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표현은 불과 며칠 만에 유행하기 시작했다가 그만큼 빠르게 사라지기도 한다. 반면 오랫동안 살아남아 점차 일상적인 표현으로 자리 잡는 말도 있다. 이러한 표현은 단어를 그대로 직역하는 것만으로는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독특한 표기 뒤에는 밈이나 말장난, 특정 인터넷 문화에 대한 언급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처럼 최근 인터넷에서 등장한 몇 가지 표현을 살펴보고 각각의 표현이 어디에서 비롯되었으며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영크크

영크크는 Young Creator Crew라는 표현과 관련이 있다. 이 단어는 K-POP 그룹 CORTIS를 계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며 이후 소셜미디어에서 하나의 밈처럼 사용되면서 널리 퍼졌다.
현재는 최신 유행과 밈에 익숙하고 젊은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음과 같은 표현을 볼 수 있다.
오늘 스타일 진짜 영크크하다.
요즘 유행 다 알고 있어서 영크크 그 자체.
이처럼 영크크는 단순히 ‘젊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최신 트렌드를 잘 알고 유행에 민감하며 젊은 감각을 가진 사람을 표현하는 말에 가깝다.
2. 늙크크
영크크가 최신 유행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는 사람을 표현한다면 늙크크는 그 반대의 의미로 사용된다. 새로운 밈이나 노래, 유행을 이해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처진 것 같다’고 느낄 때 자신을 늙크크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사진=KBS방송 캡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이 밈 처음 봤는데 나 늙크크인가?
댓글 보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음. 완전 늙크크.
늙크크의 앞부분은 ‘늙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늙크크와 영크크는 실제 나이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표현은 아니다. 10대 청소년이라도 자신이 특정 유행이나 밈을 모른다면 스스로를 늙크크라고 부를 수 있고 40대라도 최신 인터넷 문화를 잘 이해한다면 영크크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두 표현은 사람의 실제 나이보다는 최신 유행과 인터넷 문화에 얼마나 익숙한지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3. 야르

야르는 인터넷 문화를 통해 확산된 또 하나의 신조어다. 처음에는 한 유튜버가 즐겨 사용하던 감탄사에서 비롯됐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기분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야르~”라고 말하던 것이 시청자들에게 재미있는 습관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점차 퍼져나갔다.
오늘날에는 기쁘거나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감탄 표현으로 상황에 따라 ‘야호!’, ‘좋다!’, ‘대박!’ 정도의 느낌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너무 맛있다! 야르~
시험 합격했다! 야르!
다만 야르의 정확한 대응어가 있다기보다는 즐거움이나 신남을 나타내는 감탄사에 가깝다.
4. 젬민이

젬민이는 인공지능의 빠른 확산과 함께 등장한 새로운 표현이다. 구글의 AI 서비스인 Gemini(제미나이)의 이름에서 만들어진 말이다.
젬민이는 일상적인 선택이나 고민을 할 때마다 AI에게 조언을 구하고 나아가 자신의 결정을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점심 메뉴를 고르는 것부터 여행 계획, 업무에 관한 고민, 개인적인 걱정까지 AI에게 묻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점심 뭐 먹을지도 AI한테 물어봐. 완전 젬민이네.
나 요즘 뭐만 하면 제미나이한테 물어봐. 젬민이 다 됐어.
이 표현은 단순히 AI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꼬집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젬민이는 AI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오늘날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AI는 더 이상 정보를 검색하는 데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작은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5. 막나귀

미리 약속을 잡고 준비까지 마친 뒤 집을 나서기 직전 갑자기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진 경험이 있는가?
한국의 소셜미디어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표현하는 말도 등장했다. 바로 막나귀다.
막나귀는 ‘막상 나가려니 귀찮다’의 앞부분을 조합해 만든 표현으로 말 그대로 ‘막상 나가려고 하니 갑자기 귀찮아졌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사용할 수 있다.
오늘 계모임인데 막나귀 와서 아직 준비도 못 했네.
화장까지 다 했는데 갑자기 막나귀 됐어.
이러한 감정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할 것이다. 약속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집에 있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가 지나치게 덥거나 춥거나 외출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몇 시간 전보다 훨씬 귀찮게 느껴질 때 이러한 감정이 더욱 강해지기도 한다.
따라서 막상 외출하려는 순간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장난스럽게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오늘은 막나귀가 왔네.
영크크, 늙크크, 야르, 젬민이, 막나귀와 같은 표현은 한국어가 얼마나 창의적으로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터넷 밈과 유행에서 시작된 표현이 빠르게 사람들의 일상적인 언어로 자리 잡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음 주에는 또 어떤 새로운 말이 등장할까?
한 베로니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