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촬영하기 위해 시옐리(Shieli) 마을 근교로 향했다.
커다란 표지판 앞에 차를 세웠을 때 마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위성지도를 보니 논의 위치와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길이 선명하게 보였다. 정연두 작가와 촬영팀이 주변 풍경을 담는 동안 젊은 운전기사가 논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우리는 곧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넓은 농장이었다. 물길을 따라 놓인 수로와 작은 다리, 그리고 굳게 잠긴 커다란 철문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정연두 작가는 해가 더 높이 오르기 전에 촬영을 마치고 싶어 했다.
"논 가까이까지만 들어가도 될까요? 촬영만 하고 바로 나오겠습니다."
주변을 둘러본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혹시 누군가 나타나면 사정을 설명하면 될 일이었다. 시골 사람들은 대체로 순박하다.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검은 옷을 입은 세 사람은 철문을 넘어 갈대숲 사이로 모습을 감췄다.
십여 분쯤 지났을까. 오토바이를 탄 한 남성이 다가왔다.
인사를 건네고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들어온 것을 사과하며 촬영 때문에 잠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촬영하세요" 그는 짧게 대답했다.
그러더니 철문 오른쪽 문짝이 걸려 있는 쇠기둥에서 열쇠 하나를 꺼냈다. 자물쇠를 열고 오토바이를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다시 문을 잠그고는 열쇠를 원래 걸려 있던 자리에 그대로 걸어두었다. 15분쯤 뒤에는 말을 타고 농장을 둘러보던 젊은이도 똑같이 했다. 이어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탄 '가젤' 화물차도 같은 방식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먼저 "아살람 알레이쿰" 하고 인사를 건넸다.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같았다.
"와알레이쿰 살람"(카자흐스탄에서 흔히 주고받는 인사)
그 익숙한 인사말 속에는 평온함이 있었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을 만난 듯한 정겨움이 담겨 있었다.
…
우리 머리 위로는 같은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같은 먼지가 우리 발끝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차가운 물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기쁨도, 그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에게 똑같았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