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블라디슬라프 빅토로비치 (Хан Владислав Викторович)는 웹사이트 <고려사람> (koryo-saram.site)의 창립자이자 편집자입니다. 나는 그와 최근에야 인연을 맺었습니다. 바로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행사에서였습니다. 그는 타슈켄트에서 온 기자단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는데, 그날의 만남과 그의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는 어제 일처럼 선명히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한 블라디슬라프 편집자는 안타깝게도 지난 13일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블라디슬라프 빅토로비치를 대형 고려인 정보 포털의 창립자로서 인식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금세 진실되고 따뜻한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과 마음 깊이 사랑하는 일을 위해 사는 분이셨습니다. 그의 지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특히 애정을 담아 일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반짝이던 그의 눈빛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고려일보> 100주년 행사에서 한 블라디슬라프 편집자는 아무 말 없이 내게 다가와 작은 선물 봉투를 건넸습니다. 예상치 못한 그 선물은 구찌 쇼핑백에 담겨 있었는데, 쇼핑백을 열어보고는 더 큰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그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다름 아닌 석류 한 알이었습니다. 석류라니요?!
그날 저녁 내내 나는 그 작은 과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작은 석류 한 알이 이렇게 큰 의미를 담아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은 우정의 표현이었을까요? 아마도요. 그러나 이제는 그 의도를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석류가 블라디슬라프 빅토로비치의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이 하는 일에도 진심을 다하는 분이셨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나는 그가 준 석류와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었습니다. 이후 검색을 통해 석류가 행운, 사랑, 풍요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석류에 담긴 의미를 알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서 나는 그것과 비슷한 무언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석류는 한 블라디슬라프 빅토로비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 따뜻한 눈빛, 그리고 진심이 담긴 선물까지요. 짧았지만 그분을 알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석류 아저씨, 그리울 겁니다…
김 알렉산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