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에서는 이미 이전에도 글로벌 그룹을 향한 시도가 있었다. BlackSwan, VCHA 같은 그룹이 바로 그 예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사가 제작한 글로벌 멤버 구성의 틈들이었지만 지금까지 이 같은 시도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과로 이어진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2024년 하이브(HYBE) 소속으로 데뷔한 Katseye의 등장은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케이팝 역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그룹이 진정한 글로벌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왜 Katseye는 성공했고, 다른 그룹들은 그렇지 못했는지 이 글에서 살펴보려 한다.
하이브는 이미 케이팝 씬에서 수많은 성과를 이루어낸 회사이다. 모든 것은 BTS로부터 시작되었다. BTS는 아시아를 넘어 점차 글로벌 시장, 특히 할리우드에서도 영향력을 넓혀 갔다. 이러한 성공 이후 하이브에서는 TXT, LE SSERAFIM, NewJeans 등 여러 성공적인 그룹이 데뷔했다. 물론 이 그룹들에도 외국인 멤버가 있지만, 분명히 케이팝 팬층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팀들이었다. 그러나 2023년 하이브는 Geffen Records와 함께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과거 엘튼 존, 셰어, 스눕 독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을 프로듀싱했던 레이블과 협업하여 글로벌 걸그룹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들 중 최종적으로 6명의 멤버가 선발되었다. 필리핀 출신 소피아, 인도계 미국인 라라, 라틴계 미국인 다니엘라, 스위스 출신 흑인 멤버 마농, 중국계 미국인 메건, 그리고 한국인 윤채이다. 서로 다른 인종과 국적, 서로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가진 멤버들이 하나의 그룹으로 모였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성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BlackSwan과 VCHA 역시 비슷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Katseye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Katseye가 기존 글로벌 그룹들과 가장 크게 다른 첫 번째 이유는, 케이팝 모델을 완전히 따라 하려고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억지로 귀엽거나 과도하게 ‘걸크러시’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는다. 케이팝에서는 이러한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데뷔곡 ‘Debut’ 역시 특정 콘셉트에 집착하지 않았고, ‘Touch’ 또한 분홍빛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전형적인 귀여움 콘셉트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중립성 덕분에 대중은 특정 이미지가 아닌 멤버 자체에 집중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콘셉트는 ‘일상성’에 가까웠고, 스타일보다 사람 자체가 중심이 되었다.
BlackSwan과 VCHA는 글로벌 멤버로 구성되었음에도 전체적인 스타일과 음악, 메이크업까지 강하게 케이팝 색채를 띠고 있었다. 글로벌 요소는 멤버 구성에만 존재했던 셈이다. 반면 Katseye는 케이팝의 홍보 방식은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포토카드, 챌린지 영상,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댄스 협업, 라이브 스트리밍 등은 팬들에게 친근함과 참여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유’이다. 케이팝 아이돌이 철저한 관리와 통제 속에서 활동하는 것과 달리 Katseye 멤버들은 훨씬 더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멤버들은 자신의 정체성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한다. 메건과 라라는 공개적으로 양성애자임을 밝히기도 했고, 연애나 과거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또한 각자의 문화적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라라는 인도의 전통 장식인 빈디를 자주 착용하고, 마농은 드레드 헤어나 브레이드를 스타일로 유지하며, 메건은 항상 옥 팔찌를 착용한다. 이러한 모습은 다양한 문화적 대표성을 보여주며 더 넓은 팬층을 형성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공감과 연대감을 느낀다. 이전 글로벌 그룹들이 단순히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처럼 보였다면, Katseye는 각자의 정체성을 지우지 않은 채 존재한다는 점이 다르다.
세 번째 이유는 퍼포먼스의 완성도이다. Katseye는 무엇보다 아티스트이다. 강도 높은 안무, 화려한 스타일링,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은 이들을 단순히 콘셉트로만 주목받는 그룹이 아닌 실력 있는 퍼포머로 만든다. 결정적인 순간은 롤라팔루자(Lollapalooza) 무대였다. 공연 이후 틱톡에는 무대 영상과 편집 영상이 넘쳐났고, 이는 그룹의 인지도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여섯 멤버 모두가 자신의 자리를 실력으로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멤버들 사이의 케미스트리는 화면 너머에서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각자는 개성이 뚜렷하지만 함께 있을 때 더 강해진다.
물론 현재 Katseye 역시 여러 논란과 오해를 겪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는다. 이들은 한국 레이블 아래에서 성공을 거둔 최초의 글로벌 그룹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VMA 수상과 그래미 노미네이션이라는 성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소녀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 언젠가 자신 역시 자신의 문화와 정체성을 그대로 지닌 채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이다.
서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