웠어요.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너무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안 되고 무엇보다 안중근이 극동에서 작전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최재형이라는 이름도 한두 번 언급됐을 뿐이죠…
      예전에 한국에서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했을 때도 해설가가 이 부분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더군요. 제가 못 참고 물었습니다. 안중근이 극동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아느냐고요. 그 해설가는 '네,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자료가 없다'고 답하더군요. 저는 이게 의도적인 침묵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조금씩 조명되기 시작했지만요. 중요한 건, 진실을 써야 한다는 겁니다. 진실은 이거예요. 그 당시 조선 전체가 일본에 완전히 굴복했지 않습니까.

      오늘은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날입니다. 그런데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은 조선인들, 그들은 누구일까요?.. 모든 것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럽습니다...
      왜 30년간 식민지배를 받으면서도 항거하지 않았는지, 그런 이야기도 써야 합니다. 그 모욕과 쓰라린 진실을 통해서야 비로소 사람들은 나라의 국민이 되고 존엄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우리(고려인)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 조상들이 강제로 이주당한 이유도 결국 조선이 일본에 굴복했기 때문 아닌가요? 당시 일본이 극동으로 파견한 첩자들은 대부분 조선인이었습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일본을 조국이라 믿고 충성했을 수도 있어요. 그런 이들에 대한 보고가 소련으로 올라갔고 고려인이 내전에서 뛰어난 전투력을 보였기 때문에 소련은 이들을 일본 편으로 돌아설 잠재적 위협으로 본 것이죠. 그래서 멀리, 깊숙한 내륙으로 이주시켰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대화를 이어가며 이탈리아의 민족 해방 영웅 주세페 가리발디 (Giuseppe Garibaldi)의 사례를 꺼냈다.

      - 이탈리아 민중이 들고일어나자 오스트리아 지배를 순식간에 무너뜨렸습니다. 그리고 가리발디는 역사에 남았고 이름이 별처럼 빛나게 되었죠.
      홍범도 장군도 그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선 민중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한국에서 홍범도 흉상을 둘로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이럴 바에 홍범도의 묘비나 흉상에다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장군님' 새겨져야 한다는 말…

      - 한민족 전체의 입장을 대변해서 말입니까?
      - 네, 맞습니다.

      우리는 텅 빈 홀에 둘이 앉아 있었다. 김 블라디미르 나우모비치는 흰색 티셔츠를 입고 있고 카마레를 그의 가슴 쪽으로 움직였더니 그곳엔 홍범도 장군의 초상화가 인쇄되어 있었다. 카메라가 그 위에서 잠시 멈췄다…
      20세기 초 조선, 노동계급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최초의 기계화된 공장이 들어서며, 탄광과 대공장, 철도, 발전소가 하나씩 세워지던 시기였다. 그러나 산업화는 식민지화와 동시에 얽혀 있었다. 당시 조선은 농촌 사회였고 교육 수준도 낮았다. 그럼에도 나라 안에는 항일 의병이라 불리는 민병대가 있었다. 이들은 주로 구한말 군인 출신, 유학자, 농민, 승려들까지 모여 구성되었고, 이후 1910년대 중반에 이르러 대부분 진압되며 저항의 무대는 해외로 옮겨갔다.

      - 진실을 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라는 절대 부활하지 못해요. 김 블라디미르 작가는 말을 이어간다.

      역사적 집단 기억은 때때로 침묵의 영역을 직면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블랙홀'을 마주하고 재조명하는 것은 다음 세대의 과제이며, 이를 통해 국민 정체성과 시민의식이 형성된다. 과거에 대한 이해는 현재를 해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열쇠다.
      이어 그는 담담히 말했다.

      - 저는 첫 책을 쓸 때부터 줄곧 이야기해 왔습니다. 우리가 여기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 등) 얻은 모든 것은 곧 우리 고려인의 자산이며 더 나아가 한인 민족 전체의 자산입니다. 우리는 어디서든 한인의 이름을 드높여 왔습니다. 우리는 다리였고 전초기지였습니다.

      - 한국에서 출판된 책을 가지고 오셨나요?
      - 집에 몇 권 있어요. 요즘은 가끔 그런 생각도 합니다. 언젠가 한국의 영화감독이 전화를 걸어와 제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해주지 않을까 하고요. 그런데 아무도 전화를 안 하네요 (웃음).

      - 그 영화, 우리 고려사람들이 만들 수도 있어요. 요즘 젊은 감독들도 있고요. 시나리어와 아이디어는 그와 관련 문학에서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들이 작가님의 소설만 읽는다면 아마 일이 시작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인터뷰가 끝난 후 우리가 앉아 있던 테이블에 한국에서 온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와 '미디어 사람' 촬영팀 그리고 김 블라디미르 작가의 가족들이 합류했다. 한국에서 있을 당시, 할 수 있었던 말을 그때는 하지 못한 것을 그는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아쉬움을 안고 있던 말들, 마음속에서 수없이 되새기고 또 다듬었던 말들을 그는 마침내 한국에서 온 손님들 앞에서 조심스럽지만 또렷한 한국어로 하나하나 꺼내 놓았다.
      «작가나 정치인, 예술가가 그것을 말하지 않으면 누가 말하겠습니까?»

      한 블라디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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