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자흐스탄은 현대화, 디지털 기술, 다자외교, 그리고 역사적 근간에 대한 재조명을 유기적으로 융합하며 자국만의 고유한 발전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한 다양한 글로벌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국제적인 인도주의 이니셔티브를 개시하는 한편, 문화 외교를 강화하며 이른바 ‘대초원(The Great Steppe)’과 ‘튀르크 문명’을 키워드로 한 고유의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각적인 정책의 중심에는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고 인적 자원을 육성하며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핵심 도구로서 ‘문화’가 점차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카자흐스탄은 ‘Golden Horde(Золотая Орда·킵차크 칸국/금장한국)’ 국제 포럼 개최 및 ‘초원 문명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세계 유목민 게임(World Nomad Games) 주관에 참여하는 등 역사와 전통을 발굴하는 데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아울러 유네스코(UNESCO)와의 협력 아래 ‘AI 필름 페스티벌’과 ‘국제 인공지능 올림픽’ 같은 첨단 기술 기반의 글로벌 행사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다. 내부적으로도 극장 시설 현대화, 새로운 문화 인프라 확충과 예술인 지원, 디지털 도서관 플랫폼 구축 및 독서 장려 프로그램 활성화 등 자국 문화계 발전을 위한 정책을 다각적으로 시행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특히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열린 ‘문화예술인의 날’ 시상식 연설에서 직접 강조한 주제이기도 하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문화는 국민의 국가 정체성과 정신 세계의 근간”이라고 강조하며 문화 분야에 대한 지원이 이제 국가의 헌법적 의무로 명시되었음을 명확히 했다. 또한 카자흐스탄이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국가의 현대적 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행보는 해외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을까? 특히 오랜 기간 중앙아시아를 연구해 온 한국 전문가의 시선은 어떨까. 한국외국어대학교(HUFS)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이자 인문학 박사인 김상철 교수가 현지 매체 ‘Kazinform’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우리말로 옮겨 싣는다.
–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문화예술인의 날’을 맞아 관련 직종 종사자들을 축하하며 “문화는 국민의 국가 정체성과 정신의 근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미술, 문학, 극장, 역사유산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했는데요. 현재 카자흐스탄이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전폭적인 문화 정책과 이것이 국제 무대에서 현대적인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현재 카자흐스탄이 이룩하고 있는 국가적 발전 성과들은 필연적으로 그에 걸맞은 사회·문화적 영역의 성장과 확장을 동반해야만 합니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넓혀간다는 것은, 곧 그 나라가 특정 분야에 치우치지 않고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루어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국가의 발전 수준에 부합하면서도 개방성과 수용성을 바탕으로 한 문화 정책과 교류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국내 여러 산업의 조화로운 발전을 견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웃 국가 및 세계 각국과의 문화적·사회적 유대를 넓히고 심화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닙니다.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행보는 바로 이러한 접근 방식을 그대로 나타내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토카예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현대화’, ‘디지털화’라는 시대적 과제와 ‘문화유산의 보존’이라는 가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나가는 모습에서 이러한 전략적 의도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 토카예프 대통령은 최근 열린 ‘골든 호르드 (Golden Horde·킵차크 칸국/금장한국) 역사 심포지엄'에서 카자흐스탄이 초원 문명사를 객관적으로 연구하는 세계적 중심지 중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이 ‘골든 호르드’, 그리고 튀르크 세계의 역사·문화적 유산을 현 국가 전략의 일부로 편입시키는 것은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질까요?
산업화 이전과 중세 시기, 카자흐 민족의 선조들은 당대 유라시아 대륙의 여러 정주 공동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일종의 ‘인터넷’과도 같은 허브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인류 문명 발전에 기여한 역사적 공헌은 오랫동안 세계사적인 조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세계사 주류 패러다임이 서구권의 정주 문명 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의 주도로 시작된 카자흐 민족사 및 선조들의 역할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는 인류 전체의 문명사를 더욱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카자흐스탄이 이러한 역사적 성취를 단지 과거로 남겨두지 않고 ‘현대국가 카자흐스탄의 역사 내러티브’로 적극 편입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성과를 넘어, 현대 카자흐스탄 국민 사이에서 자신들의 역사적 뿌리에 대해 자긍심을 형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부분에서 크나큰 가치를 지닙니다.
나아가 카자흐스탄의 역사적 기원을 기존의 ‘카자흐 칸국’ 시기에서 ‘킵차크 칸국(금장한국)’ 시대까지 확장한 것 또한 매우 큰 의의를 지닙니다. 이를 통해 카자흐 민족의 형성 과정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주제 자체를 현대 카자흐스탄 문화 전략의 핵심 축으로서 기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른바 ‘초원 문명 진흥 센터’ 설립을 제안하는 한편, 연설을 통해 유네스코(UNESCO)와 공동으로 추진하는 국제 인도주의 이니셔티브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카자흐스탄이 국제적으로 ‘위대한 초원’, 그리고 ‘튀르크 세계’에 대한 연구를 선도하는 지적·학술적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20세기 이후 중앙아시아의 역사적 내러티브 속에서 카자흐스탄은 튀르크 유목 전통을 계승한 중심 지역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이렇듯 과거 소련 시대에 형성된 기존의 역사적 프레임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것은 현대 카자흐스탄이 마주한 매우 중대한 역사적 과제입니다.
유라시아 초원 지대의 중심에 위치한 카자흐스탄이야말로 오늘날 유라시아 지역의 튀르크 및 몽골 문명사에 대한 확장된 연구가 이루어질 최적의 거점이자 핵심 무대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 포럼 개최, ▴유네스코와의 협력 강화, ▴킵차크 칸국/금장한국 역사의 대외적 조명 등을 골자로 하는 토카예프 대통령의 이니셔티브들은 카자흐스탄이 세계적인 지적·학술적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을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 토카예프 대통령은 ‘독서하는 국가(책 읽는 국민)’를 육성하는 것에 카자흐스탄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강조하며, ‘국립 디지털 도서관 플랫폼’ 구축을 비롯해 독서 장려를 위한 일련의 정책들을 발표했는데요.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현 시대에 이러한 정책이 어느 정도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보시나요?
과거에 일어난 모든 현상은 역사적 기록과 서적 같은 ‘텍스트’의 형태로 다음 세대에 전승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 문화 활성화를 통해 사회 전반의 지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은, 국가의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글을 읽고 맥락을 이해하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실용적 지식을 창출해 내는 능력이야말로 국가 발전의 단단한 기반이지요. 한 걸음 더 나아가, 현대의 디지털화와 인공지능(AI) 발전은 역설적으로 거대한 양의 텍스트 정보를 필요로 합니다. AI를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대부분이 결국 문학과 문서 같은 ‘텍스트’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글을 읽고,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은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지적 활동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여야지, 인간의 ‘생각하는 행위’ 자체를 대체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 현재 카자흐스탄은 ‘세계 유목민 게임(World Nomad Games)’ 같은 전통문화 행사와 ‘AI 필름 페스티벌’, 유네스코 후원 국제 AI 올림픽, 디지털 데이터 센터 구축 같은 첨단 기술의 발전을 골자로 하는 의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첨단 기술의 발전’과 ‘문화유산의 보존’을 결합해 나가는 카자흐스탄의 접근 방식이 얼마나 독창적이라고 평가하십니까?
현대 사회는 필연적으로 전통과 혁신이 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교류하는 일이 주로 소수의 전문가 집단이나 지면 자료 등 제한된 매체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다면, 오늘날의 디지털 기술은 수백만 명의 대중이 시각적으로 훨씬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토카예프 대통령은 매우 현대적인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전통과 기술을 서로 대립하는 관계로 보지 않고, 오히려 이 둘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하나의 통합된 발전 모델로 구축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 토카예프 대통령은 존중과 준법정신, 책임감, 그리고 ‘건설적 애국주의’에 기반한 새로운 사회적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카자흐스탄에서 민족 간 화합과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 있어 문화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했다고 보시나요?
디지털 기술을 통한 문화유산의 확산은 카자흐스탄 내 다양한 민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하나의 대등한 ‘카자흐스탄 시민’으로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는 서로를 포용하고 조화를 이루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다민족 사회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한 국가의 문화 정책은 단순한 인문·학술적 차원의 지원을 넘어 내부적 안정과 통합을 담보하는 거시적 차원에서의 ‘국가 전략적 가치'를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 토카예프 대통령은 향후에도 국가 차원에서 문화계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문화시설 신설, 극장 현대화, 예술인 후원 등을 실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그 일환으로 대통령의 주도 하에 새로운 문화예술 상인 ‘아싈무라(Асыл мұра·고귀한 유산) 상’이 신설될 것임이 발표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문화 영역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가 카자흐스탄의 국제적 이미지와 위상에는 어떤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까요?
통상 사회적·경제적 발전이 이루어질수록 사회적 요구는 기본적 욕구의 충족에서 점차 정신적·문화적 측면에서의 만족을 향한 요구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문화 영역의 발전은 사회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가장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지요. 또한 국가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국민들 역시 그에 걸맞는 문화·사회적 수준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계에 대한 투자는 국가 발전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며, 국가의 국제적 권위를 형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 그렇다면 현 단계에서 카자흐스탄이 이처럼 전략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문화’라는 요소가, 궁극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자국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핵심 기반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오늘날 ‘문화’는 특히 디지털화와 인공지능 기술이 확산되는 환경 속에서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이는 더욱 실용적인 발전 모델을 창출하고, 더 많은 사람이 국가 발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토카예프 대통령이 이끄는 카자흐스탄은 한층 더 개방적이고 글로벌하며, 다문화적이고 평화로운 사회의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문화’라는 요소가, 카자흐스탄의 이러한 국제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입니다.
사진: Kazinfo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