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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준 시인, 고려인의 노래 그리고 '바바 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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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준 시인, 고려인의 노래 그리고 '바바 토냐'
      김 준 시인, 고려인의 노래 그리고 '바바 토냐'
      08.08.2026
      시옐리(Shieli)를 떠나 크즐오르다를 거쳐 '자파드니(서부)' 지역의 오래된 공동묘지로 향했다. 우리의 목적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김 준(1900~1979)의 묘를 찾는 것이었다. 그는 1950년대 고려일보의 전신인 『레닌 기치』에서 문예기자와 문학·예술부장으로 활동했다.

      묘의 위치는 지난 6월 12일자 본지 인터뷰에 소개된 한국 사진작가 김동우가 보내준 좌표를 참고했다. 하지만 좌표만으로는 정확한 위치를 찾기 쉽지 않았다. 위성사진을 보며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숲을 헤치고 한참을 걸은 끝에 마침내 김 준의 묘를 찾을 수 있었다.

      묘비 안쪽에는 짧은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가던 길을 끝내 다 걷지 못했네. 슬프도다"

      숙소에 짐을 푼 뒤에는 크즐오르다 고려인협회 안 옐레나 지회장의 도움으로 두 명의 고려인 여성을 만났다. 정연두 작가는 오래된 고려인 민요를 기록하고 싶어 했다.

      섭씨 40도를 넘는 무더위 속에서 찾아온 두 분은 촬영팀 모두에게 반가운 손님이었다. 호텔 투숙객이 많지 않았던 덕분에 로비에서 바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촬영이 시작되고 시원한 로비에 옛 고려 노래가 잔잔히 울려 퍼지자 분위기는 금세 달라졌다. 피로가 어느새 사라졌다. 노래와 사람의 목소리가 마음을 얼마나 크게 움직이는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저녁에는 소규모 인원만 남아 고려극장 드라마 배우였던 림 안토니나(Лим Антонина) 여사를 찾아갔다.

      나는 오래전 '우리 집의 라디오’ 코너를 통해 그녀의 노래를 먼저 알게 되었다. 허스키하면서도 힘 있는 목소리는 정연두 작가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았다.

      '바바 토냐'(토냐는 안토니나의 애칭, 바바는 러시아어로 '할머니'라는 뜻)는 작은 아파트에서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고려극장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노래처럼 들려주었다.

      그녀는 리 함 덕(Ли Хам Док), 김 진(Ким Дин), 조정구(Тё Ден Гу), 연성용(Ен Сен Нен)을 비롯해 오늘날 젊은 배우들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수많은 선배 예술인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렸다.

      인터뷰가 끝났을 때는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이제 일어나려는 우리에게 바바 토냐가 단호하게 말했다.

      "밥 먹기 전에는 아무도 못 가!"

      더 말려 봐야 소용이 없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상을 차리는 일을 함께 거들었다.

      북짜이(пуктяй, 된장국), 밥이물이(물만밥), 감자와 고기….

      그런데 더욱 놀라웠던 것은 따로 있었다.

      바바 토냐는 아파트 안에서 직접 콩나물을 기르고 있었다. 창가에 놓인 나무 상자 가득 자라고 있는 '미디'(메주)는 그날 우리 모두에게 작은 기적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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