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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탈리 마버 권: “카자흐스탄의 고려인과 재미교포, 생각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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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탈리 마버 권: “카자흐스탄의 고려인과 재미교포, 생각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나탈리 마버 권: “카자흐스탄의 고려인과 재미교포, 생각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요”
      08.08.2025
      ‘고려사람’ 혹은 ‘포스트소비에트 고려인’이라는 현상의 연구는 독립 초기에 활발히 이루어졌다. 한국계 이민자들은 그 시기에 자신을 돌아보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수십년이 지난 지금 그 질문은 자녀 세대에게도 이어졌다.

      “혼혈 한국계는 생각보다 더 깊은 질문을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속하는가’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미국 출신 연구자 나탈리 마버-권(Nathalie Marver-Kwon)은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현재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연구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주목한 대상이 바로 ‘혼혈 고려인’이라는 점이다.
      나탈리는 미국 내 한국계 2세이자 혼혈인으로, 자신과 비슷한 뿌리를 가진 이들을 만나기 위해 카자흐스탄을 찾았다. “여기에도 저처럼 여러 문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고려인들이 많아요. 그들의 이야기는 곧 제 이야기이기도 하죠”.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과 아시아계의 혼혈을 가리키는 'whasian' (웨이시안)'이라는 속어가 등장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에서는 '자구뱌(тягубя)라는 단어가 러시아계와 고려인의 혼혈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나탈리는 이 두 개념이 '단순한 혼혈'을 넘어 정체성 혼란, 사회적 위치, 문화적 경험의 차이를 드러내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대개 국적이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동시에 외모가 주는 첫인상도 무시할 수 없어요. '너 어디서 왔어? 같은 질문은 점점 사라지는 추세지만 여전히 불편할 때가 많죠. 우리 부모는 이민자지만, 저희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니까요. 이 질문에 간단히 대답하기가 어려워요».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들에게는 종종 그들이 왜, 어떻게 미국에 오게 되었는지를 둘러싼 고정관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각자의 삶에는 각기 다른 이유가 있으며, 전쟁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든, 지정학적 상황이든, 혹은 경제적 어려움이든 그 결정은 모두 개인의 몫이다. 이제는 각 디아스포라 공동체가 스스로 왜 미국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했는지를 정의하고 외부로부터 주어진 선입견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낙인은 재미 한인 사회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2세들에게 더욱 크게 작용한다. 혼혈인, 더 넓게는 미국 내 재미 교포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그것을 한국에 대한 마지막 기억과 연결짓게 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국식 생활방식, 조상들이 겪은 역사, 이민 경험 등이 세대별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가 되는 것이다.

      혼혈인들은 보통 '민족'이라는 개념보다는 '경험'을 중심으로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경험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왜 한국의 한국인과 미국의 한국인은 다른 사람인가?''
      ''재외 동포와 이른바 '진짜' 한국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건 누가 정했는가?''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역사는 강제이주와 정착, 그리고 점진적인 동화의 과정을 통해 비교적 명확한 서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미국 내 한인의 역사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띤다.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들은 시기별로 서로 다른 세대적 특성을 지닌다. 1920년대에 이주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1960년대, 1980년대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 미국으로 향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이주 배경도 경험도 모두 다르다.

      일제 강점기를 피해 떠난 이들이 있었고, 이보다 앞서 러시아 연해주 등지로 이주한 이들도 존재한다. 한국전쟁 이후인 1960년대에는 또 다른 세대가 미국으로 이주하였으며, 그 흐름은 이후의 상대적 평화기까지 이어졌다. 이러한 다양한 이주 서사는 오늘날 미국 한인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제가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역사와 삶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우리 (미국 한인)와 이들의 '소속감'에 대한 고민이 상당히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하는 나탈리 마버-권 씨는, 언어 문제 또한 이들에게 공통된 고민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에서는 '어떤 민족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어를 하지 못하면 '한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정체성의 기준이 언어에 의해 규정되는 현실은 특히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한인들에게 부담이 된다.

      카자흐스탄의 상황도 비슷하지만 또 다르게 복잡하다. 독립 이후 국가 정체성이 강화되면서 오늘날 카자흐스탄에서는 '국가 언어'인 카자흐어의 사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카자흐스탄의 고려인들은 어떤 언어를 '먼저' 배워야 하는 걸까?

      역사적으로 소련 시절, 고려인들은 고려말을 점차 잊었고, 러시아어가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국어가 되었다. 이들은 카자흐스탄인, 우즈베키스탄인, 러시아인 등이 되기 이전에 '소련인'이었다. 러시아어 구사는 당시 생존과 사회활동을 위해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조건이었다.

      그러나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에서는 카자흐어 위상이 점차 높아졌고 현재 카자흐어를 가장 잘 구사하는 고려인은 바로 '자구뱌'로 불리는 혼혈 고려인들이다. 이들은 피가 섞인 덕분에 혹은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여러 문화를 동시에 체득하게 되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언어를 접하며 살아간다.

      이들이야말로 다문화 사회 속 가장 이상적인 조화를 체현하고 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물론 '자구뱌' 또한 각기 다른 뿌리와 배경을 지니고 있으며, 정체성에 대한 이해 또한 다양하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민족적 정체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살아가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느낌 속에 불안정한 소속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세대 고려인들이 마주한 공동의 과제다. 그에 대한 해답은 결코 단 한 권의 책으로도, 하나의 정의로도 설명될 수 없다. '자구뱌'든 '웨이시안' (whasian)이든 우리는 모두 나름의 방식으로 '태양 아래 나만의 자리'를 찾고 있는 중이다.

      이 인터뷰에 담긴 의견 및 정보는 인터뷰이 개인의 견해에 불과하며, 소속 기관이나 국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송디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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