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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이 (된장)는 모든 것의 머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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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이 (된장)는 모든 것의 머리이다
      28.05.2024
      '빵은 모든 것의 머리이다' 러시아 음식 관련 속담처럼 고려인에게 짜이 (고려말 – тяй (자이, 탸이), 러어- соевая паста, 한국어 – 된장)는 모든 것의 머리이다 라고 하면 과언이 아니겠다.
      강제 이주 이후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현지식으로 음식을 먹기도 했지만, 여전히 한민족의 전통 식습관을 간직하고 있다. 음식에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음식을 통해 추억을 회상하거나 고향의 맛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고려인은 그렇게 음식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올해 어느 날 우리 신문사를 찾아온 안 티모페이 미로노비치 (Ан Тимофей Миронович)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원래 타쉬켄트에서 자기 딸인 류드밀라를 보러 왔는데 <고려일보>사를 찾은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는 그 동안 짜이 (된장)를 직접 만드는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 티모페이는 카자흐스탄에 올 때마다 여기 사는 친척이나 지인들이 ‘다른 거 몰라도 안 선생님이 직접 만드신 짜이 (된장)를 꼭 가져 와 달라’고 부탁들 많이 받는다.
      소비에트가 붕괴되고 나서 나라의 국경들이 열려 한국산 장류식품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독립된지 30년이나 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4~5세의 고려인들이 된장을 만드는 기술을 많이 잊게 되었다. 왜냐하면 재래시장이나 슈퍼마트에 가면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 손의 ‘짜이’는 슈퍼의 ‘짜이’맛과 차이가 좀 있다.

      안 티모페이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 장류는 고려인뿐만 아니라 다른 민족에게도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큰 식품가공공장에서 생산되어 있다. 하지만 많은 한인들은, 특히 고려인들, 사람의 따뜻하고 다정한 손으로 메주를 만들어 틈새바람이 없는 태양이 쨍쨍 내리쬐는 환경에서 숙성된 ‘짜이’보다 더 맛있는 것은 없다고 믿는다.

      - 일반적으로 연령이 있는 사람, 즉 삶의 경험, 세속적 지혜를 달성한 사람들이 장을 만든다. 아니면 혹시 사람이 젊을 때 다른 일로 바빠서 짜이처럼 노동집약적인 요리를 준비하는 데 집중할 시간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힘든 작업이 많기 때문에 여자가 아닌 남자가 짜이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안 티모페이 선생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콩메주를 쑤는 데에 도와 주었는데 약 40살 될 때 ‘짜이’ 만들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짜이를 직접 한지 20년이나 넘었는데 어머니가 만든 짜이맛과 많이 다르다. 안 선생의 말로는, 수년이나 걸쳐 그 과정에 자기만의 비법이 생기고 나름 요리법 개선하는 데 한계가 없다고 한다. ‘언젠가 나도 내 지식을 전해줄 것이며, 그 계승자는 나의 래시피도 개선하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짜이 (된장)를 만드는 것이 매우 흥미롭고 창의적입니다. 된장을 요리할 때 자기 자식을 키우는 것처럼 대접해야 합니다. ‘짜이’가 숙성하는 데 약 6개월이나 더 이상 걸릴 수 있습니다. ‘짜이’는 와인과 똑같이 시간이 흐를 수록 그의 맛은 더 깊어지고 풍요로워집니다. 된장은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식재료이며, 잘 만든 된장은 상하지 않고 유통기한 없이 보관해도 됩니다. 그런데 내가 만든 짜이는 이렇게 오래 보관되지 못 합니다. 왜냐하면 내 ‘짜이’는 보통 바로 다른 손에, 즉 다른 식탁에 넘어가니까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보통 건조하고 높은 기온의 여름에 제조되는 고려인식 장류와 달리 한국식 전통 장류는 저온 건조한 늦가을에 제조된다. 서보영, 엄정선 등의 한국 연구원들이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제조 장류의 품질특성’에 대해 조사한 바와 같이 우즈베키스탄 장류는 저온저습의 늦은 가을에 제조되는 한국의 장과 매우 다른 환경인 고온저습에서 자연발효로 제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한국식 장과 매우 유사한 품질특성을 가졌다.
      지금 ‘짜이’를 직접 만드는 안 티모페인 선생 같은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한반도에서 유래되어 고려인에 의해 계승되고 있는 장류 (醬類) 요리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희망하며, 이 글의 시작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음식에는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힘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한민족, 또는 고려인으로서의 어머니의 맛을 잊으면 안 된다.

      물에만 밥 맛은
      우리가 아니면
      귀신도 몰라요
      좋은 흘레브 먹을 때도
      나는 가만 그 맛이 생각나
      밥 잘 짓던
      어머니 생각을 해요.

      (고려인 강태수 시인, ‘잊지 못할 맛이랑’ 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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