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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심리상담소 대신 ‘이것’…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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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과·심리상담소 대신 ‘이것’…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를 말하다
      정신과·심리상담소 대신 ‘이것’…  정신건강 위기에 직면해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를 말하다
      06.03.2026
      본 내용은 이전 호들에서 <사회 분위기상 ‘힘들다’ 표현 못해…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르는 카자흐스탄의 남성들>, <‘남성 자살률, 여성 대비 5배 많아’… 적신호 켜진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정신건강>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특집글의 최종편이다.

      (전편에 이어)

      남자들간 ‘몸의 언어’를 우울장애 치료 수단으로 - 카자흐스탄 남자들의 ‘파이트 클럽’

      ‘성장·변화지향형 남성 격투 모임’을 표방하는 남성 자조모임 ‘Brave’를 운영하고 있는 루슬란 후사이노프 단장 역시 이전 편들에서 다루었던 우울장애 치료 전문의, 심리상담 전문가들의 의견과 상통하게 “현대 남성들의 정신건강 위기는 고립감, 그리고 자신을 향한 지지의 결여감에 크게 기인한다”고 말한다.

      “옛날 세대와는 달리 현 시대를 살아가는 35세 이상 연령대의 남성들은 친구들과 만남을 가지는 시간이 적습니다. 한때 잘 어울리며 지냈던 친구들 중 누군가와는 서로 간에 사회·경제적 격차가 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또다른 누군가와는 관심사·가치관 등의 변화로 공감대를 잃게 되면서 점차 현실에서 만남을 유지하는 대상이 줄어들지요. 여기에 더해 현대인의 생활 전반에 깊숙이 침투한 인터넷까지 이러한 풍조가 심화되는데 한몫하고 있고요. 온라인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실생활에서 친구들을 만나 소통을 할 여력과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죠.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현 시대의 사람들은 같은 인간, 그리고 같은 남성끼리 주고받는 유대·지지감의 부재를 느끼기에 이르렀으며, 이러한 심리적 상태는 결국 심각한 고립감과 절망감으로 번져 개개인의 자살 위험성 증가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현대 사회 속 남성들이 겪고 있는 유대감·소속감 결여와 고립감 심화는 이들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여러 문제들에 대처하는 자세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후사이노프 씨는 “현대의 많은 남성들은 삶 속에서 직면한 위기들을 해결하는데 있어 여러 취약점을 드러내는데, 특히 금전 관련 문제에서 그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는 ‘도박 중독’은 지지감 결여와 고립감을 안고 살아가는 남성들 사이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문제로, 그 과정이 끝내는 자살로 귀결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지적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행심리를 부추기는 카지노, 스포츠 베팅 같은 오락거리가 크게 발달해 있습니다. 여기에 걸려들어 돈을 탕진한 많은 남성들은 결국 부채와 정신적 고통 등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요. 이외에도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높은 수익을 목적으로 돈을 빌려 투자자본을 늘리는 것)’ 방식의 주식 또는 암호화폐 거래에 손을 대다가 큰 빚을 지고, 역시 이를 감당하지 못해 자살로써 삶에서 도망치는 경우도 많지요.”

      그는 현대 남성들의 정신건강과 금전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장기화되는 자신의 금전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체감하는 남성은 단순히 힘든 것을 넘어 ‘수치심’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주변에서 그 누구도 더이상 돈을 빌려주지 않으며, 이미 도움을 주었던 이들조차 더는 그와 소통하려 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외톨이가 되는 것이죠. 사회적 관점에서는 분명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그중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그는 이미 주변 모두에게 빚을 질 대로 졌으며, 그로써 얼마나 자신이 ‘비양심적이고 불성실한 존재’인지 증명한 셈이니까요.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무엇보다 수치심이 크게 들지요. 결국 이 모멸감이 자살이라는 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고요. ‘그동안 진 빚을 청산할 수 없는 상황’ 그 자체보다도 ‘실패한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심 말입니다. 바로 이것이 남자의 존재감, 정신, 중심을 무너뜨리며 결국 그로 하여금 스스로 삶을 마감하도록 부추기는 요인이 되는 것이지요.”

      한편 후사이노프 씨는 “요즘 카자흐스탄에서는 일반적인 정신건강심리상담 전문가들의 서비스 가격이 평균 2만 5천 텡게 선에 형성되어 있는데,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의 비용은 그보다 훨씬 높은 4만 텡게 수준이다. 누구나 선뜻 1회 상담 비용으로 부담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오늘날 정신건강 위기에 처한 카자흐스탄 남성들이 전문가·전문기관을 찾아가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단순히 사회적 시선에 대한 두려움 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감에도 기인하고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당신이 현재 상기한 문제들을 겪는 남성으로서 심리상담사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같은 전문가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어렵다면, 하다못해 주변의 친구들에게라도 자신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들의 지지와 도움을 받아보라”고 강력히 권고하는 한편, 재차 남성들을 위한 대안 심리치료의 메리트에 대해 조명하면서 본인이 운영하는 ‘격투 자조클럽’(지난호 참조)에서와 같이 남성들끼리 모여 활발한 신체활동을 중심으로 정신건강 개선에 임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을 비롯해 체내에 쌓인 여러 독성 호르몬을 배출시킵니다. 샌드백을 두들기고, 스쿼트와 팔굽혀펴기 등의 단순한 루틴만 거치더라도 말이죠. 남성들은 아주 기본적인 운동을 통해서도 호르몬 분비 체계의 변화를 체험하고 부정적인 기운에서 멀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정신적인 이상증세 -물론 중증이 아닌 경우에 한해- 까지도 서서히 완화되는 효과가 있고요.”


      “혼자라는 고립감에서 벗어났어요” - 봉사활동을 통해 되찾은 삶의 의미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자원봉사를 비롯한 각종 사회공헌활동 또한 심리치료의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소개할 사례는 자선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정신적 위기를 극복해냈다는 어느 카자흐스탄 남성의 이야기다. 익명으로 본인의 경험담을 공유한 그는 자신이 겪은 우울증의 발단이 당시 연인과의 결별이었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별을 통보한 후 외국으로 떠나버린 애인을 따라 거주지를 옮길 정도로 간절히 재결합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깊은 상심에 빠졌다고.

      “당시로서는 제 삶의 기반, 토대를 잃은 심정이었습니다. 상실감에 직장을 그만두고, 자취하던 집도 정리하고, 가지고 있던 물건들은 주변인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무작정 떠나버렸죠. 정말이지 앞으로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한없이 막막한 마음에 저지른 행동이었습니다.”

      이후 새롭게 자리잡은 곳에서 그는 그 지역에서 청소년·청년층과 결손가정 등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자선단체를 찾았다.

      “그 단체에서 제게 면담 제의를 해왔어요. 저의 지나온 인생, 그동안 거쳐왔던 어려움들, 극복 과정과 비결 등 여러가지 질문을 하더군요. 그러고는 저에게 그 단체 내에서 청년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곳에서 가장 젊은 멘토가 되었죠. 제가 맡게 된 청년은 그 안에서도 가장 문제가 심각한 케이스였어요. 알코올 중독, 범죄경력, 금전문제에 친자 양육권까지 빼앗긴 청년이었습니다. 제게 주어진 임무는 그 청년과 함께 살며 그가 올바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역할이었어요. 그 외에도 비교적 상황이 덜 심각한 두 명의 청년들을 추가로 맡았고요.”

      그는 이러한 활동이 ‘업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하나의 대가족 안에서 맏형 역할을 하며 고민상담·조언, 일상적 동행, 사회활동 조력 등 자신보다 어린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고 있음을 느꼈다고. 그는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렇게 타인을 돕는 과정 속에서 내 스스로의 삶도 나아지더라”고 고백한다. 특히 그는 그렇게 멘토링 활동에 몸담는 중에도 은행계좌가 동결되고, 여권을 압수당하고 가족으로부터 의절까지 당하는 등 갖은 역경을 겪었는데, 자신이 지도를 맡은 청년들과 함께 지내면서 오히려 그들로부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받고 이를 통해 본인이 혼자가 아님을 느끼며 그토록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다고 말한다.

      “후에 정식검사를 받고 나서야 그간 제가 우울장애를 앓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스로도 모른 채로 거의 10년을 그 상태에서 살아왔더라고요. 그 기간 동안 겉으로만 ‘활발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을 뿐, 사실 내면적으로는 삶의 그 어떠한 맛도 느끼지 못하며 살았던 겁니다. 그저 남들과 같은 ‘정상 범주에 드는 삶’을 사는 시늉을 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도파민을 충족하기 위해 짜릿하고 자극적인 감정을 좆으며 매번 이 관계에서 저 관계로 갈아타는 식의 생활을 했고요. 그런데 결국 다 지나고 보니 이 봉사활동이야말로 저로 하여금 정신적 위기를 극복하고 내면의 공허함을 줄일 수 있도록 해준 존재였더군요. 물론, ‘우울장애’에 의료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경우에 한해서는 봉사활동에 몸담았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이 건강한 상태로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그 활동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죠.”

      높은 남성 자살률은 현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비추는 거울

      사회학자들과 정신과 전문의 등 각계 전문가들은 근래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카자흐스탄 남성들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단순한 의료통계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오늘날 범국가적으로 조성되어 있는 심각한 사회적 위기를 반영하는 거울로써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그 문제의 뿌리가 남자들에게 끊임 없는 노력과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 속 장치들과 그로 인해 야기되는 고립감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 다룬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침묵’은 결국 많은 남성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말 없는 고통, ‘스스로 해결’하려는 시도, 그리고 ‘힘든 것을 내색하면 나약해 보일까’ 두려워하는 마음 – 이 모든 것이 남자들을 비극적인 결말로 내모는 것이다. 정신적 위기에 직면한 남성들을 구원할 수 있는 첫 번째 걸음은 바로 이러한 ‘침묵’을 깨는 것이다.

      도움은 여러가지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다. 우선 정신과 전문의들과 심리상담가들의 전문적 도움은 당사자의 정신적 건강 상태가 극단적인 위기까지 도달한 상태라면 당연히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수준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신뢰할 수 있는 주변 사람과의 대화, 익명 전화 심리상담, 전문의 아닌 일반의 진료 등 아주 기초적인 도움을 받는 것으로도 큰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인간의 ‘웰빙’은 습관이라는 토대 위에 지어질 수 있는 것이다. 전편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듯 규칙적인 수면, 충분한 신체활동, 인간관계에서의 적정한 경계 설정, 죄책감 없이 스스로를 위한 휴식 취하기, 내면에서 올라오는 모든 감정을 그대로 허용하고 느껴주기 등의 습관들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남성들이 안정적인 정신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기본 요소들이다.

      현대 사회 속 남성들의 자살 문제는 오직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범사회적 차원에서 다각적인 업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남성들의 자유로운 감정 표현을 옭아매는 사회적 문화코드를 바꾸고, 전문적인 정신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여건과 접근성을 높이고, 본 연재글에서 다룬 것과 같이 남성들이 서로 경험을 공유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조모임이 활발히 조직되고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었을 때, 우리 현대 사회의 남성들은 비로소 감정과 고민을 수치감 없이 드러내고 필요할 때에는 기꺼이 도움을 받으며 각자의 인생에서 진실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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