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오젬픽’(Ozempic)은 이제 틱톡 사용자들과 유명인들 사이에서 빠르게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킴 카다시안, 레이디 가가, 일론 머스크 등 여러 유명 인사들이 이 약을 복용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하지만 빠른 체중 감량 뒤에는 과연 어떤 대가가 따를까?
강요된 미의 기준: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틱톡 필터까지
마른 몸에 대한 집착은 수십 년간 반복된 이미지가 무의식에 각인된 결과다. 2000년대에는 ‘헤로인 시크’ 트랜드가 유행했으며, 볼이 움푹 파이고 창백한 마른 모델들이 잡지 표지, 패션쇼, 영화 등을 장악했다.
2010년대 들어 바디 포지티브와 인클루시브한 흐름이 등장했지만, 곧이어 새로운 기준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바로 마른 몸에 곡선이 있는 ‘인위적인 이상형’ - 납작한 복부, 잘록한 허리, 큰 가슴과 엉덩이이다.
오늘날 틱톡과 인스타그램 알고리즘은 ‘글로우업’, ‘전/후 비교’, ‘1200칼로리 식단’ 등의 콘텐츠를 통해 이러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필터로 얼굴과 몸을 왜곡하는 영상까지 더해지며, 사용자들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정상적인 체중 감량 방법과 새로운 ‘마법의 약’
2000년대 중반 이후 미디어는 끊임없이 ‘빠른 다이어트’를 홍보해왔다: 극단적인 식단, 단식, 디톡스, 변비약 다이어트 차, 과도한 운동 등이 유행했다. 동시에 거식증은 미화되기 시작했죠. ‘모델은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는다’는 이미지는 경고가 아닌 자기절제의 이상형으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섭식장애는 대중화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거식증은 사망률이 최대 20%에 달하는 가장 치명적인 정신질환 중 하나이다. 폭식증, 건강강박(오르토렉시아), 강박적 과식 등의 시작점도 흔히 ‘조금만 살을 빼야지’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죠. 유튜브나 틱톡 속 ‘한 달 만에 10kg 뺀 방법’ 같은 영상이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그리고 2021년부터는 식단보다 약물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 바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이 있다.
오젬픽: 쉬운 해결책이라는 착각
오젬픽은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 속도를 늦추며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는 효과가 있다. 운동이나 식단 조절 없이도 몇 달 만에 체중을 10~15% 감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빠른 효과 뒤에는 여러 부작용이 숨어 있다. 메스꺼움, 구토, 근육 손실, 췌장염, 위장장애, 약물 의존 가능성 등이다. 복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경우가 많고, 때로는 감량 전보다 더 증가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재복용에 의존하게 되며, 섭식장애가 심화될 수 있다. 특히 호르몬과 대사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젊은 여성들은 더욱 취약하다.
‘오젬픽’으로 누가 수익을 얻는가?
미의 기준은 개인이 아니라 산업이 만든다. 패션, 뷰티, 제약, 피트니스 산업이죠. 이들은 ‘자기 수용’이 아닌, 끊임없는 ‘결핍감’을 통해 소비를 유도한다. 자신감이 부족한 여성은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 화장품, 시술, 피트니스, 그리고 약물까지…
1. 제약 대기업
오젬픽을 제조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2023년 한 해에만 330억 달러 이상의 사상 최대 수익을 올렸다. 이로 인해 당뇨병 환자들 사이에서는 약품 부족 현상까지 발생했다.
2. 인플루언서와 블로거들
SNS는 이 약물 유행을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 콘텐츠는 병원이나 유통업체의 ‘숨은 광고’이며, 인플루언서들은 후원, 바터, 조회수 수익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수익화하고 있다.
3. 사설 클리닉
미국, 한국, 페르시아만 국가, CIS 지역의 병원들은 GLP-1 계열 주사를 체중 감량 프로그램으로 판매하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임에도 ‘식단 대체제’처럼 포장되어 광고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서는 한 앰플당 10만~30만 텡게가 소요되고, 수개월간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이상적인’ 몸을 얻는 대가
오젬픽과 같은 약물은 쉬운 해결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대가가 존재한다. 누군가는 불안과 열등감을 통해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몸과 정신, 욕구와 연결되는 감각을 잃고 있다.
최 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