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단순히 무더위, 방학, 휴가의 계절만은 아니다. 바로 ‘공포영화의 계절’이기도 하다. 6월부터 8월까지 관객들이 더위를 피해 시원한 극장으로 몰리는 시기로, 제작사들은 이 시기를 겨냥해 각종 공포영화를 대거 선보이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치열한 ‘여름 전쟁’을 벌인다. 여름철 공포영화 개봉은 하나의 전통처럼 자리 잡았다. 스타 배우나 대규모 예산 없이도 흥행에 성공하는 공포 장르는 젊은 관객층과 스릴을 즐기는 이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과거 ‘여고괴담’시리즈처럼 신인 배우와 감독에게는 데뷔의 기회를, 관객에게는 새로운 공포를 안겨주는 장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여름 한국을 강타할 공포영화 3편
< 노이즈> (Noise),
6월25일 개봉 현실 공포 스릴러로 주목받고 있는 이 작품은 배우 이선빈이 주연을 맡아,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아파트에서 실종된 여동생을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다. 고조되는 불안감과 서늘한 음향 효과, 닫힌 공간의 답답함이 극장을 음향 심리 트랩으로 바꾸어 놓을 예정이다.
<괴기열차>,
7월2일 개봉 유튜버 ‘다경’(주현영)은 의문의 실종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광림역’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탐사에 나선다. 그러나 조회수를 노리던 가벼운 호기심은 곧 현실의 공포로 변모한다. 폐쇄된 공간과 음산한 분위기, 미스터리한 존재들이 만들어내는 스릴은 일상의 공간을 낯설게 만든다. <퀸메리호: 저주받은 항해> (The Queen Mary), 6월13일 개봉 ‘13일의 금요일’에 맞춰 개봉하는 이 작품은 실제 존재하는 미국의 전설적인 유령선 ‘퀸메리호’를 배경으로 한다. 1930년대 럭셔리 유람선이었던 이 배는 현재는 캘리포니아에 정박된 채 수많은 심령현상 목격담의 주인공이 되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그 안에 숨겨진 저주의 비밀을 파헤친다. 카자흐스탄 극장가에도 ‘공포의 바람’ 카자흐스탄에서도 여름 극장가를 겨냥한 공포영화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관객들은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주제의 공포물을 만나볼 수 있다. <시니스터: 어둠 속에서> (Ur mörkret), 6월12일 개봉 스웨덴산 공포영화로, 국립공원 관리인과 경찰관 커플이 여성을 실종된 사건을 수사하는 이야기다. 귀신이 나온다는 전설이 깃든 동굴을 배경으로 과거의 비밀과 미지의 존재와 맞서는 공포가 전개된다.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차갑고 음산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저주: 내 안의 악령> (The Containment), 6월5일 개봉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카롤리나에게 이상한 징후가 나타난다. 몸에 새겨진 문양은 고대 이집트의 악마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며, 점점 그녀 안의 악이 강해진다. 영화는 10대의 불안과 초자연적 요소를 결합한 오컬트 스릴러다. <그것: 새로운 장> (It Feeds), 6월 5일 개봉
상대의 내면으로 들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 신디아가 악령에 시달리는 소녀를 돕기 위해 나선다. 그녀가 마주한 존재는 단순한 망상이 아닌, 세상을 위협할 수 있는 고대의 악이었다. 심리적 공포와 긴장감이 절정에 달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왜 하필 여름인가?
심리학자들은 여름철이 공포영화의 황금기인 이유로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여름 방학 및 휴가로 인해 여가 시간이 많은 젊은 층이 주된 관람층이기 때문이며, 또 하나는 감정 해소 욕구도 커지는 시기이다. 무더위 속에서 공포영화는 친구, 연인 혹은 혼자서도 안전하게 ‘두려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극장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영화 속 ‘공포의 한기’는 완벽한 조합이다.
시대의 공포를 비추는 거울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공포영화는 단순한 오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예전에는 괴물, 귀신, 주술 등의 초자연적 공포가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층간소음, 고립, 디지털 의존, 가정 불화처럼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공포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여름 공포영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사회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시대의 거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여름 더위를 단순히 피하고 싶다면 에어컨 바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진짜 시원한 전율을 원한다면 공포영화 한 편 어떨까. 단, 누군가의 손을 잡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모를 그 ‘무언가’가 스크린 밖으로 걸어 나올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