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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사람 정체성의 리좀 (rhizome: 뿌리줄기, 근경(根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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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사람 정체성의 리좀 (rhizome: 뿌리줄기, 근경(根莖))
      고려사람 정체성의 리좀 (rhizome: 뿌리줄기, 근경(根莖))
      이 글에는 고려사람의 현대적 정체성과 «큰 고국» 죽음의 현상 그리고 젊고 독랍한 국가 발전 과정 속 맥락에서 우리의 독특한 문화에 대한 자기반성의 관점을 간략히 살펴본다. 간결성과 접근성을 위해 내 생각을 4개의 작은 기사로 나누며 본 글에서 설명하는 아이디어는 다음 호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겠다.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말할 때마다 외국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내가 반은 한국인이고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나 살고 있으며 러시아를 말한다 설명하면 그들은 논리적 연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나는 수년 동안 이 불합리한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지난 5년 동안 내가 한국의 뿌리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깨달았을 때까지… 이런 깨달음 후에 자신을 어떤 민족 집단과도 속하기가 불가능해졌어 정체성 위기가 발생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역사, 문화, 전통을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독립 국가에 살고 있는 서로 다른 국적의 민족의 자기 정체성 문제는 오래된 문제가 되어 왔지만 현대  지정학적 상황의 혼란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 문제는 개인이 유사한 사람들의 집단에 합류하려는 단순한 필요에 기초하고 있지만 고려사람의 경우 그러한 «형제적» 집단을 찾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한반도 밖에서 태어난 n-세대의 한국인은 누구와 동일시해야 하는가? 같은 고려사람과? 아니면 재미 교포나 유럽 교포와 동일시해야 하는가? 아니면 자신을 «큰 고국»인 한반도인과 동일시해야 하나? 그렇다면 현대 두 코리아 중에 어느 코리아가 더 «큰가»? 물론, 영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그 둘 중에 누구와도 재결합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고려사람에게 «큰 고국»이 죽었기 때문이다. 왜? 많은 주장이 있지만 여기서 코리안 사람의 집단 기억의 파편화라는 근본적인 주장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겠다. 고려인 최초 이주 이후 160년 동안 러시아 혁명, 일제 강점기, 스탈린 강제이주, 한반도 분단 등 주요 사건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동안 서로 다른 장소에 있었던 코리안들이 매우 다른 경험과 트라우마를 겪었고, 이는 집단적 경험의 파편화 하게 되었다. 대략적으로 말하면 세계 각지의 코리안들은 더 이상 서로의 경험을 «이해»할 수 없으며 서로의 경험을 동정시킬 수도 없다. 스탈린의 의해 억압받은 고려인의 경험은 (미국에서 비롯된) 대공황을 겪고 살아 남은 한국인의 경험과 크게 다르다.

      또한, «큰 고국»의 죽음의 더 분명한 증상이 있다. 언어의 변형과 상실, 전통과 의식의 억압, 명절과 민속의 의미 약화, (민족의) 전통 요리의 변형 등이 있다. 문제는 무엇일까? 위에 말한 대부분은 구소련의 평준화 및 강제 정착 정책에서 비롯한 결과이며, 그러한 변형의 종합적 성격은 후속 인류학 분석에서 확실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인과 당시 «살아 있던 큰 고국»과 연결하던 핵심 매듭은 이제는 없어졌다. 그리고 오늘날 160년 전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올 수 있는 통일된 한반도도 없다. 한반도는 적 이해관계로 분열되어 있다. 단순히 그 땅과 영적으로 연계시키는 것도 더 이상 불가능하다. 특히 결코 모국을 방문하지 못 할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큰 고국»은 죽었고 이와 함께 문화 ∙ 역사적 위계도 죽었다. 즉, 오늘날 고려사람에게는 이미 되어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없다. 그리고 이것은 고려사람의 독특한 자기 정체성의 시작이며 첫걸음이다. 그러한 위계가 사라지면서 문화의 헤게모니와 단수형 «진짜»의 한국 문화에 대한 비정상적인 관념도 사라지고, 뿌리줄기에서 중심 (코어, core)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고려사람의 근경(根莖)은 리좀으로 변한다. 리즘이란 식물의 땅속줄기 (지하경地下莖)의 일종인 뿌리줄기(근경根莖)를 말하는데, 이는 단일 중심 (코어)가 없지만 개별 부분들이 명확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 즉, 이것은 객 개념이 그 자체로 전체적이고 어떤 계층에서도 자유로운 동질적인 관계의 모델이다. 뿌리는 공통 핵심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고려사람은 더 이상 메타피지컬 «큰 고국» 형태의 핵심이 없다. 핵심 (뿌리) 부재는 우리가 다른 집단과 고대 전통과 비교하고 연결시키려고 할 때 정체성 위기의 원인이 된다. 어떤 문화도 우월하거나 근본적이지 않은 리좀 사상에서는 비교를 통한 자기 정체성의 가능성은 스스로 제거된다. 그렇다면 전망성이 있는가? 고려사람에게는 젊은 독립국가의 정체성과 자기정체성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현존하는 전통을 버리자는 게 아니고 자신의 정체성을 마켓 (시장)을 위해 상업화하라는 요구도 아니며, 거주하는 나라의 문화에 흡수하자는 말도, 분리주의적 저항에 대한 말도 아니다. 내 말은 다른 코리안 문화와 거주하는 나라의 문화 간에 진정한 리좀 (뿌리줄기)적인 연결의 섬세한 균형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겪은 트라우마와 경험을 현대적 현실에 반영해서 다시 생각하고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서 다음 논문에서 말하겠다.

      이제 고려 사람의 내심 상실에 수반되는 이것이  집단적 자의식의 중요한 전환 순간이라고 예고하는 부작용이라는 점만 덧붙이겠다. 이러한 인식은 이후에 활기찬 자기 정체성을 함양하기 위한 새로운 기반을 열어주며, 오늘날 각 고려사람은 복잡하고 매혹적인 과정에 독특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갖게 된다.                    

      알렌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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