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복판에서 카자흐어를 가르치는 헝가리인
에리카 오네르 씨는 카자흐 민족의 언어와 문학, 전통과 풍습 깊은 조예를 가진 헝가리인이다. 얼마전 동카자흐스탄 주를 방문해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한껏 만끽했다는 그녀는 현재 모국인 헝가리에서 대학생들에게 카자흐어를 가르치고 있다. 유럽의 헝가리와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 역사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들어 보이는 이 두 나라 민족들 간에는 사실 너무나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에리카 오네르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본 내용은 카자흐스탄 온라인 매체 ‘Kazinform’에 게재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
— 에리카 씨, 먼저 나고 자라신 고향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 저는 헝가리의 ‘솔녹(Szolnok)’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농촌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어요. 지금은 세르비아와의 접경지역에 위치한 헝가리 남부의 도시 ‘세게드(Szeged)’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죠. 제게는 두 명의 어린 딸들이 있어요.
저는 언어를 배우고 새로운 단어들을 학습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답니다. 요즘에는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고요. 그 밖에도 여행을 하며 여러 민족들의 전통과 풍습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림 그리는 것도 평소 즐겨하는 활동이고요.
무엇보다 제 삶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가정으로, 평소 함께 놀이를 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등 저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가족과 함께 카자흐스탄을 방문하는 것도 늘 제가 꿈꿔왔던 일이고요.
—카자흐어에는 어떻게 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들려주세요.
— 저는 세게드 대학교에서 ‘알타이·투르크학’을 전공했는데, 우선 1학년때는 터키어를 심도 있게 배웠어요. 이후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후속으로 카자흐어와 부랴트·몽골어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특유의 아름다운 소리에 이끌려 카자흐어를 선택하게 되었죠.
— 카자흐어는 누구에게서 배우셨나요?
— 저의 카자흐어 선생님은 현재 카자흐스탄 동부의 도시인 외스케멘(우스트코메노고르스크) 소재 ‘사르센 아만졸로프 동카자흐스탄 대학교’에서 러시아어 및 저널리즘 학과의 수석강사로 재직 중이신 무크셰바 라우샨굴 자칸크즈 님이세요. 언어학 부박사이자 기자, 통번역사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23년간 헝가리에 거주하셨기 때문에 헝가리어에도 능통하시죠. 최근에는 헝가리 시인들의 작품을 모아 카자흐어로 번역한 시집을 출간하기도 하셨어요. 그 분을 통해 저는 카자흐어 뿐만 아니라 카자흐 역사, 문학, 전통과 풍습을 아울러 배울 수 있었답니다.
— 카자흐어를 배우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 헝가리어와 카자흐어는 교착어(역자 주: 교착어는 고립어와 굴절어의 중간 지점에 있는 언어의 형태로, 어근과 접사에 의해 단어의 기능이 결정되는 언어의 한 유형. 한국어, 일본어, 몽골어 등도 여기에 속한다)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어요. 이러한 특징 덕분에 개인적으로는 카자흐어를 배우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했죠. 다만 다른 한편으로 헝가리어는 우랄어족의 핀우그르(Finno-Ugric) 어파에 속하는 반면 카자흐어는 알타이 제어에 속한다는 차이점이 있기도 하죠. 카자흐어 문법은 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저는 2년간의 어학 과정 끝에 카자흐어로 어느정도 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게 되었답니다. 카자흐어와 친척 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터키어에 대한 지식을 이미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죠.
— 헝가리와 카자흐의 문화, 전통, 풍습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나요?
—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관련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우리는 헝가리와 카자흐 민족들이 서로 얼마나 밀접한 역사적 배경을 공유하는지 상상조차 못했을 거예요. 예컨대 제가 나고 자란 고향은 고대 ‘쿠만’인들이 살아가던 땅이예요. 쿠만인들은 튀르크계 유목부족으로, 18세기 이르티시 강 중류에서 현 헝가리 영토의 중앙부까지 터전을 옮겨왔죠. 그리고는 점차 토착 헝가리인들과 동화되어 가면서 본래 사용하던 킵차크어를 소실했고요. 물론 인류사에서 킵차크어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요. 오늘날 저의 고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시 ‘카르차그(Karcag)’에는 카자흐스탄 명예 영사관이 있을 정도로 양국간 교류는 활발하며, 쿠만어의 기원에 대한 연구활동 또한 현재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우리의 고대 풍습은 카자흐 민족과 많은 부분에서 닮아 있었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죠.
— 세게드 대학교에서는 현재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카자흐어를 공부하고 있나요? 카자흐어에 어느 정도의 흥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 원래 카자흐어를 가르치셨던 라우샨굴 자칸크즈 선생님께서 외스케멘으로 돌아가신 후 세게드 대학교의 알타이학과장님께서 공석이 된 카자흐어 교사 자리를 제게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 저는 그곳에서 카자흐어 강사로 재직하고 있지요. 제가 가르치던 이들 중 유독 카자흐어에 큰 관심을 보였던 학생 한 명은 외스케멘의 대학교에 입학을 하기도 했어요. 그는 자신의 졸업논문 주제로 꽃들의 카자흐어 이름들과 그 기원에 대해 다룰 것을 고려 중이라고 해요. 추후 대학원에 진학해서도 카자흐어와 관련된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하고 싶어하고요. 현재 양국 두 대학교 간 교류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기쁘고 흡족하네요. 최근에도 저희 대학교에 재학하던 한 학생이 사르센 아만졸로프 동카자흐스탄 대학교에 교환을 간 사례가 있고, 반대로 외스케멘 출신의 학생 2명이 영어 연수차 저희 세게드 대학교에 들어오는 일도 있었답니다. 이렇듯 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단순 언어 연수 등에서 그치지 않고 나아가 이를 통해 양국의 환경과 세세한 면모를 익히고 섭렵하여 훗날 양측 간에 이루어지는 협상과 협력 등에 많은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혹시 평소 카자흐어 노래도 들으시나요?
— 지난 2011년 처음으로 카자흐어 노래 ‘아구가이’를 접했는데, 듣자마자 홀딱 반했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 노래를 즐겨 듣고 있지요. 개인적으로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카자흐 땅의 광활한 초원이 떠올라요. 카자흐 민족의 예술과 음악 문화는 풍부한 역사를 지니고 있죠.
— 카자흐스탄을 처음으로 방문한 때는 언제였나요? 첫 여행을 통해 받은 인상은?
— 제가 카자흐스탄 땅을 처음 밟은 것은 2011년도였어요. 당시 알마티를 통해 입국한 뒤 기차를 타고 타라즈를 방문했는데, 처음으로 마주한 카자흐스탄의 자연과 아이샤 비비 영묘 등을 비롯한 여러 역사적 장소들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카자흐 전통 요리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 민족들의 음식들까지 접하게 되었는데 그 또한 인상적인 경험이었어요. 특히 카자흐식 고기요리와 플롭, 만티 등이 너무나 맛있었어요. 슈르파는 지금까지도 제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이고요.
여행 당시 방문했던 지역의 주민분들 모두가 따뜻하게 환대해 주셨던 것도 기억에 남았어요. 첫 카자흐스탄 방문 후 카자흐 민족에 대해 남게 된 이미지들은 긍정적인 것들 뿐이에요. 또 가장 최근 카자흐스탄을 방문 했을 때에는 외스케멘 인근에 위치한 ‘악바우르’ 동굴에 가보았는데, 새삼 높은 산들로 둘러 쌓인 동카자흐스탄 지역의 자연경관이 얼마나 독특하며 아름다운지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또 주민분들도 후한 환대와 도움을 아끼지 않으셨고요. 특히 모두들 제가 카자흐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시고는 놀라움과 흡족함을 표하셨죠.
원글: 무랏벡 마쿨베코프/Kazinfor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