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세계 일주 중인 이름 있는 한창환 서예가가 며칠 전 알마티에 들렀다. 홀로 7만 킬로미터의 대장정에 올라 차로 여행을 하며 한글 서예의 가치와 의미를 알리는 귀한 손님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고려일보> 신문사에서 한창환 서예가를 잠시 만났다. 한 선생은 방금 '나비야, 꽃피는 봄날 청산 가자'라는 아름다운 붓글을 써서 편집부에 선물했다.
- 반갑습니다. 이번 여행이 처음입니까? – 우리의 첫 질문이었다.
- 대학 3학년 때 지도와 배낭만 들고 유럽의 덴마크에서 이탈리아까지 약 3000킬로미터를 90일간 도보로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 첫 여행이라, 그것도 도보여행이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텐데 그래도 여행을 계속하려는 생각을 포기하지는 않았습니까?
- 아닙니다. 여행은 언제나 제 꿈이었습니다. 그리고 제 여행은 단순히 이곳저곳을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한글 서예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한글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습니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우리 겨레의 얼이 담긴 인류의 문화예산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이 세계 곳곳에서 한글을 더 깊이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한창환 선생의 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4개국에 한글학교가 있으며, 그 학교들을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창환 서예가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연세대, 동국대에서 약 20년간 강의했다. 동시에 다양한 대행사에서 서예 작품을 선보였다. 신문 지면의 한계로 몇 가지만 열거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DMZ 아트페스타, 강릉 단오제, 붓이야기박물관 개관식, 세계평화교육 페스티벌,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 세계평화 유산 기원 퍼포먼스 ( 임진각 ), DMZ day 선포식, 3.1 운동 100주년, 유엔 NGO방문 평화 포럼, 금강산 관광, DMZ 웨딩 퍼포먼스, 한반도 평화만들기 은빛순례단, 코리아남북교류연합회, 광주고려인 마을 등 약 3만여 점이다.
-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평화’, ‘비무장지대’ 주제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 이번 세계 일주의 슬로건이 ‘’한글 사랑, 평화 사랑’’입니다. 제 작품의 기본 주제는 생명과 평화입니다. 저는 평화 활동도10년 가까이 해왔습니다. 특히 한민족의 비극으로 자리 잡은 비무장지대( DMZ )가 늘 제 주목을 끌었는데, 잠시라도 온화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강원도 통일전망대에서 세 쌍(두 쌍은 미국, 한 쌍은 몽골)의 국제결혼식을 열도록 조직했습니다. 또 239 킬로미터의 비무장지대에 순례길을 만들어 평화유산으로 선포하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서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것도 작지만 통일을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 이번 대장정의 코스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지난 8월 12일에 세종대왕 기념관에서 출정식이 열렸습니다. 배를 타고 동해를 건너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습니다. 물론 차도 배에 실었습니다. 여행 코스는 22개로, 첫 번째가 러시아 연해주이고 다음은 동서양을 잇는 이스탄불을 거쳐 동유럽, 서유럽을 돌아 이탈리아의 시칠리아에 닿습니다. 이후 중아아시아와 몽골을 횡단한 뒤, 여행이 시작되었던 블라디보스토크로 돌아와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한글을 싣고 세계 일주를 하는 셈이지요. 여행 기간은 13개월, 53개국을 돌며 총 7만 킬로미터를 주행합니다. 카자흐스탄까지 비교적 무사히 왔는데, 1937년 강제이주 당시 고려인들의 첫 정착지였던 우슈토베로 가던 중 탈디코르간에서 50 킬로미터도 못 가 차가 고장이 났습니다. 그런데 카자흐 청년 셋이 도와 차를 견인해 정비소까지 가게 해줬습니다. 3일간 차를 그곳에 두었는데 결국 수리는 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카자흐인들이 숙소도 제공해 주고, 청년들의 친척 집에서 말고기 요리로 대접받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며, 1937년 혹독한 겨울에 카자흐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려인들의 고난은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는 알마티로 견인해 와서 수리했습니다. 큰 도시에 장비가 갖춰져 있으니 역시 달랐습니다.
- 지난 1월 광주 고려인 마을을 다녀오셨다고 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예, 지난 1월 25일 고려인 마을을 찾아가 고려인 자녀 70여 명이 한민족의 전통 서예를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서예가 이렇게 재미있고 신기한 줄 몰랐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 알마티에서는 어떤 곳을 방문하셨습니까?
- 고려극장, 고려일보, 경영대학교를 방문했고, 이재완 회장님과 함께 심불락에도 다녀왔습니다.
한창환 서예가는 가는 곳마다 아름다운 붓글을 남기고 흥미로운 강의도 이어갔다.
- 혼자 차를 몰고 7만 킬로미터를 여행하다 보면 외롭지 않으십니까? 위험한 순간도 있을 것 같은데요. 가족들도 1년 넘는 기간 동안 걱정이 많을 텐데요.
- 별로 외롭지 않습니다. 위험한 일도 겪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나쁜 사람보다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이들이 더 많습니다. 물론 식구들이 다 걱정하지만, 그 중에서도 91세 되신 어머니가 가장 크게 걱정하시지요. 그래서 하루에 한번은 반드시 어머니와 통화합니다.
- 다음 코스는 어디입니까?
- 카자흐스탄에서는 아직 가지 못한 우슈토베에 다시 들리고, 홍범도 장군의 안식처였던 크즐오르다도 방문할 예정입니다. 이후는 일정에 따라 움직일 것입니다.
- 이런 여행에 비용도 많이 들 텐데요.
- 세종국어 문화원, 중앙대 의료원, 김부석 원장님의 현대병원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지원가 되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머나먼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귀국하시기를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남경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