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카자흐스탄의 식문화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생소했던 이국적 식재료와 트렌디한 해외 요리가 국민들의 식탁 위 일상으로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스페셜티 커피 문화의 대중화, 한식을 필두로 한 아시안 푸드 열풍, 맞춤형 식단 구독 서비스 등의 활성화에 힘입어 식음료 및 외식산업 또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카자흐스탄 소비자들의 입맛과 식문화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 현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짚어본다. 본 기사 내용은 카자흐스탄 언론의 시각과 여론을 전달하고자 현지매체 Kazinform의 보도자료를 발췌하여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소셜 미디어가 젊은 층의 식습관에 미치는 영향
소셜 미디어(SNS)가 패션, 대중문화, 영화, 음악을 넘어 식문화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수년간 각종 SNS 플랫폼을 통해 특정 요리나 음료 영상이 크게 주목받으며 글로벌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는 사례가 많아졌다. 2024년 세계적인 유행을 끌었던 ‘두바이 초콜릿’부터 한국산 ‘샤인머스캣’의 판매량 급증, 과일펀치의 일종인 ‘화채’와 ‘달고나 커피’의 제조법 유행까지.
모두 소셜 미디어를 타고 확산한 글로벌 식문화 트렌드다. 이러한 몇 가지 대표적 사례에 국한되지 않더라도, 현대인의 식습관 형성 과정에서 나타나는 SNS의 파급력은 이미 일상 속에서도 매우 분명하게 체감되고 있다.
영국 농업원예개발공사(AHDB)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늘날 Z세대(1997년~2011년생)의 55%가 음식 관련 정보를 탐색할 때 숏폼 플랫폼 ‘틱톡’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Z세대의 70%는 새로운 요리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한다고 응답했다. 즉 Z세대는 숏폼 영상으로 새로운 레시피, 이색 음료, 생소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뒤, 이를 직접 구매하거나 외식에 반영하는 오프라인 소비 방식으로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소셜 미디어는 건강식 정보를 얻는 주요 창구로도 자리잡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시립대학교와 글로벌 웰빙 플랫폼 ‘MyFitnessPal’이 공동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 응답자의 87%가 식단 및 건강 관련 자문을 얻기 위해 틱톡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2023년 실시된 해당 조사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서구권의 Z세대 및 밀레니얼 세대 2천여 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처럼SNS상에서 얻는 음식 및 건강 정보는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관련 영상 6만 7천여 건의 정확성을 검증한 결과 공공보건 및 영양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콘텐츠는 단 2.1%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과학적 근거 부실, 정보의 모호성, 부분적 오류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검증 정보가 대중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57%가 ‘틱톡에서 접한 식단 트렌드를 실천한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약 33%는 이를 따르다 건강 부작용을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글로벌 추세를 따라가는 카자흐스탄
SNS 중심의 글로벌 문화·식품 소비 트렌드는 카자흐스탄 청년층의 일상 속에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자스타르(Jastar) 연구소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카자흐스탄 청년층의 79.8%가 인스타그램을, 63.9%가 틱톡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펜디야로프 카자흐 국립의과대학교(KazNMU) 소속의 아르닥 추옌베코바(Ардак Чуенбекова) 의학박사는 “카자흐스탄의 Z세대(1997년~2011년생)와 후기 밀레니얼 세대(1989~1996년생)는 틱톡과 인스타그램, 그리고 한국 대중문화의 영향 속에서 미식 취향을 형성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현재 카자흐스탄 청년층의 식문화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다음의 3대 트렌드를 짚었다.
첫 번째 트렌드는 ‘아시안 스타일’의 길거리 음식이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 요리에 대한 카자흐스탄 젊은 층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대대적인 ‘라면 붐’에 힘입어 카자흐스탄 전역에서 라면 전문점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으며, 매콤한 소스의 떡볶이를 비롯해 한국식 핫도그, 김밥류 등의 분식도 이제 현지 젊은이들의 일상적인 메뉴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카자흐스탄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K-푸드 열풍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 2024년 한국의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억 달러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의 일등 공신은 단연 라면으로, 당년 해당 품목의 수출 증가율은 31.1%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류의 글로벌 인기가 세계 각지 소비자들의 실제 식품 소비로 이어진 대표적인 예라고 보고 있다.
두 번째 트렌드로 추옌베코바 박사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수제 음료’의 급부상을 꼽았다. 기존에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던 탄산음료의 자리를 버블티, 아이스 커피, 범블 커피, 말차 라떼 등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는 것.
이 역시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일치한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2년 36억 3천만 달러 규모였던 세계 버블티 시장은 오는 2029년까지 66억 7천만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어 추옌베코바 박사는 카자흐스탄 청년층의 식문화를 이끄는 세 번째 키워드로 이른바 ‘새로운 카자흐 요리’를 짚었다. 카자흐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 조리법과 접목해 새롭게 재해석한 퓨전 요리가 최근 새로운 미식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말고기 버거’, ‘카즈(말고기 햄류) 스테이크’를 비롯해 감자 소스를 곁들인 ‘쿠르트(건조 치즈)’, ‘발카이마크(꿀을 섞은 크림)’를 기본 재료로 한 디저트 등이 대표적이다.
카자흐스탄 소비자의 새로운 선택, ‘커피·식물성 우유·無글루텐’
카자흐스탄의 외식업 컨설팅 업체 ‘Poster’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5년 카자흐스탄 내 카페들의 커피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커피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 증가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글로벌 원두 가격 인상과 물류비 등 원가 상승 여파로 지난해 전체 커피류 평균 가격은 8%가량 올랐다. 특히 대표 인기 메뉴인 카푸치노의 경우 평균 가격이 9.6% 상승하며 최고 1,160텡게를 기록했으나, 판매량은 도리어 27% 급증했다. 카자흐스탄의 카페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커피류는 이렇듯 우유가 들어간 메뉴로 나타났으며, 연간 판매량을 기준으로 카푸치노의 소비 증가율이 상기한 것과 같이 27%, 아메리카노는 26%, 라떼는 20%, 플랫 화이트는 35%에 달했다. 필터(드립) 커피의 경우 판매량이 65% 상승했다.
카자흐스탄 내 커피 소비 문화의 확산은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카자흐스탄의 커피 수입량은 전년 대비 13% 늘어난 3천 5백 톤 이상으로 집계되었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두고 “카자흐스탄에서 커피 문화가 확실하게 안착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국내 주요 도시들의 커피 소비 문화는 이제 세계적인 대도시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반 시민들에게 카페 방문이 일종의 ‘이벤트’로 여겨질 만큼 특별했다면, 이제는 출근길에 커피를 구입하는 것이 일상 루틴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커피가 시민들의 ‘사치품’에서 ‘일상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 조사에 따르면 도심 카페들에서 커피 주문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대는 오전 9시로 집계됐다.
한편 추옌베코바 박사는 기존의 우유 첨가 커피 선호 현상과 더불어 필터·드립 커피 판매량이 60% 이상 급증한 점에도 주목했다. 이는 카자흐스탄 소비자들이 점차 ‘원두 본연의 깔끔한 맛’을 찾는 등 취향이 한층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식물성 우유·무글루텐 식품 확산… “다만 유행 맹신은 경계해야”
우유가 들어간 커피 메뉴의 인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체 우유’와 ‘무글루텐’ 식품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현지 카페들은 유당불내증, 우유 단백질 알레르기 보유자 및 비건 소비자를 위해 카푸치노나 라떼 주문 시 무유당(락토프리) 우유, 귀리, 아몬드, 헤이즐넛, 코코넛 우유 등 다양한 식물성 옵션을 확대 제공하는 추세에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건강·대체 식음료 열풍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실제 유당불내증이나 셀리악병 등 뚜렷한 ‘의학적 사유’로 대체 식음료를 소비하는 경우는 전체 수요의 약 30% 수준에 불과하며, 나머지 70%는 마케팅과 트렌드의 영향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현재의 시장 확장은 의학적 필요성보다는 이미지와 트렌드 중심의 소비가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녀는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나 전문적인 소견 없이 단순히 유행에 이끌려 우유나 밀가루를 식단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소비 형태는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카자흐스탄 국민의 식생활, 어떻게 변화했나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 ‘Innova Market Insights’가 지난 2025년 3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발표 전년도인 2024년 한 해 동안 전세계 소비자 2명 중 1명꼴로 신선 식품 및 가공되지 않은 식품의 구입량을 과거에 비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0% 가량이 ‘식단에서 가공식품의 비율을 의도적으로 줄였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27%는 ‘유해한 것으로 판단되는 성분이 함유된 식제품은 가급적 피한다’고 답했다. 이 밖에 소비자 4명 중 3명은 ‘제품 성분을 확인한 후 구매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전체 응답자의 58%는 ‘식제품의 성분과 원산지에 대한 신뢰도 높은 정보가 표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흐름은 식품 제조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4년 전 세계에서 출시된 신규 식품 3개 중 1개는 인공 보존제, 색소, 첨가물을 뺀 ‘천연 성분’ 제품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영양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카자흐스탄 소비자들 역시 일상 식단에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 가당 음료를 바라보는 시각이 한결 실용적으로 변했다. 소비자들은 이들 식품의 유해성을 인지하면서도 바쁜 현대 사회의 리듬에 맞춰 타협점을 찾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햄버거, 되네르 케밥 같은 음식이 가벼운 요깃거리나 대학생들의 저렴한 한 끼로 인식됐다면, 이제는 이들 또한 ‘웰빙’ 콘셉트를 표방하는 대형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고 짚었다.
실제로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새로운 소비자 니즈에 맞춰 샐러드 롤, 사과 슬라이스, 소스를 최소화한 메뉴 등을 늘려가는 추세다. 가공식품 시장에서도 기존의 저가형 상품군 외에 ‘프리미엄·천연’을 키워드를 내세운 제품군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가당 음료 시장에서도 뚜렷한 수요 변화가 감지된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설탕 거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소비자들이 대거 무설탕 제품으로 갈아타거나 콤부차, 무가당 아이스티, 비타민·아답토젠이 첨가된 기능성 음료 등 대안 상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포케볼(Bowl)과 맞춤형 배달 식단, 고단백 식품의 인기 급증 역시 이러한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이에 대해 건강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시간 절약’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장보기부터 요리, 설거지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맞춤형 식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칼로리와 영양소 함유량이 잘 계산된 일일 식단 배달 서비스는 과거 전문 보디빌더들의 전유물이었으나 현재는 IT 종사자, 사업가 등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대중적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는 것.
한편 추옌베코바 박사는 포케볼의 인기 요인으로 ‘시각적 요소’를 꼽기도 했다. 연어나 닭고기 같은 단백질원, 키노아나 현미 같은 탄수화물, 각종 채소가 한 그릇에 직관적으로 담겨 있어 SNS 공유에 적합할 뿐만 아니라 균형 잡힌 건강식이라는 인식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것.
아울러 고단백 식품의 급부상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현 시대의 핵심 영양소가 된 단백질 또한 카자흐스탄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트렌드라며 “프로틴바, 치즈 커드, 푸딩 등의 식품이 이제 스포츠 영양 전문 매장을 벗어나 집 앞 일반 슈퍼마켓 매대까지 장악했으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간식류를 차에 곁들여 즐기는 ‘안전한 무설탕 디저트’로 소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10년의 대변화… “음식은 이제 건강을 위한 투자”
2016년과 2026년 사이 10년 동안 카자흐스탄 국민, 특히 대도시 거주자들의 식습관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10년 전만 해도 마요네즈 베이스의 샐러드와 빵 등 ‘맛있고 든든하며 저렴한 음식’이 주를 이뤘다면,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구매 전 라벨을 확인하며 당류, 트랜스지방, 보존제 유무를 꼼꼼히 살핀다.
추옌베코바 박사는 카자흐스탄 내 건강식 트렌드가 앞으로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확신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영양학의 기본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숨겨진 당류’의 위험성, 식이섬유와 영양소 균형의 중요성 등에 대해 이해하고 있죠. 음식 자체를 질병 예방과 체중 조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관리를 위한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대도시와 경제 활동 인구를 중심으로 활발하지만, 머지않아 국가 전역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