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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연대기, 신문 속 고려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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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이브 연대기, 신문 속 고려인 이야기
      아카이브 연대기, 신문 속 고려인 이야기
      23.12.2025
      본지는 새 연재 코너「아카이브 연대기 - 신문 속 고려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해당 자료들은 얀덱스(Yandex) 포털의 '아카이브 검색' 서비스를 통해 관련 자료를 찾는 데에는 텔레그램 그룹 '고려인 계보'(Корейская генеалогия)의 도움이 컸습니다. 특히 본지와 협력하고 있는 이 그룹의 운영자 허 빅토리아(Виктория Хегай)의 지원 덕분에 이번 연재가 자연스럽게 시작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아카이브 자료를 찾는 일은 흥미롭지만, 동시에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재의 첫 번째 자료는 1914년 발행된 교회 정기간행물 「블라디보스토크 교구 공보」(Владивостокские епархиальные ведомости) (제20호)에서 발췌했습니다.

      예로페이 오놉코 신부(神父)
      “선교의 첫걸음”

      나는 혼인 문제를 두고 큰 혼란에 빠져 있다.
      누구를 혼인성사(婚姻聖事) 시켜야 하고, 누구에게 축복만 내려야 하는지 더 나아가 각각의 경우 어떤 서류를 요구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교구청의 지침에 따르면 단순히 축복을 내리는 경우에는 별도의 서류를 요구하지 않아도 된다. 남편과 아내의 세례 기록이 있고, 그들이 교회 측에 잘 알려진 인물이라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전에 본당을 맡았던 표도르 신부도 이런 방식으로 처리했다.

      그러자 한인들은 곧 이 점을 이해했다. 합법적인 결혼을 원하는 이들 대부분이 “고려식 전통 혼례를 올려 이미 5년, 10년, 15년째 혼인으로 함께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적부를 확인해 보면 신랑이 17세, 신부가 19세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반면, 정식으로 혼인성사를 거행하려면 볼로스트(러시아 제국의 전통적인 행정 구역) 행정기관에서 발급한 증명서가 필요하고, 여기에 75코페이카(러시아 동전, 루블의 1/100)짜리 인지 두 장이 부착되어야 한다. 문제는 해당 행정기관이 출생 및 세례 증명서를 모두 제출한 경우에만 이런 증명서를 발급한다는 점이다. 결국 혼인을 원하는 사람들은 국가 인지세로 3루블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정식 혼인 대신 ‘고려식 전통 혼례에 대한 교회의 축복’을 원하게 된 것이다.

      내가 설득한 결과, 파타시 마을에서 고려식 혼인으로 살아오던 주민들 모두가 정교회의 합법적 혼인을 원한다고 밝혔다. 단, 조건은 하나였다. 인지세를 내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거절하면 그들은 불법적인 동거 상태로 남게 된다. 혼인성사를 집전하려면 서류가 필요하지만, 서류가 없다. 축복만 내리자니, 서류 없이 어떻게 교적부에 기록해야 할지 난감하다. 마을 이장은 증명서를 발급해 주지만 인지세가 납부되지 않은 문서이기에 혼인 서류로 첨부할 수 없다.

      해설
      (러시아, 1917년) 혁명 이전 연해주 지역에서 고려인들은 자신들의 전통과 관습에 따라 혼인을 맺었다. 그러나 러시아 제국 법률상 ‘합법적 혼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생 및 세례 증명서, 볼로스트 행정기관의 확인서 그리고 인지세 납부가 필수였다.

      문제는 대부분의 고려인들이 이러한 서류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교회의 정식 혼인성사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절차 또한 복잡했다. 혼인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의 확인서와 함께 75 코페이카까지 인지 두 장이 필요했고, 여기에 각종 서류를 포함하면 총 3루블의 인지세가 들었다. 당시 3 루블은 달걀 50개, 우유 10병, 마카로니(국수와 비슷함) 2kg, 소고기 2kg을 살 수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이 때문에 고려인들은 성혼을 피하고, “이미 오래전부터 혼인 상태로 살고 있다”고 주장하며 최소한 교회의 축복만이라도 받기를 원했다. 문서상으로는 어렵더라도 신 앞에서는 합법적인 부부로 인정받고자 했던 것이다.
      결국 사제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성혼을 하자니 서류가 없고, 거절하자니 사람들은 계속 불법 상태로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고 축복만 내리면 교적부에 기록할 수 없어, 혼인은 다시 ‘불법’이 된다.
      끝없는 딜레마였다…

      한 블라디미르

      사진: 예로페이 오놉코 신부(神父)
      1914년9월23일, 양지허 마을
      「블라디보스토크 교구 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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