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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문과 맺은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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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문과 맺은 인연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신문과 맺은 인연
      1977년 초봄의 어느 날 뜻밖의 편지를 받았다. 먼 카자흐스탄의 크슬오르다 시에서 학창시절의 동창생 윤수찬이 보내 온 편지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편지라 호기심이 앞서 즉시 편지를 뜯어보았다. 크슬오르다에서 한글로 발간되는 <레닌기치>신문사에 직원들이 부족해서 김중길 주필의 부탁을 받아 신문사에 초청한다는 내용이였다. 윤수찬이 <레닌기치>신문사에서 근무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김중길 선생님이 주필이라는 것은 몰랐다. 김중길 선생님과도 잘 아는 사이였다. 50년대말에 나는 사할린에서 발간되는 <조선 로동자> ( 그후 <레닌의 길로>로 개칭) 신문사에서 원고 배달원 ( 채자직장이 신문사의 길 건너편에 있었다) 으로, 그 후에는 채자직공으로 일했었다…
          
      편지를 받은 후에 며칠동안 고민에 잠겼다. 그 당시 나는 사할린 주 텔레 및 라디오 방송위원회 조선말 라디오방송 기자로 근무하고 있었다 - 하여튼 잘 생각해 보고 결정하세요…    나를 이해해주는 박주필님이 고마웠다.    
      …크슬오르다 공항에 내리자 마자 더운 바람이 얼굴을 스쳐갔다. 사할린에는 아직도 눈이 녹지 않았었다. 수찬이 공항에 나왔다. 몇십년만의 만남이였다…    
      신문사에서는 다수로 나이가 드신 분들이 근무하고 있었다. 모두 다 유식한 분들이였다. 이상 세대의 기자선생님들은 나를 따뜻이 받아들였고 가능한대로 도와주려고 애썼다. 나는 명월봉 선생님이 부장으로 있는 공업부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3개월 후에 나는 두칸짜리 새 아파트를 받았다. <레닌기치>신문사에서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채자직공들이였다. <레닌기치> 채자직공들은 한글을 모르고 채자를 하니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때로는 일손이 부족하면 저와 최정옥 선생을 비롯한 신문사 직원 몇몇이 채자를 도와 결국 다음날에  신문의 새 호가 꼭 발간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몇달 후에  김중길 선생이 위암으로 돌아가시고 김광현 선생이 주필로 되었다. 나는 가정형편으로 일년후에 유즈노사할린스크로 돌아와서 사할린 <레닌의 길로>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1978년에 <레닌기치> 신문사가 카자흐스탄의 수도 알마아타로 이주하였다. 나이가 드신 기자선생들이 크슬오르다에 남았기에 기자들이 부족한 것은 물론이였다. 이번에는 신문사 지도부의 초청을 받아 자식들을 데리고 알마아타에 왔다…    
          
      신문사는 막심 고리끼 거리 중앙시장 ( 젤료늬 바사르 ) 건너편에있는 <알마아타에네르고>건물에 배치되었다. 이것이 임시 건물이고 얼마 지나면 다른 건물로 옮긴다고 했다. 건물의 일층이 채자직장이였는데 아직 유치원에 수속되지 못한 어린 아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있으니 현장은 떠들썩했고 유치원을 상기시켰다. 이렇게 불편한 조건에서 우리는 1978년9월 2일에 알마아타에서 신문 첫 호를 발간했다. 김광현 주필선생과 고 차영숙 교정원이 새벽까지 남아 신문발간을 마무리하느라고 수고가 많았다. 얼마후에 학령전 어린 아이들이 다 카자흐스탄 공산당 중앙위원회 소속 유치원에  배치되어 직원들의 일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며 다수 직원들이 새 5층짜리 집에 아파트를 받았다. 신문사도 몇 개월 후에 새 건물에 이주하여 부서마다 방이 제공되어 편안히 일하게 되였다. 그런데 문제는 계속 기자-번역원 간부들이 부족한 것이였다. 김광현 주필은 나더러 사할린에 신문사에서 일할만한 창작인들이 있으면 연락을 해서 알마아타에 와서 근무하도록 하자고 했다. 나의 소개로 김옥려 (후에 라디오 방송 아나운서), 조영환 (후에 부주필, 주필, 김춘순부부, 안재길, 이호영 이 <레닌기치> 신문사에 초대되어 근무했다. 그 전에 이미 사할린에서 온 직원들이 이미 근무하고 있었다. 이정희 (문예부 부장)는 신문사가 크슬오르다에서 있었을 때부터 이미 근무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박경난과 그의 남편  박영준, 최영근, 정장길 그리고 그 후에 배철준과 최정애 부부, 김만수가 신문사에 취직하였다. 한 때 신문사의 직원들이 총 50-60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중에는 타스켄트 주에서 초대된 직원들, 알마아타 시에서 취직한 직원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원들이 부족한 때가 있었다. 그것은 모두가 직업적 번역원이 아니였으며 일부는 배우는 단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70-80년대에 <레닌기치>는 소련공산당 대회와 전원회의, 세시야 자료들을 다 번역해서 게재해야 했다. 그런 시기에는 A 2사이즈로 신문을 며칠간 8면으로 발간해야 하였다. 그러니 번역원들이 밤낮 일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부주필들과 부장들이 당번 주필의 임무도 수행했기에 면을 다 읽고 오서를 밝혀내여 교정원과 수정도 해야 했다.  그렇게 힘들게 근무하고 새벽녘에 집으로 가면서도 새 호가 꼭 제때에 발간된다는 생각을 할 때 피곤도 가셔지고 긍지감을 느꼈다…
          
      나는 <레닌기치>신문사에서 근무하는 기간에 국제보도부, 농업 및 공업부, 당 및 선전부 부장의 직책을 맡았었다. <평양신문>사의 초청을 받아 대표단 단장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다녀왔다. 우리는 명승지들을 다 구경하고 따뜻한 대접도 받았다. 이 방문은 지워버릴 수 없는  추억을 남겼다. 그 후에 <평양신문>사 선생님들 두 분이 <래닌기치>신문사에 와서 신문사 일을 도왔다. 그 때는 내가 이미 신문사를 떠났으니 그 시기에 대해 자세히 쓰지는 못하겠다. 오직 내가 신문을 배신하였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감사하겠다. 만일 배신했다면 그 후에 17년을 계속하여 신문발간에 몸바치지 않았을 것이다…

      2006년 5월초에 고려인 문화계는 시인, 작가  그리고 그당시 <고려일보> 한글판 주필의 직을 맡고 있던 양원식과 연결하였다. 며칠이 지나 역사학 박사 김 게르만 교수님께서 전화가 걸려왔다. <고려일보> 한글판을 맡아달라는 것이였다.  그래서 나는 즉시 확답을 못주겠다고 하니 게르만 교수는 일주일동안 출장을 다녀올 동안에 생각해 보라고 했다. 나는 그 때 한국회사에서 통번역으로 일하고 있었다. 자식들과 의논하니 엄마가 전공한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나 자신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신문사에서 일하던 시기와 비교한다면 신문을 만들기가 얼마나 힘들겠는가도 생각해 보았다. 특히 한글판 말이다. 자료가 없는 것이 문제거리일 것이다. 한글로 글을 쓰던 분들은 다 세상을 떠났고 또 러시아어로 누가 쓴다해도 번역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디자인을 맡은 분과 컴퓨터를 치는 분 하나 외에는 한글판에 누구도 없었다. 그러니 모든 나머지 일은 부득불 내가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르만 니꼴라예비치는 자료걱정은 도와드릴테니 걱정을 하지 말라는 것이였다. 나는 이렇게 2006년 5월에 우리 민족신문과 다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걱정해 주시고 받들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기회를 타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고려일보>한글판 발간에 협조해 주신 역사학 박사 김게르만 교수, <한인일보>김상욱 사장님,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글로 기사를 써 주신 최미옥 (유감스럽게도 몇일 전에 세상을 떠났다), 김종훈 선생님, 카자흐국립대 이병조 교수님, <한인신문> 김근향 사장, 최근 2년간 주일마다 좋은 정보를 보내주신 하륜 씨, 종종 기사를 써 주신 이현경 기자, 차 와실리, 김 스웨틀라나 기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전하는 바이다.
      <선봉> - <레닌기치> - <고려일보>가 걸어온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오늘날까지 민족의 문화를 꿋꿋이 지켜오면서 창간 100주년을 맞이하는 신문발간에 적게나마 기여를 한 데 대해 나는 긍지감을 느낀다.

      <고려일보> 한글판 전 주필  남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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