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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 ‘나우르즈’와 함께 찾아오는 온정… 봄의 시작을 ‘선행’으로 여는 카자흐스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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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 ‘나우르즈’와 함께 찾아오는 온정… 봄의 시작을 ‘선행’으로 여는 카자흐스탄 사람들
      춘분 ‘나우르즈’와 함께 찾아오는 온정… 봄의 시작을 ‘선행’으로 여는 카자흐스탄 사람들
      22.03.2026
      고대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춘분 ‘나우르즈(Nowruz, 페르시아어로 ‘새로운 날’을 의미)’는 오늘날 중동과 발칸,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최대 명절로 통한다. 유네스코는 지난 2009년 이 유서 깊은 절기를 인류 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함과 더불어 3월 21일을 ‘국제 노루즈의 날(International Day of Nowruz)’로 선포한 바 있다.

      유라시아 전역의 여러 민족이 공유하는 이 춘분은 카자흐 민족에게도 그 의미가 매우 각별하다. 특히 카자흐스탄 정부는 최근 이 명절을 통해 민족 정체성을 고취하고 그 고유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지난 2024년부터 기존 공휴일(3월 21~23일)을 포함해 총 10일간 이어지는 대규모 축제인 ‘나우르즈나마(Наурызнама)’를 제창하고, 이를 카자흐 고유의 문화 행사로 정례화해 운영하기 시작한 것. 열흘간 이어지는 이 축제는 ‘만남의 날’, ‘선행의 날’, ‘전통 문화의 날’, ‘전통 의상의 날’ 등 날짜별로 각기 다른 의미를 담아 기념된다. 이는 카자흐 민족이 예로부터 소중히 지켜온 가치관과 문화유산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취지다.

      이 중 3월 15일, ‘나우르즈나마’의 두 번째 날은 ‘선행의 날’을 뜻하는 <카이의릠딀륵 쿠늬(Қайырымдылық күні)>이다. 이날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과거 유목 생활을 하던 선조들의 전통을 되새기며 가족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물론, 낯선 이들에게까지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선행을 베풀며 공동체의 소중함을 확인하는 것이 이 날의 핵심 취지다.

      카자흐 민족은 예로부터 자비와 선행을 궁극의 미덕으로 여기며 이를 대대손손 이어왔다. 웃어른을 향한 공경과 약자에 대한 측은지심, 그리고 이웃 간의 두터운 연대는 카자흐 특유의 결속과 상호 부조 정신을 상징한다. 이러한 공동체적 가치는 오늘날 나우르즈를 맞이하는 카자흐인들의 모습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나우르즈나마’의 일환으로 기념되는 <카이의릠딀륵 쿠늬>는 선조들의 이러한 가치관을 현대적으로 재확인하는 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범국민적으로 행해지는 선행은 카자흐스탄이라는 거대한 사회 속 구성원들 간의 유대를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하고 세상을 한층 밝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자비’와 ‘베풂’은 카자흐 유목 문화에서 언제나 핵심적인 가치였다. 예로부터 카자흐 유목 사회의 원로들은 ‘자신이 누리는 것을 주변과 나누는 삶이 세상 그 어떤 보화보다 값지다’라는 가르침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을 매우 중요시했다. 카자흐 민속학자 아이게림 무사가지노바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과거 초원 위를 살아가던 카자흐 유목민들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감사 표현이 존재했으며, 이는 세대를 거듭하며 강한 문화적 특성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대표적 풍습으로는 잔치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빠짐없이 선물을 나누어주는 ‘샤슈(Шашу)’를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습을 통해 카자흐인들은 일상 속에서 베풂을 실천해 왔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누리는 것을 주변과 나누는 행위는 일종의 ‘에너지 교환’인 셈이지요. 카자흐인들은 예로부터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결코 외면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여겼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도움이 반드시 ‘재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각자의 형편에 맞춰 음식이나 의복 등을 정성껏 모아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전달하듯, 곤경에 처한 이가 결코 혼자 남겨지지 않도록 공동체가 힘을 합치는 ‘마음’ 그 자체에 나눔의 본질이 있는 것이죠.”

      특히 고아와 과부를 보살피는 일은 이러한 선행 실천 관습의 핵심이었다. 과거 카자흐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는 곳에서는 부모를 잃은 아이나 홀로 남겨진 여인이 생기면 공동체가 반드시 이들을 책임지고 돕는 것이 철칙이었다. 이웃에 처지가 어려운 이가 있음에도 도움의 손길이 닿지 않는 상황은 마을 전체의 명예가 걸린 문제로 여겨질 만큼, 서로를 살피는 공동체의 책임감이 무엇보다 컸다.

      낯선 이에게 가장 귀한 것을 내어주는 카자흐인의 온정, ‘예룰릑(Ерулік)’

      민속학자 아이게림 무사가지노바 씨는 카자흐 유목 문화의 환대 정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대 유목 사회에서 자신들의 진영을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숙식을 대접하는 것은 단순한 호의를 넘어선 문제였습니다. 척박한 초원에서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과 다름없었지요. 실크로드의 길목에 터를 잡고 살았던 카자흐인들에게 낯선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곧 일상이었습니다. 제 할머니께서는 생전에 ‘손님의 방문과 더불어 복이 온다(Қонақ келсе — құт келеді)’라는 말씀을 입버릇처럼 하셨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선조들은 ‘나그네와 함께 행운이 찾아온다’는 믿음을 가졌고, 형편이 넉넉지 않더라도 정성을 다해 그들을 환대했습니다. 이들을 위한 식탁에는 가장 귀한 음식을 올리고, 묵어갈 자리로는 집안의 상석을 내어주는 것이 당연한 관례였습니다. 이러한 환대 풍습인 ‘예룰릑(Ерулік)’은 오늘날에도 그 맥을 잇고 있습니다. 비록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형태는 달라졌을지언정, 새로 이사 온 이웃을 식사에 초대해 낯선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따뜻한 배려의 문화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날 카자흐스탄인들은 이러한 선조들의 정신을 고스란히 이어받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있다. 특히 상술했듯 지난 2024년부터 정착된 새로운 나우르즈 기념 방식인 ‘나우르즈나마’를 통해 지정된 3월 15일 ‘선행의 날(카이의릠딀륵 쿠늬)’은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온정을 베푸는 핵심적인 날로 자리 잡았다. 이는 본격적인 춘분의 축제를 만끽하기에 앞서, 소외된 이들을 먼저 보살피는 것을 고귀한 미덕이자 공동체의 의무로 여겼던 선조들의 철학과 그 궤를 같이한다.

      현대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이러한 나눔의 전통은 다채로운 자선 행사를 통해 실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에서는 ‘선행의 날’을 맞아 ‘아르다게를레르듸 아르닥타이윽(Ардагерлерді ардақтайық, ‘참전 용사들께 예우를’이라는 뜻)’이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독거 노인과 참전 용사 등 고령의 취약계층에게 식품 및 생필품을 전달하고,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생활 편의를 돕는다. 청년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사회단체 ‘아삼블레야 좌스타릐(Ассамблея жастары, 청년회)’는 ‘타잘륵 에스타페타싀(Тазалық эстафетасы, 청결의 릴레이)’라는 타이틀의 캠페인을 전개하며 노인들이 거주하는 주택 단지의 제설 작업을 도맡아 안전한 생활 환경을 조성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이어진다. 체험 학습 프로그램인 ‘의즈긜릑 의즤(Ізгілік ізі, 선함의 흔적)’를 통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도심 견학의 기회를 제공하며, ‘누를릐 주렉(Нұрлы жүрек, 밝은 마음)’ 음악회를 열어 문화적 소외 계층을 초청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나아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이들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는다. 공공시설 근로자들을 위한 다과회를 마련하는 한편, 행사 당일 자원봉사자들이 이들의 업무를 일부 대신해주어 휴식 시간을 보장해주는 이벤트 등은 카자흐 민족 특유의 상생 정신이 현대적으로 진화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알마티에서도 온정의 손길은 이어진다. 장애 아동들을 위해 마련된 ‘좍슬릑 좌사(Жақсылық жаса, 선행을 베풀어요)’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알마티 동물원 견학이라는 추억을 선물하고 있으며, 고아원 어린이들에게는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미래의 꿈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문화계의 참여도 활발하다. 주요 공연 기관들은 저소득층 및 보육 시설 아동들을 초청해 연극, 구연동화, 음악회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며 문화적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이 밖에도 홀로 지내는 노인들을 위한 식료품과 생필품 지원 등 이날 하루 동안 시내 곳곳에서 펼쳐진 온정의 물결은 ‘선행’이라는 공동체의 핵심 가치를 사회 전반에 확산시키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나우르즈나마(Наурызнама)

      앞서 언급했듯, 지난 2024년부터 카자흐스탄의 나우르즈 명절은 3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나우르즈나마’ 기간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10일 동안 지속되는 이 축제의 여정 속에서 각 날에 부여된 특별한 주제들은 여러 민족들이 공유하는 ‘나우르즈’라는 춘분에 카자흐 민족 고유의 전통적 가치를 깊이 있게 새겨주고 있다. 각 날의 의미를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 3월 14일, 쿼릐수 쿠늬(Көрісу күні, 만남의 날): 일가친지를 방문해 안부를 묻고 감사를 전하며 축분의 서막을 여는 날.
      • 3월 15일, 카이의릠딀륵 쿠늬(Қайырымдылық күні, 선행/자비의 날): 용서와 관용을 실천하고 어려운 이웃에게 자선을 베푸는 데 집중한다.
      • 3월 16일, 메제니옛 줴녜 울틕 살트데스투르 쿠늬(Мәдениет және ұлттық салт-дәстүр күні, 문화와 풍습의 날): 카자흐 고유의 전통문화 부흥과 계승에 초점을 맞춘다.
      • 3월 17일, 샹의락 쿠늬(Шаңырақ күні, 가정의 날): 유르트의 천장을 뜻하는 ‘샹늬락’의 의미를 되새기며 젊은 세대에게 올바른 가정관을 심어주는 날이다.
      • 3월 18일, 울틕 키읨 쿠늬(Ұлттық киім күні,전통 의복의 날): 카자흐 민족의 아름다운 전통 복식을 널리 알리고 착용을 장려한다.
      • 3월 19일, 좡아루 쿠늬(Жаңару күні, 쇄신의 날): 환경 보존을 위해 나무를 심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도모한다.
      • 3월 20일, 울틕 스포르트 쿠늬(Ұлттық спорт күні, 전통 스포츠의 날): 박진감 넘치는 민속놀이를 즐기며 민족의 기상을 높인다.
      • 3월 21일, 의틔막 쿠늬(Ынтымақ күні, 연대의 날):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
      • 3월 22일, 쥘 바싀(Жыл басы, 새해의 시작): 대망의 ‘나우르즈’. 축제의 정점이자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새해’를 본격적으로 맞이한다.
      • 3월 23일, 타자루 쿠늬(Тазару күні, 정화의 날):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3월 23일은 영혼과 환경의 ‘갱신과 정화’를 상징한다. 이날은 주변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되새기며 대대적인 청소와 자연 보호 활동을 펼치는 날로, 인간과 자연이 함께 새봄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다는 숭고한 취지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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