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지역을 넘어 전 세계적 분열과 갈등의 해법을 모색하는 주도적 기여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 가교 역할의 한계를 벗어나 글로벌 질서의 안정과 평화유지에 실질적으로 관여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발현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외교·안보·에너지 등 주요 글로벌 난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아스타나 국제 포럼(Astana International Forum)’은 각국이 당면한 문제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국제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려는 카자흐스탄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상호협력의 정신으로 인류 공동의 과제를 해결하고 외교·경제·정치 영역을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공화국 대통령의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카자흐스탄은 이러한 연대 정신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받는 ‘안정의 설계자’로서 그 역할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고조되고 있는 중동 사태에서 카자흐스탄은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 중동 분쟁의 해결 전망과 카자흐스탄의 외교적 과제에 대해 이스라엘 내 최고 권위의 학술 기관인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Hebrew University of Jerusalem) 산하 ‘해리 트루먼 평화연구소(The Harry S. Truman Research Institute for the Advancement of Peace)’의 제브 레빈(Zeev Levin) 소장의 견해를 들어본다. 다음 인터뷰 내용은 카자흐스탄 매체 카즈인폼에서 게재한 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공화국 대통령은 최근(4월 8일) 중동 사태와 관련한 휴전 협상 소식을 놓고 “세계 무역과 경제적 번영을 위해 이번 휴전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도출된 합의가 지역 안정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시는지요?
의심할 여지 없이, ‘지속 가능한 평화’는 언제나 지역 경제와 글로벌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의 중동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당사국들은 반드시 합의점을 찾아야 합니다. 아울러 아직 현재의 상황은 ‘완전한 평화 협정’의 단계가 아닌, ‘휴전’ 상태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짧은 기간 내에 더 진전된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갈등은 재점화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규모 또한 훨씬 더 위험한 수준으로 고조될 수 있습니다.
현 사태와 관련하여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갈등의 당사국들이 진지한 타협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이란에서 실제로 심도 있는 수준의 정치적·이념적 변화가 일어난다면, 이는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요.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중동 지역 내 긴장상태가 세계 경제에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만약 핵심적인 갈등 요인들이 해결된다면, 이는 중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발전의 단계를 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지난달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현재 중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 당사국들에게 서로에 대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역내/글로벌 평화를 위해 종전 협상에 나서 줄 것을 호소하며 “필요할 경우 카자흐스탄은 평화 협상을 진행할 대화의 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러한 협상을 진행할 중립적 장소로 ‘투르키스탄’을 제안했고요. 이러한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카자흐스탄은 이미 시리아 문제를 포함하여 중재 외교를 펼친 경험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평화 협상 플랫폼’ 제공에 대한 이번 제안은 그러한 외교 행보의 관점에서 지극히 논리적인 연장선으로 보입니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그동안 문명 간, 그리고 종교 간 대화를 지지하는 국가로서의 이미지를 꾸준히 일관되게 구축해 왔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와 투르키스탄은 모두 중립적인 협상지라는 개념에 충분히 부합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카자흐스탄은 ‘아브라함 협정*’에 가입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행보가 자국의 외교 노선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카자흐스탄은 항상 국제적 협력 발전을 추구해 왔으며 이는 국가의 ‘다자주의 외교 정책’과도 전적으로 부합하고 있습니다.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했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 카자흐스탄이 보다 더 넓은 범위의 국제적 대화 체계에 동참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었지요. 실질적인 영향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행보는 특히 카자흐스탄과 미국 간의 관계 또한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오늘날의 국제 정세 속에서 카자흐스탄이 견지해온 평화 구축 모델은 어느 정도의 대외적 위상과 필요성을 갖는다고 보시는지?
평화 구축을 지향하는 자세는 국제 관계에서 늘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평화적 관계, 그리고 이를 지향하는 대화와 외교적 행보를 일관되게 유지하는 국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글로벌 안정에 있어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이러한 평화 구축 접근법은 갈등 해결을 위한 정치적·도덕적 준거점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특히 유효합니다. 다만, 분쟁을 종식시키는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결정은 결국 대립 당사자들의 몫이라는 점이 중재 외교의 엄연한 현실이기도 합니다.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 2020년 미국의 중재 하에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수단, 모로코 등 아랍권 국가들과 국교를 정상화한 협정으로, 이를 통해 수십 년에 걸쳐 지속되었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경제·안보 등 다방면의 실용적 교류를 명문(明文)화했다.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공통 조상인 ‘아브라함’의 이름을 빌려 대립 대신 공존과 지역 번영을 지향한다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다자외교 정책 개발, 중동 지역과의 협력 강화, 투자 유치 증진 등을 위해 지난 2025년 11월 본 협정에 공식 가입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