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건물 사이를 걷다 보면 한 번쯤 눈길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옥상이다. 예전에는 빨래를 말리거나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으로 여겨졌지만, 요즘 한국의 옥상은 다양한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카페가 들어서기도 하고,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가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을 찍는 촬영지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굳이 건물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일까? 한국의 옥상은 어떻게 일상 속 새로운 장소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세종문화회관 옥상정원 예상도 (사진: 연합뉴스)
옥상에서 시작된 새로운 일상한국에서 옥상은 점점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건물들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건물 사이에 새로운 공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 대신 이미 존재하는 옥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옥상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은 휴식 공간부터 작은 정원, 카페와 음식점까지 다양한 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카페나 음식점에서는 옥상 자체를 활용해 손님들에게 다른 분위기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옥상은 더 이상 건물의 ‘끝’이 아니다. 도시 안에서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또 하나의 장소가 된 것이다.
커피 한 잔보다 중요한 것
옥상 카페가 인기를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카페에서는 커피와 디저트, 인테리어 등이 중요한 요소라면 루프탑 카페(rooftop café)에서는 여기에 ‘전망’과 ‘분위기’가 더해진다.
특히 부산에서는 바다나 광안대교처럼 도시의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상 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커피라도 창문 안에서 마시는 것과 탁 트인 옥상에서 마시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이 옥상 카페를 찾는 것은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사진을 찍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바람을 느끼면서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옥상에 올라간다.
결국 옥상 카페에서 판매하는 것은 커피 한 잔만이 아니다. 보내는 시간과 경험도 함께 판매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는 왜 옥상으로 향할까?
옥상은 카페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좁은 실내와 달리 옥상에서는 인물과 도시의 풍경을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높은 건물과 하늘, 멀리 보이는 도시의 불빛은 장면의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특히 옥상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밤의 옥상에서는 혼자 생각에 잠긴 인물을 보여줄 수 있고, 해 질 무렵의 옥상에서는 두 사람이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도시를 내려다보는 인물의 모습은 작품에 따라 외로움이나 해방감, 새로운 시작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SBS '싸인' 정일우. 사진제공=N.O.A엔터테인먼트
도시 안에서 잠시 벗어나는 공간옥상에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지상과 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건물 아래에서는 자동차와 사람들로 복잡한 도시를 마주하지만, 몇 층만 올라가도 시야가 넓어지고 하늘과 가까워진다.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잠시 도시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옥상에서는 휴식과 식사뿐 아니라 작은 정원이나 문화 공간, 촬영지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정된 도시 공간을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물론 모든 옥상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건물의 구조와 안전 문제, 소음, 날씨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라면 안전시설 역시 중요하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매일 지나던 건물과 도로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익숙한 도시 안에 있으면서도 잠시 그 도시와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다. 사람들이 굳이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 베로니카, 부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