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광주문화관 관장이자 작가∙시인인 김병학 선생이 며칠 동안 알마티를 방문했다. 김 관장은 광주문화관 내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을 창립하고 전시관에 필요한 유물을 수집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우리는 김관장님과 만나 그 동안 전시관이 추진시킨 사업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 오래간만에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알마티에 오시게 된 동기는?
- 특별한 동기라기보다, 알마티를 다녀온 지 오래되어 그동안 보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고 잠시 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쉬기는 어렵더군요… 오자마자 벌써 우슈토베를 다녀왔습니다. 그 곳에 박 헬렌 선생이 설립한 고려인 박물관이 있는데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이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 저에게는 물론 경험이 있으니까요…
- 일단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선생님이 관장으로 계시는 광주문화관에 대해 좀 자세히 이야기해 주십시오. 문화관 창립 초창기에 우리가 <고려일보>지면에 인터뷰를 간단히 실은바 있는데 그후 4년이 지났으니 변동과 발전도 있었겠지요?
- 물론이지요. 광주문화관은 2025년 5월 20일에 개관되었는데 마침 세계인의 날에 열려 상징적이라고 봅니다. 공식적으로 광주문화관인데 거기에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이 있습니다. 전시관의 1층에는 상설전시실이 있는데 러시아에의 한인이주160주년, 1937년 원동으로부터 중앙아시아로 고려인 강제이주 등 고려인들의 역사가 한눈에 안겨오도록 되어 있습니다.
2층은 기획전시실로, 기념일이나 주년 행사에 맞춰 전시가 바뀝니다. 이미 고려사범대학 90주년, 고려극장 창립 90주년,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기획전이 열렸습니다.
올해 광복 80주년에 즈음하여 열었던 <중앙아시아로 건너온 사할린 한인들>이라는 기념특별전에는 <고려일보>에서 오래 근무한 김성조, 이정희, 남경자 기자들의 삶과 창작을 조명했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특별전시실은 또한 고려인들의 특출한 인물들을 소개했는데 <레닌기치>신문사 원로들인 이상희와 주동일 부부 ( 2021년), 유명한 벼 재배 전문가 김만삼 (2022년 ), 작가 ∙ 문학평론가 ∙ <레닌기치> 주재기자 정상진, 극작가 한진, 미술거장 문 빅토르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습니다.
-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을 찾아오는 방문객들이 많은지요?
- 연간 5천~ 8천 명 정도입니다. 현재 고려인 역사 박물관이 있는 곳은 광주뿐이지만, 앞으로 안산이나 다른 도시에도 설립될 것으로 봅니다. 최근에는 국회도서관, 독립기념관, 대학 연구기관 등에서도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현재 고려인 역사유물 전시관에는 1만 2천여 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 유물들은 잊혀가는 고려인의 역사를 되살리는 소중한 자료이며, 이를 수집 ∙ 보존하기 위해 들여온 김병학 관장의 노력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김 관장은 처음 카자흐스탄에 와서 우슈토베에서 한글교사로 근무하고 다음 알마타 아바이명칭 사범대학에서 8년 동안 한글을 가르쳤다. 또한 <고려일보>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한국문화 센터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한편 창작사업에도 계속 몸담았다. 시집도 펴내고, 신문에도 투고하였으며 한 야꼬브 작곡가와 < 재소고려인의 노래를 찾아서>가요집을 발행하였으며 아바이 시도 번역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덧 카자흐스탄에서 25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다. 김병학 선생은 카자흐스탄에서 고려인들과 친근하게 지내면서 고려인들의 쓰라린 역사와 삶을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동안 고려인들의 유물을 하나하나 모으면서 어떻게 그것을 보관하여 고려인들에 대해 세상에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많이 골머리를 앓았다.
2016년에 귀국한 김병학 시인은 광주고려인 마을과 함께 광주구청의 지지하에 고려인 문화원 (초기 명칭 ) 개관에 팔걷고 나섰던 것이다. 김병학 선생은 제 33회 광산구민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아바이의 주년 행사에서 그의 시 번역 활동이 인정돼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으로부터 정부 표창을 받기도 했다.
- 김관장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 물론 있지요, <고려인 먹거리 변천>이란 특별전을 열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 방문객들의 큰 흥미를 자아낼것 같습니다. 그러자면 전시관의 면적을 넓혀나가야 하는데 이것이 저의 가장 큰 꿈입니다.
김병학 관장은 고려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이 ‘’곧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의 오랜 수집과 기록의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전시관 확대라는 꿈 또한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기억을 보존하려는 그의 노력은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전 세계 한인 디아스포라에도 소중한 울림을 주고 있다.
남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