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과 붓으로 한글을 정성껏 써 내려가는 전통 예술, ‘한글서예’가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한글서예를 국가무형유산 신규 종목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지난 26일 관보를 통해 밝혔다. 한글서예는 ‘우리 고유의 문자인 한글을 먹과 붓을 사용해 글로 쓰는 행위와 그에 담긴 전통지식’으로 규정하며,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으로서의 한글서예의 가치를 대내외에 알릴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지정은 한글의 예술성과 전통을 세계적 유산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될 전망이다.
한글서예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조선 왕실과 민간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기록하고 문화를 전승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발전해왔다. 편지, 문학 작품, 실용서 등 다양한 기록물은 문화사와 국어사 연구에도 큰 기여를 해왔으며, 독창적인 조형예술로서 시대의 미적 감각과 사회상을 담아냈다.
오늘날 한글서예는 캘리그래피,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예술 분야로 확장되며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우리 고유의 문자 체계인 한글을 표현하고 특유의 서체와 필법 등 전통성과 고유성을 통해 전통문화로서 대표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다수의 노력과 헌신이 결실을 맺은 결과다. 2022년7월 한글서예의 가치를 확인하기 위한 기초 연구가 시작됐으며, 2023년에는 전북특별자치도의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해 공식 신청이 이뤄졌다. 이후, 한글서예 국가무형유산지정 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서명운동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며 이번 지정에 이르게 됐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목표로 고증작업과 체계적 연구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서예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서예 작가들의 창작 환경 개선과 지원 방안을 마련해 한글서예의 계승과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이번 지정은 한글서예를 사랑하는 많은 분의 헌신 덕분’’이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목표로 전통 계승과 세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한글서예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은 단순히 민속적 유산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통을 현대에 이어가며, 미래로 확장해가는 한글서예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