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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 위대한 카자흐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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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속 위대한 카자흐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역사 속 위대한 카자흐 여성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28.03.2026
      기획 연재 <사회의 흐름을 바꾸고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카자흐 여성>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최초의 여성 저널리스트'와 '초대 페미니스트'에 이은 이번 최종편의 주인공은 카자흐 여성 최초로 교육·사회·외교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한 인물이다. 근대 카자흐 사회의 기틀을 세운 그녀의 찬란한 궤적을 따라가 본다.

      카자흐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발좐 불트리코바(Балжан Бөлтірікова, 1921~1998)

      카자흐 민족의 첫 여성 외교관이자 카자흐인 최초로 UN총회에 참가했던 인물로서 카자흐스탄의 외교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발좐 불트리코바. 그녀는 이 뿐만 아니라 불과 21세의 나이로 학교 교장의 자리에 오른 이래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사회보장부 장관,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직까지 차례로 역임하며 한 국가의 교육·복지·외교 분야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여성 위인이다.

      1921년 카자흐 남부의 잠블 주 코르다이 지역의 촌에서 가난한 농민 가정의 딸로 태어난 발좐 불트리코바는 이미 초등학교 6학년 무렵부터 당시 소련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던 농민 대상 문맹퇴치 교육 활동에 선생 자격으로 참가해 마을 어른들에게 글을 가르칠 정도로 어려서부터 학업에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어린 발좐 불트리코바의 총명함과 뛰어난 학업 성취도는 그녀에게 당시 소련 변방의 소수민족 학생으로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모스크바 견학이라는 포상까지 안겨줄 정도로 주변의 이목을 끌었다.

      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불트리코바는 1937년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알마티(당시 알마아타)로 거처를 옮기고 사범 전문대의 카자흐어문학과에 입학했다. 대학교에서도 뛰어난 성취도로 가장 높은 등급의 국가 장학금을 받으며 학업을 이어간 그녀는 특유의 사교적인 성격과 타인의 필요를 잘 파악하여 도움을 주는 능력으로 이미 이 때부터 천부적인 정치인·외교관으로서의 자질을 드러내 보이며 학우들과 교수진들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게 대학 재학 중 발좐 불트리코바는 카자흐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물들 중 한 명인 법학도 이스칸데르 코자바예프(Искандер Кожабаев)를 만나 결혼하였고, 이후 사범 전문대를 졸업한 뒤에는 아바이 카자흐 민족사범대학교에 진학하여 계속해서 학문과 학업을 닦았다.

      최우수 성적으로 학업을 마친 발좐 불트리코바는 교육자로서의 뛰어난 자질을 인정받아 1942년 탈디코르간 주 소재의 학교에 교감으로 부임하게 되었으며,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당시 알마티 내의 유일한 카자흐어 학교였던 제 12학교의 교장으로 임명되기에 이른다. 이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21세였다.

      어린 나이에 한 학교의 수장으로서 당시 한창 제 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럽던 사회적 상황 속에서 교직원 부족으로 인한 교무분장 문제, 아직 자리 잡히지 않은 교육법, 당국과의 학교운영 조율 사안 등을 모두 직접 해결해 나가야만 하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발좐 불트리코바에게는 오히려 이 과정이 훗날 사회복지, 외교 등 국정의 중대사를 맡아 수행하는데 필요한 역량 쌓기에 크나큰 자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시대가 필요로 하는 통솔자의 자질을 갖춘 인물임을 계속해서 입증해 나가며 그녀는 1949년 카자흐 공산당 중앙위원회 초·중등학교 근로자 노동조합 위원장의 자리에까지 올랐고, 1955년에는 34세의 나이에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사회보장부 장관에 임명되어 11년간 해당 보직을 수행한다. 이 시기 발좐 불트리코바는 장애인, 노인, 고아 등 카자흐 사회의 취약계층에 속한 이들의 여건 개선을 향한 행보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특히 이 때는 제2차 세계대전과 대조국 전쟁이 끝나고 전장에 나갔던 수 많은 카자흐 사회주의 공화국의 국민들이 전사함으로 인해 가장을 잃은 가정들, 그리고 집과 가족을 잃은 고아들이 속출하던 시기였다. 그녀는 고아들을 위한 보육시설과 노인들을 위한 양로원 등을 증설하는 한편, 맹인과 농아 등 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기관과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근로활동에 몸담을 수 있는 공장들을 짓기 시작했다. 그 중 그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카자흐스탄 최초의 정형외과용 보철물 제조 공장의 설립을 꼽을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당시 전쟁에서 장애를 입고 돌아온 이들을 비롯해 당시 카자흐 사회에서 여러 신체적인 불편함을 겪던 수 많은 장애인들의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키고 삶의 질을 한층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처럼 카자흐 사회의 복지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발좐 불트리코바는 1966년부터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장관회의 부의장직과 소련 최고회의 산하 민족회의 의원직을 겸임하게 되며, 그와 더불어 카자흐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으로까지 임명되기에 이른다. 이 때를 기점으로 그녀는 아시아·아프리카 단결위원회, 소비에트 여성위원회 등과 관련된 활동에 활발히 몸담으며 카자흐 사회 뿐만 아니라 소비에트 연방 전역과 당시 소련의 우방국들에도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발좐 불트리코바는 1970년, 소비에트 연방 사절단의 일원으로 UN총회에 참가해 당시 서방 진영과 첨예한 대립 중에 있던 안건을 놓고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우방국가들에 외교적 영향력을 발휘하여 본 총회에서 소련에게 유리한 표결을 이끌어 낸 공로로 소비에트 연방 정부로부터 ‘노력적기훈장’을 수훈한다.

      1971년에는 카자흐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교육과학부 장관으로 임명되어 1974년까지 재직했으며, 이후 국가 전문교육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추대되어 1980년 은퇴하기까지 국내 기술직업전문 교육기관들의 발전과 더불어 공교육 수준의 향상을 위해 다방면으로 힘썼다.

      천부적인 통솔력과 박애정신,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한평생을 카자흐 민족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았던 발좐 불트리코바는 1998년 5월 77세를 일기로 알마티에서 타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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