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 자유, 그리고 스타일
오늘날 자신의 의류 매장을 연다는 건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은 이야기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여전히 각자의 몫이다. 그것이 나에게만 특별한 게 아니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 더더욱. 카자흐스탄 카라간다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박빅토리아는 그런 특별한 이야기를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녀의 첫걸음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그리고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우리는 종종 이렇게 생각한다. '매일 입기 좋은, 베이직하면서도 스타일 있는 옷 없을까?' 하지만 찾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세상엔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옷'이 수없이 많지만, 정말 '나에게 편안하고 개성 있는 옷'을 찾는 건 어렵다.
박빅토리아는 카자흐스탄의 탄광 도시, 카라간다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리고 10년 전, 그곳에서 그녀의 첫 번째 창업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의류 브랜드 ‘AVISHU.KZ’ (아비슈.케이젯) 이름으로.
“저는 원래 경제학을 전공했어요. 졸업 후 몇 년간 관련 일을 해봤지만, 딱히 제 길이 아니었죠. 뭔가 가만히 앉아만 있는 게 저랑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어요.”
처음엔 중국에서 옷을 주문해서 판매하는 일로 시작했다. 당시에는 수요도 많았고 반응도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보였다.
“옷을 받아보면 사진이랑 실제 상품이 너무 다른 경우가 많았어요. 그걸 고객에게 팔면서 점점 죄송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직접 옷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작은 팀으로 시작한 브랜드. 가장 먼저 그녀를 도운 사람은 엄마였다. 브랜드의 첫 의류는 바로 어머니의 손에서 바느질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팀은 점점 커졌고 브랜드도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사실 저는 디자이너도 아니고, 재봉도 할 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은 50명 넘는 직원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하루하루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고, 고객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어요.”
초기에는 작업복도 제작해봤지만, 팀원들은 금세 번아웃을 느꼈고, 결국 브랜드 본질로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그 선택이 오히려 팀에게 방향성을 되찾아 주었다.
''우리 팀은 꼭 전문가만으로 구성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아비슈'안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많죠. 새롭게 배워가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고, 때로는 독립하기도 해요. 저희에게 여기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가족이고 학교이자 집 같은 공간이에요.''
지금의 '아비슈' 매장에는 비즈니스룩부터 캐주얼, 이브닝룩까지 다양한 스타일이 준비되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옷은 심플하고 조화로운 디자인으로 설계되어 있어 계절별로 필요한 '캡슐 옷장'을 쉽게 완성할 수 있다.
''고객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험과 감각이 생겼어요. 예를 들어, '흰색 기본 티셔츠'라고 해도, 저희 매장에서는 크롭, 슬림핏, 오버핏 – 이렇게 세 가지를 제안할 수 있어요. 모두 프린트 없이 깔끔하고 피부에 닿는 촉감도 좋고, 어떤 옷과도 매치하기 쉬워요.''
예전에는 다른 도시나 이웃나라에 매장을 열 계획도 있었지만 지금은 생산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선 생산을 확대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오프라인 지점을 열 계획은 없지만, 온라인 주문은 전 세계 어디서든 가능합니다.''
직접 제작한 제품이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간단한 수선도 바로 가능하다. 별도로 수선집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 이것이 바로 '아비슈'가 말하는 '진짜 편안함'이다.
''곧 남성복과 아동복 라인도 출시할 예정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카자흐스탄의 유니클로'같은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죠.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하면서도, 무엇보다 편안한 옷을 만드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어요.''
성공의 이야기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단번에 주목받지만, 또 어떤 이는 오랜 시간 자신만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간다. 박빅토리아와 그녀의 팀은 후자다. 이들은 옷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위한 옷을 만든다. 겉치례 없이, 꾸밈없이, 편안함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들 위한 옷.
이들의 여정은 급격한 반전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섰다가 다시 나아갈 줄 아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김 알렉산드라
카라간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