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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과 별, 그리고 빅토르 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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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원과 별, 그리고 빅토르 초이
      초원과 별, 그리고 빅토르 초이
      28.01.2026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몇 가지 자료를 확인하고 사실에 근거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면 초이(Виктор Цой)와 나 사이에만 존재하는 이 감각, 오직 나만의 느낌을 스스로 배반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지금 이 글은 편지도 아니고, 일기도 아니다. 기사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하다.
      특정 독자를 향한 메시지라기보다는, 이 세상의 어느 이름 없는 구석에서 시작된 한 개인의 사유에 가깝다.

      초이를 처음 알게 된 순간은 지금도 선명하다.
      영화 「이글라」(Игла)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죽음을 예감한 채 겨울 공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장면 위로 흐르던 노래가 바로 「그루빠 크로비」(Группа Крови)였다.

      Мягкое кресло, клетчатый плед, не нажатый вовремя курок
      (부드러운 안락의자, 체크무늬 담요, 제때 당기지 못한 방아쇠)

      이 한 줄의 가사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방금까지 앉아 있었던 듯한 의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자리.
      그러나 이제 그 사람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다.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오늘 함께 있는 사람들 역시 언젠가는 모두 사라질 존재라는 사실을…

      「이글라」가 촬영된 곳은 알마티였다.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은 문명화된 이미지로 묘사되었지만, 그 본질은 초원이다.
      초원에는 규칙도, 경계도 없다. 오직 바람과 밤, 그리고 별만이 존재한다.

      초원은 인간의 생과 사에 무심하다.
      그러나 동시에 유목민에게 자유를 허락해 온 공간이기도 하다.
      그 자유를 처음 마주한 인간은 종종 두려움을 느낀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감정은 초원에서 태어나야 이해할 수 있다.
      별이 가득한 밤하늘 아래 누워, 생명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음을 자각하는 순간.
      슬프지만, 옳고 아름다운 슬픔.
      한(恨)이며, 모노노 아와레(物の哀れ; Моно-но аварэ)다.

      초이는 이 감정을 알고 있었던 인물이다.

      유목민의 세계에는 단일한 종교가 없었다.
      그들은 자연을 숭배했고, 태양과 바람, 비와 땅을 존중했다.
      그러한 세계관 속에서 별은 중요한 상징이었다.

      초이는 소련인이었지만 동양적 사유에 깊은 관심을 가졌고
      그의 노래 속에는 도교적 세계관, 음과 양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루빠 크로비」가 만들어지던 시기,
      소련 사회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둘러싼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이들의 공허한 눈빛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초이가
      마치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의 내면에는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했고,
      그가 미리 알고 있던 것들은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고통을
      노래로 남겼다.

      김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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