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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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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을 찾아서
      독립을 찾아서
      21.08.2026
      8월 15일은 한국이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광복절이다. 이날을 기리는 마음은 한국에만 머물지 않는다. 세계 각지의 한민족 사회에서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독립 이후 8월 15일을 전후해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면서 이날은 고려인 사회의 중요한 문화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늘의 기념행사가 아닌 과거의 8월 15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소련 시절 고려인들은 조국의 해방을 어떻게 받아들였고, 당시 신문은 이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 1945년 《레닌기치》의 지면을 펼쳤다.

      1945년8월15일, 일본의 항복으로 조선은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았다. 당시 소련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이미 다른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던 한인들에게도 조국의 해방은 누구보다 오랫동안 기다려온 기쁜 소식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련 고려인들은 이 역사적인 소식을 어떻게 접했을까.우리는 당연히 이날 《레닌기치》(《고려일보》의 전신)에도 조선해방의 소식이 크게 실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1945년 8월 15일자 신문에서 조선해방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주요 기사로 1면을 차지한 것은 '베를린 삼대 강국 꼰페렌치야에 대한 보도'였다. 오늘날 표현으로 하면 '베를린 3대국 회담에 관한 보도' 정도의 제목이다. 내용은 소련∙미국∙영국의 정상들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두고 독일 포츠담에 모여 논의한 포츠담회담의 결과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 기사 역시 소련 러시아어 신문 <프라프다 세베라(Правда Севера)>에 실린 기사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해방을 알리는 기사는 없었다. 어쩌면 편집부가 당일 소식을 지면에 미처 싣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날 발행된 신문은 제66호였다.
      혹시 다음 호에는 관련 소식이 실리지 않았을까. 전자 아카이브를 넘겨보던 우리는 뜻밖의 사실을 발견했다. 바로 다음 호인 제67호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1945년8월22일자 제68호는 남아 있었지만, 이 신문에도 조선해방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글은 쓰고 있는 지금도 사라진 제67호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크즐오르다와 모스크바에서도 자료를 찾고 있다. 어쩌면 바로 그 제67호에서 우리가 그토록 찾고 있는 네 글자, '조선해방'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2년 뒤 1면에 등장한 ‘조선해방’
      1945년 지면에서는 끝내 찾지 못했던 ‘조선해방’이라는 말은 2년 뒤 《레닌기치》 1면에 크게 등장했다. 1947년 8월 15일자 신문에는 〈조선 해방 이주년〉이라는 장문의 기사가 실렸다.
      당시 기사는 이렇게 썼다.


      “력사적 해방자 붉은군대는 선진인류의 공통적 원수인 팟쇼독일을 전멸하고 발칸의 제국가를 해방시켰으며 그다음 팟쇼독일의 제일 동맹자인 피악무쌍한 일본제국주의를 일망타진하였다. 이로부터 조선반도는 일본제국주의의 30여년간 얽어놓은 철망에서 해탈되엇다. 이로부터 조선인민의 앞에는 자유의 길이 열리엇다. <…>”


      70여 년 전 고려인들이 읽었던 신문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오늘날의 맞춤법이나 표현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당시 《레닌기치》가 조선해방을 어떤 언어로 기록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 1947년 《레닌기치》가 전한 해방 2주년
      1947년 기사는 1945년 8월 15일을 “조선이 일본통치에게서 영원히 해방된 날”이라고 기록했다.
      기사에서는 소련군이 일본 제국주의를 물리침으로써 30여 년간 이어진 일본의 식민지배가 끝나고 조선인민에게 자유의 길이 열렸다고 전했다. 이어 해방 이후 북조선에서는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 건설과 여러 민주주의적 개혁이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그 가운데 중요하게 다룬 것이 토지개혁이었다. 일본인과 지주 등 대규모 토지 소유자들이 가지고 있던 토지를 몰수해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었으며, 약 70만 명의 농민이 토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주요 산업과 기업의 국유화, 8시간 노동제 실시, 아동노동 금지, 남녀평등법 시행 등 당시 북조선에서 이루어진 여러 사회·경제적 변화도 소개했다. 인민위원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행정체계가 만들어지고 사회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조선에 대해서는 해방 이후 미군정이 들어섰으며, 토지가 여전히 지주와 친일파 등의 수중에 남아 있고 노동자들은 공장과 제조소에서 어려운 노동환경과 착취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여러 사회세력이 자신들의 권리와 민주주의적 개혁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러한 대중운동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썼다.
      특히 기사에서는 남조선에서도 북조선에서 실시된 것과 같은 민주주의적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민에게 토지를 나눠주고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며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고, 독립된 조선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 기사는 조선의 임시정부 수립 문제와 미소공동위원회의 활동 등 당시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상황도 상세히 다뤘다.
      당시 《레닌기치》의 정치·국제 관련 기사는 <프라프다>, <프라프다 세베라> 등 소련 신문의 기사를 번역하거나 옮겨 싣는 경우가 많았다. 정치적 내용을 다루는 데 있어 이러한 방식은 당시 신문과 편집부가 처한 환경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이기도 했다.

      ◊ 다시 제67호를 기다리며
      그리고 우리는 다시 1945년으로 돌아간다.
      1947년 8월 15일, ‘조선해방’은 그렇게 《레닌기치》 1면에 기록됐다. 그렇다면 해방 직후 발행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1945년 제67호에는 과연 무엇이 실려 있었을까. 그곳에는 우리가 찾고 있는 ‘조선해방’이라는 말이 있을까. 아니면 그 역사적인 소식 역시 아무런 기록 없이 지나갔을까.
      아직 답은 알 수 없다.
      크즐오르다와 모스크바에서 제67호를 찾는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언젠가 사라진 한 장의 신문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레닌기치》가 1945년 조국의 해방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다시 독자들에게 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송디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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