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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극장 - 역사적 추억과 문화, 민족 정체성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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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극장 - 역사적 추억과 문화, 민족 정체성의 상징
      고려극장 - 역사적 추억과 문화, 민족 정체성의 상징
      17.12.2025
      정확히 2년 전, 2023년 10월, 본지 편집부는 공화국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이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무대화 공연의 연습 현장을 찾았다. 그 때 우리는 연출가와 배우들이 신문의 의의와 역할을 얼마나 섬세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기자라는 직업의 본질과 책임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극장과 신문은 우리의 독창적 문화와 정신성, 그리고 민족 정체성을 떠받치는 두 기둥이라는 사실을.
      따라서 이번 KISTORY 특집호를 국립 고려극장에 헌정하자는 생각은 아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호에서는 고려극장의 의미, 독창성 그리고 '민족 문화와 불가분한 원천'으로서 가진 그 귀중함 – 아니,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최대한 담아내고자 했다.
      이 주제에 대해 고려극장 예술감독 니 류보비 아우구스토브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1932년 10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여러 예술동호회를 기반으로 원동 변강 조선극장이 창립되었다.
      93년의 세월 동안 극장은 여러 차례 이주하고 레퍼토리를 바꾸었지만, 그 핵심 사명만큼은 변함없이 지켜왔다 - 민족 문화를 지켜온 불씨의 역할이다.
      오늘날 공화국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은 이미 카자흐스탄 문화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가 되었으며, 새로운 형식과 내용 깊은 공연으로 관객들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고 감동시키고 있다.

      - 많은 사람들은 카자흐스탄에 고려극장이 있다는 사실을 들으면 놀랍니다. 마야콥스키 시인의 ‘별’에 관한 유명한 시구를 바꾸어 말하자면, 고려극장이 이토록 오래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원했다는 뜻이겠지요…

      - 저는 거의 30년 동안 이런 반응을 계속 접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일부러 놀라운 듯한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 안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심지어 고려인 사회 안에서도 극장의 존재를 모르거나 90년이 넘는 이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오히려 극장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고려극장은 문화∙역사적 현상, 말 그대로 하나의 ‘페노멘’(phenomenon)입니다. 한반도 밖, 해외에 국립 수준의 조선(한국) 민족극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아카데믹(academic) 극장’이라는 국가 최고 등급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에도 없는 매우 특별한 위상입니다.
      고려극장은 강제이주라는 비극적 역사 속에서 탄생했지만 그럼에도 고유한 전통을 지켜내며 스스로 발전해 온 페노멘입니다. 극장은 한민족 유산과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을 잇는 문화적 다리 역할을 합니다. 이곳에는 전통이 현대적 형태를 가지게 되며, 예술의 언어는 세대와 민족들을 하나로 연결합니다. 즉, 고려극장은 한민족의 정체성이 세계적 연극 경험과 대화하며 카자흐스탄이라는 공동문화 안에서 발전하는 ‘살아 있는 국립무대’입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극장이 지금까지 존재해 왔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강제이주, 제2차 세계 대전, 소련 붕괴 등 가장 혹독했던 시기에도 우리 고려인들은 본능적으로 ‘문화 없이는 온전한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민족문화의 유일무이한 중심지를 지켜냈습니다.
      고려극장은 단순한 무대나 배우, 공연을 너머 우리 민족문화와 예술의 전당, 정체성의 요새, 그 자체가 하나의 ‘문화적 성채’입니다.
      물론, 오늘날 극장이 이어지고 발전하는 데에는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AKK)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여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 협회와 극장의 긴밀한 협력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습니까?

      - 우리 극장은 소련 시기뿐 아니라 독립 이후에도 줄곧 국가 예산으로 운영돼 온 국립극장이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경제 위기 당시, 문화기관 전체의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극장도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때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의 지원은 극장이 버티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해 준 결정적인 도움이었습니다.
      본격적인 협력은 1990년 협회가 창립되자마자 시작되었습니다. 그때의 시대적 상황은 쉽지 않았고 협회는 극장을 사실상 보호하고 후원하는 역할을 맡아 주었습니다. AKK의 지원 덕분에 우리는 레퍼토리를 새롭게 정비하고 극장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며,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오늘까지 극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올렉 사프로노비치 리, 그리고 야코프 니콜라예비치 한, 스타니슬라브 리, 라브렌티 손 등 여러 원로 예술가들이 극장에 합류하며 극장의 기반을 단단히 다졌습니다.
      그 시기는 또한 고려극장이 단순히 고려인 사회를 위한 무대를 넘어, 카자흐스탄의 다양한 민족에게도 매력적인 문화 공간으로 확장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극장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되었고, 우리는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카자흐스탄 고려인들의 삶을 무대 위에 생생하게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극장은 ‘민족 고전극장’의 성격을 넘어 진정한 국민극장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카자흐 극작가들의 작품, 재즈 콘서트, 현대 드라마 작품, 새로운 공연 형식들이 레퍼토리에 추가되었습니다.
      한편 다수 문화기관들과 마찬가지로 고려극장도 한 때 인력난을 겪기도 했습니다.

      - 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 1990년대 말 극장에는 거의 대부분이 연로한 배우들뿐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는 생계를 위해 비즈니스 분야로 떠났고, 새로운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극장에는 그야말로 극장을 포기하지 않은 가장 헌신적인 사람들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협회와 함께 전국 한국 문화 축제 (성악∙무용 등)를 개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축제는 큰 전환점이 되었고 이후 여러 참가자들이 실제로 극단의 새 배우들로 합류했습니다. 또한 주르게노프 예술아카데미에서 20년 만에 처음으로 고려극장 배우들을 위한 전문 교육 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이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시기에 현재 극장장 엘레나 김, 배우 나탈리아 리 등 새로운 세대의 인재들이 극장에 들어왔습니다.
      그 시기부터 한국 예술의 진정한 르네상스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극장은 드라마, 음악, 무용, 성악 등 모든 장르를 하나의 무대 예술로 통합하며 표현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 때 처음 선보인 '무대극 형식의 공연(театрализованные представления)’은 극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고, 이후 극장의 중요한 전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현재 우리 극장에는 분과별 ∙ 장르별로 경직된 구분이 없습니다. 모든 배우가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멀티형 배우’입니다. 이것은 고려극장만의 중요한 특점이 되었고, 우리 극장이 지닌 독창적인 정체성이기도 합니다. 극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입니다.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이고 예술적 형태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오늘날 고려극장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습니까?

      - 현재 고려극장은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세계 문화 속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민족극장'에 머무르지 않고, 다층적이고 입체적인 예술 공간으로 발전했습니다. 무대에서는 카자흐 고전, 실험적∙언더그라운드 연극, 모던 작품, 퍼포먼스 형태의 공연 등 다양한 장르가 선보입니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국 예술 전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극장이 현대적인 '얼굴'을 갖게 된 데에는 젊은 세대의 합류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극장에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연출가 예카테리나 변, 수석 안무가 안나 최, 주역 배우 나탈리야 리를 비롯해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무용단과 안무팀도 한층 젊어졌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극장이 더 이상 '고려인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카자흐 무용수들이 한국 전통춤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위구르∙러시아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극에 출연합니다. 오늘날 고려극장은 진정한 다민족 극장으로 자리 잡았고, 이것 또한 그만의 독보적인 특징입니다.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극장이 연해주에 남았거나 또 다른 나라로 옮겼다면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다민족 국가인 카자흐스탄이라는 토양 속에서 극장은 한국의 전통뿐 아니라 카자흐 문화, 다양한 민족의 예술적 경험을 함께 흡수하며 성장했습니다. 비유하자면 풍요로운 땅에 떨어진 씨앗이 훌륭한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고려극장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 저는 고려극장이 앞으로 100년, 150년 더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이 극장은 고려인들에게만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카자흐스탄 전체에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고려극장은 단순한 국립 문화 기관이 아니라 기억과 전통, 예술의 힘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어느 민족이든 자신만의 극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행복이라는 말이 있지요. 우리 극장이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공화국 국립 아카데미 고려극장을 다룬 KISTORY 잡지 특별호도 함께 읽어보길 바랍니다. '고려일보' 편집국에서 무료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김 콘스탄틴 | 알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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