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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의 '의사'이자 기록자, 정명식 대목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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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궐의 '의사'이자 기록자, 정명식 대목수 인터뷰
      궁궐의 '의사'이자 기록자, 정명식 대목수 인터뷰
      21.01.2026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국가유산청에서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안녕하세요. 궁궐의 전통 한옥을 수리하고 복원하는 대목수이자, 그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사진가이며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명식입니다.
      서울에는 조선 왕조 500년의 통치와 생활이 깃든 다섯 개의 궁궐이 남아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목재로 지어졌기에 지금도 여전히 숨을 쉬고, 시간이 흐르면 늙고 병이 들기도 하는 ‘살아있는 유산’입니다. 그렇기에 궁궐은 한번 지어지면 끝나는 박제가 아니라, 세월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보살핌이 필요한 생명체와 같습니다.
      저는 국가유산청 직영보수단 소속으로 경복궁, 창덕궁 등 4대 궁궐과 종묘, 조선왕릉의 건축물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태풍 피해 복구 같은 긴급한 조치부터,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전각의 기둥과 기와를 교체하는 대규모 수리까지, 우리 문화유산이 온전한 모습으로 미래에도 숨 쉴 수 있도록 현장 최일선에서 수리와 복원을 담당하는 ‘궁궐 지킴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 소속 대목수이자 사진가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이 세 가지 역할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공무원이 목수 일을 한다는 것이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한국에는 행정 업무뿐 아니라 직접 손에 기술을 쥐고 현장을 책임지는 ‘현장형 공무원’이 있습니다. 저의 세 가지 역할은 서로 다른 직업이 아니라, 우리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키고 전승하기 위한 하나의 유기적인 과정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먼저 대목수로서는 톱과 대패를 들고 썩은 나무를 도려내고 새 부재를 이식하며 건물을 물리적으로 치료합니다. 건물의 생명을 연장하는 의사의 역할과 같습니다. 공무원으로서는 이 모든 수리 과정이 국가의 엄격한 원칙과 안전 기준 속에서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관리’하고 행정적 책임을 집니다. 마지막으로 사진가로서는, 공사가 끝나면 사라져 버릴 현장의 순간들을 영원히 ‘기록’합니다. 가림막 뒤에서 흘리는 동료들의 땀방울, 비계 사이로 쏟아지는 빛, 뼈대만 남은 건물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은 오직 그 순간에만 존재합니다. 목수로서 현장을 깊이 이해하기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노동의 숭고함과 이면의 미학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세 역할은 궁궐을 ‘고치고(대목수)’, ‘지키며(공무원)’, ‘기억하는(사진가)’ 하나의 목적을 향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처음 목수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와, 궁궐·전통 건축을 다루는 궁궐목수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외할아버지가 3대째 대목장이셨고 어머니도 집에서 망치와 톱으로 직접 선반과 사다리를 만드는 것을 보고 자란 영향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며 도면 위의 선을 그었지만, 그보다는 손끝에 직접 닿는 나무의 따뜻한 물성이 더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대학 시절 고건축 답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주말마다 한옥 시공 현장을 찾아다녔는데, 차가운 콘크리트보다 생명력을 지닌 나무가 좋았습니다.
      졸업 후 문화재 수리 기능자 자격을 취득하고, 전국의 사찰과 고택을 수리하는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톱밥과 먼지를 뒤집어쓰고 무거운 자재를 나르는 고된 시간이었지만, 우리 전통 건축의 유려한 선과 고운 결을 직접 만지고 되살리는 기쁨이 훨씬 컸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목수로서의 기량을 닦았고, 2011년 국가유산청 직영보수단에 합류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궁궐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공직자이자 대목수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궁궐 현장에서 처음 일을 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으며,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궁궐 지붕 위에 올라 내려다본 풍경도 잊을 수 없지만, 가장 깊이 각인된 순간은 바로 ‘해체’의 순간이었습니다. 수리를 위해 수백 년 된 기둥이나 서까래를 조심스럽게 해체했을 때, 그 안에서 몇 세기 전 선배 목수들이 남긴 대패 자국과 먹줄의 흔적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순간, 저는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의 숨결과 마주하는 듯한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이처럼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에 있습니다. 썩은 부재를 걷어내고 새 나무를 끼워 맞출 때, 저는 단순히 건물을 고치는 기술자가 아니라 몇백 년 전의 목수 선배와 보이지 않는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누는 후배가 됩니다. ‘해체’는 파괴가 아니라 치료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전통은 단절되지 않고 ‘업데이트’됩니다. 이처럼 과거의 기술과 현재의 정성을 이어 미래로 연결하는 ‘시간을 잇는 일’, 그것이 바로 궁궐 목수만이 느낄 수 있는 벅찬 감동이자 이 직업의 본질적인 매력입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계기와, 주로 어떤 대상과 순간을 사진으로 담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건축학과 1학년 시절, 사진 수업이 필수였습니다. 필름 카메라를 쓰던 때라 학과 암실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코를 찌르는 시큼한 약품 냄새, 붉은 조명 아래서 인화지 위로 서서히 상이 떠오를 때의 그 전율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친구들과 일본 사진집 번역본을 보며 구도와 빛을 밤새워 토론하고, 마치 프로 작가가 된 것처럼 진지하게 사진에 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목수가 된 후, 처음에는 공사 보고서를 위한 기록 사진을 찍기 위해 다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뷰파인더를 통해 현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대학 시절 암실에서 고민했던 그 빛과 구도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하게 단장된 건물의 겉모습이 아닌,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 설치된 비계(발판)의 기하학적인 구조, 흙먼지 사이로 쏟아지는 빛 내림, 묵묵히 대패질을 하는 동료의 굽은 등과 거친 손마디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단순한 보고서가 아닌, 현장의 예술, ‘과정의 미학’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가림막이 걷힌 후의 화려함에만 환호하지만, 저는 그 가림막 뒤에서 치열하게 움직이는 노동의 현장과 건물이 완성되기 직전의 가장 솔직한 민낯을 주로 촬영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궁궐의 진정한 역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궁궐과 전통 건축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은 어떤 의미를 지닌다고 보시는지요?

      사진은 저에게 ‘제2의 복원’이자, 우리가 지켜야 할 풍경에 대한 ‘선언’입니다. 최근 종묘 정전의 대수리를 마치고 지붕 위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종묘의 검은 기와가 파도처럼 펼쳐진 수평선 너머로 남산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풍경은 단순한 경치가 아니라, 조상들이 자연 앞에 스스로를 낮추며 만들어낸 경건하고 침묵하는 공간의 일부입니다.
      하지만 최근 주변 재개발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며 이 역사적 경관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전 시리즈 등을 통해 보여주는 사진들은 단순히 건물의 부재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이 건물이 어떤 하늘 아래, 어떤 풍경 속에 존재해야 마땅한지를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다행히 러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등 해외 전시에서 이러한 한국적 공간미와 장인정신이 담긴 사진들이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사진을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건물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건물을 감싸 안은 역사적 환경과 경관임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목수·공무원·사진가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와 함께, 카자흐스탄에 거주하는 고려일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정년이 되는 그날까지 부상 없이 안전하게 우리 궁궐을 온전히 지켜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소임입니다. 그리고 매일 마주하는 현장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기록하여, 훗날 우리 후손들이 ‘선조들이 이렇게 치열하고 아름답게 궁궐을 지켰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를 남기고 싶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일보 독자 여러분, 비록 우리의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저는 우리가 모두 ‘각자의 삶의 터전을 짓고 지키는 목수’라고 생각합니다. 대목수가 거친 나무를 다듬어 집을 짓듯, 여러분께서는 낯선 땅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굳건히 삶의 터전을 일구고, 소중한 우리 말과 문화를 지켜오셨습니다. 이국땅에서 고유한 역사를 써 내려오신 여러분의 삶 자체가 바로 위대한 장인의 작업과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소중한 것을 지키는 장인들입니다. 척박한 땅에서 강인한 생명력으로 역사를 일궈내신 여러분처럼, 저 또한 고국의 궁궐 현장에서 묵묵히 우리 문화를 지키고 기록하겠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대한민국 궁궐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장인들의 숨결이 여러분께 깊은 자부심으로 전해지기를 소망합니다.

      취재: 전엘레나, 주알마티 총영사관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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