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카자흐스탄 현지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본 고려인·한민족의 문화’에 대해 한국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을 취지로 현지 언론에서 다룬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바, 그 중에는 실제 역사적/객관적 사실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 존재할 수 있으며, 이는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고려사람의 식문화는 본토 한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어엿한 카자흐스탄 문화의 일부이기도’ 오늘날 한국 문화는 세계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카자흐스탄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갈수록 인기를 높여가고 있는 K-푸드. 그런데 그토록 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을 통해 각양각색의 한국 요리가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훨씬 전부터 이미 카자흐스탄의 국민들에게 한식(韓食)은 ‘고려인들의 음식’으로서 꽤나 익숙한 존재였다. 그렇다면 오늘날 ‘한류 팬’이 아닌 카자흐스탄의 일반 대중은 ‘고려인들의 요리’와 ‘한국 본토 음식’ 간의 공통점, 그리고 차이점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이제는 각종 미디어 뿐만 아니라 현지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한국 식당들을 통해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늘날 공식적으로만 무려 124개 민족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곳에서 대다수의 국민에게는 여전히 주식 아닌 ‘이국적인 별미’일 수 밖에 없는 ‘본토 한식’은 물론이요, 그보다 훨씬 전인 소련 시기부터 전국 곳곳 재래시장의 매대와 슈퍼마켓의 진열대, 그리고 러시아인ˑ카자흐인ˑ고려인 구분 없이 전국민의 식탁 위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던 갖가지 ‘까레이스키 살라트(고려인 샐러드)’가 생겨나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조차 막상 살펴보면 그리 많지 않을 터. 이번 호에서는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일반 대중을 대변하는 현지 매체의 20대 기자가 현재 알마티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고려인 대표의 해설을 통해 풀어낸 ‘한민족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조명해본다. 아래 내용은 현지 매체 ‘Kursiv’가 자사 문화 부문인 ‘LifeStyle’ 섹션에 <카자흐스탄 고려인들, 카자흐스탄과 전 세계에 만연한 자신들의 요리에 대한 속설을 깨다>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기사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오늘날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문화는 계속해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 요리 또한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한국 본토의 전통음식은 카자흐스탄 현지의 환경과 입맛에 맞추어 변형된, 이곳의 고려인들이 먹는 한식과 큰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Kursiv LifeStyle’은 한국의 전통 한식과 고려인들의 음식 간에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현재 레스토랑 체인 ‘리스(РИС)’를 운영하고 있는 고려인 일리야 킴(김 일리야) 대표를 만나 고려인들의 음식이 가진 특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그는 “구소련 지역의 국가들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려인들은 북한과 한국 본토의 한인들과는 전적으로 다른 정체성과 풍습, 생활방식을 지녔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역경과 고난의 역사를 거치며 살아온 탓에 고려인들 사이에서는 대체적으로 자신들이 편입한 주류사회 속에서 소위 ‘튀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아가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게 자리 잡혔다”고 부연한다. 그러면서 일리야 씨는 고려인들의 음식에 대해 “강제 이주된 중앙아시아에서는 본거지에서 먹던 재료를 구할 수 없어 부득이 초원지대 환경에 맞춘 현지화 과정을 통해 탄생한, 가난하고 처량한 이들의 요리”라고 표현하며 “한마디로 새로운 환경에서는 찾을 수 없게 된 기존의 한식 재료를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식자재들로 대체하다보니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언젠가 ‘고려인 음식은 카자흐 전통식과 찰떡궁합’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카자흐 사람들은 고기 위주의 요리를 만들고, 우리들은 채소ˑ과일ˑ샐러드 같은 푸성귀들을 주 식재료로 다루니까요. 아닌게 아니라 정말 이러한 상성 덕에 우리 두 민족이 친밀해질 수 있었다고 말할 만 합니다. 지금은 우리 고려인 음식도 현대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요리에 사용되는 소스 등 많은 식재료들이 한국에서 공수되어 오고 있고,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에 걸쳐 카자흐스탄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예의 그 익숙한 맛으로 자리 잡은 우리 현지 고려인 음식만의 독특한 풍미도 여전히 보존되고 있죠.” 당근으로 만든 ‘까레이스키’ 샐러드, <마르코프차> 일리야 씨가 말하는 ‘고려인 음식’만의 독특한 맛과 풍미. 그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는 <마르코프차(Морковча, 당근을 뜻하는 러시아어 단어 ‘마르코프’와 우리말 ‘채’를 합성한 것에서 유래한 이름)>는 바로 이곳(카자흐스탄·중앙아시아)에서 탄생한 요리로, 한국 본토에서는 사실상 그 존재에 대해서조차 알지 못한다. 고려인들이 1937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해 온 이후에 생겨난 음식이기 때문. “요즘 카자흐스탄에서는 여러 민족의 전통음식들이 대중화되는 과정에 있죠. <마르코프차> 또한 이처럼 여러 민족들의 전통음식으로 이루어진 ‘카자흐스탄 요리’의 일부분임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르코프차>를 탄생시킨 이들은 현지 고려인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 요리는 곧 우리들의 역사인 것이지요.” ‘김치’와 <침치>의 차이 카자흐스탄과 여타 구소련 국가들에서 탄생한 고려인들의 요리는 모두 기본적으로 <침치(Чимчи)>라는 음식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익히 잘 알려진 대로 배추를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인 김치를 현지 환경에 맞추어 변형시킨 것이 <침치>다. 고려인들이 강제 이주되었던 당시 카자흐스탄에서는 배추를 구할 수 없었기에 그 대용으로 양배추와 매운 고추를 주 재료로 쓰기 시작한 것. 그 결과 <침치>는 그 원조인 김치보다 더 매운 맛을 띠게 되었다. “요즘에야 (구소련권의) 젊은층에게 떡볶이, 김치, 김밥 등은 친숙한 음식이죠. 하지만 과거 우리에게 이런 류의 요리에 비견될만한 음식으로는 오로지 <침치> 밖에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침치>를 주변에서 당장 구해다 쓸 수 있던 재료-양배추와 매운 고추-만으로 만들다 보니 원조격인 김치보다도 매운 맛이 나게 되었고요.” <김밥>과 ‘스시롤’의 차이 ‘한국식 스시롤’이라 할 수 있는 <김밥>은 예로부터 (동)아시아 지역에서 널리 만들어 먹던 원 형태의 것에 가까운 요리이다. 먼 과거에는 일본, 한국, 중국 각지에서 이러한 형태의 <김밥>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간이 흘러 일본의 스시롤이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다양한 종류로 진화해 나간 것에 반해 한국의 <김밥>은 본래부터 띠고 있던 기본적 토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형태로 남았다. “식초나 쌀술 같은 요리주가 들어가 톡톡 튀는 산미를 가진 일본의 스시롤과는 달리 한국의 <김밥>은 훨씬 단촐하고 기본적인 형태의 요리죠. 그저 참기름이 가미된 쌀밥 정도가 기본 재료로 쓰이니까요. 거기에 건조된 ‘노리(일본김)’가 쓰이는 스시롤과는 달리 <김밥>에는 구운 김이 사용되고요. 오늘날에는 우리 현지 시장에서도 김밥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또한 썰어 먹는 대신 아예 통째로 집어 먹는 경우도 많습니다. 마치 샤우르마(케밥) 먹듯이 말이죠.” ‘라멘’, 그리고 <라면> 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일본의 라멘과 한국의 라면을 헷갈려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둘은 엄연히 서로 다른 요리이다. 오늘날 라면은 흔히 ‘싸구려’ 음식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고급 레스토랑들에서 인기 메뉴로서 많은 사랑을 받는 요리이기도 하다.
“우선 카자흐 사람들에게 일본의 ‘라멘’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은 식으로 간단히 설명을 해주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 “한마디로 면이 들어간 소르파(Сорпа, 육수에 소량의 야채를 넣어 만든 튀르크계 민족들의 전통 수프류)처럼 오래 끓여야 하는 요리라고요. 반면 <라면>은 단시간 내에 조리가 가능하며 ‘땀 쫙 빼기 좋은, 얼큰한 해장 수프’이라고요. 개인적으로 라면에 어릴 적부터 길들여졌다 보니 이제 매운 음식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죠. 제가 예전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적이 있는데, 평소 그곳을 찾는 부유한 고객분들도 일반 라면을 즐겨 주문해 드시는 광경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채소 ‘아스파라거스’를 뜻하는 <스파르자>,
이렇게 불리게 된 까닭은?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음식 중에는 두유를 끓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막을 굳혀 짧고 굵은 막대 형태로 뽑아낸 요리가 있다. 그 이름은 <스파르자(Спаржа)>. 러시아어로 식용 식물 ‘아스파라거스’를 일컫는 이 단어는 어째서 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음식의 이름으로 쓰이게 된 것일까?
“두유를 끓이다 보면 수면 위로 밀도 높은 막이 형성됩니다. 마치 카이마크(Каймак, 우유의 지방층을 굳혀 만든 튀르크계 민족들의 전통음식)처럼요. 이것을 막대 도구로 꼼꼼히 걷어내 건조시킨 후, 짧고 굵은 막대 형태로 모양을 완성시키면 <스파르자>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그 어떤 화학성 물질이나 동물성 단백질이 섞이지 않은, 순수 식물성(대두) 단백질로 이루어진 음식이죠. 이 요리가 어째서 ‘스파르자’라고 이름 붙여졌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모두가 그렇게 이 음식을 부르게 되었고, 다른 별칭도 존재하지 않죠.”
(원글: 쿠르시브 미디어/다니일 제뱌트킨)
이어 고려인 음식의 역사와 관련하여 보다 전문적이고 상세한 내용은 다음 호 기사로 게재할 예정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