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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부터 고려인까지 – 카자흐스탄 속 다양한 민족들의 각양각색 새해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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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인부터 고려인까지 – 카자흐스탄 속 다양한 민족들의 각양각색 새해맞이
      독일인부터 고려인까지 –   카자흐스탄 속 다양한 민족들의 각양각색 새해맞이
      12.01.2026
      오늘날 카자흐스탄의 국민들은 보편적으로 여느 다른 구소련 국가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풍경 속에서 새해를 맞이한다. 밝게 빛나는 전구와 갖가지 화려한 장식품들로 수놓인 성탄목이 세워져 있는 거실. 12월 31일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이면 이 공간 한가운데에는 크고 기다란 식탁이 들어서고, 식욕을 돋구는 원색 식탁보 위에는 소비에트 시기부터 지금까지 새해맞이 음식으로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 샐러드’ - ‘올리비예(Оливье)’와 ‘실료드카 뽀드 슈보이(Селедка под шубой)’를 비롯해 연어알, 각종 육해공 고기 요리, 디저트와 샴페인 등 갖가지 진수성찬이 차려진 가운데 어느새 하나 둘씩 모여든 가족과 친지들이 한껏 들뜬 분위기 속에서 신년 덕담을 주고받는, 바로 그런 풍경 말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식적으로 124개 민족이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카자흐스탄인만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처럼 틀에 박힌 듯한 새해맞이 풍속의 이면에는 그것과는 또 완전히 다른, 다양한 문화에 기반한 다채로운 송년·신년 기념 풍습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년맞이용 트리 꾸미기, 가족·친지들과 교환할 선물 준비하기, 올리비예와 실료드카 샐러드 만들기’로 대표되는, 익히 잘 알려진 새해맞이 풍습 외에 카자흐스탄에는 또 어떤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전통이 지켜지고 있을까?

      독일인들의 성탄 전야 기념일인 ‘하이리겐아벤트(Heiligabend - 성스러운 저녁)’부터 고려인들의 ‘설날’, 그리고 불가리아인들의 ‘콜레다(Коледа)’에 이르기까지 카자흐스탄의 민족별 다양한 신년맞이 풍습들에 대해 알아본다.
      아래 글은 카자흐스탄 매체 Tengrinews에서 소개한 내용을 발췌하여 정리 및 재구성한 것이다.

      *내용 중 일부 사례는 해당 민족의 본국에서 행해지는 풍습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려둔다.

      독일인

      카자흐스탄의 남부 도시 타라즈 시에서 남편과 두 아이로 이루어진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독일 혈통의 안나 씨는 대다수의 카자흐스탄 국민이 그러하듯 12월 31일 저녁, 맛있는 음식이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 새해 카운트다운이 진행될 때까지 가족 및 친인척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다만 그녀는 이러한 보편적인 송년 자리 외에도 독일식 풍습으로 행해지는 연말 가족 행사를 별도로 가진다고 한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할머니 어깨너머로 배우고 익혔던 전통”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는 독일인들의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천주교에 한함)은 매년 12월 24일 기념되는 ‘하이리겐아벤트(Heiligabend, 성스러운 밤)’이라고 소개하면서 “시끌벅적 요란한 자리가 아닌, 엄숙하고 신성한 분위기의 실내에서 조용히 기념하는 날이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독일인들에게는 이 시간이 자정을 넘기면 찾아오는 12월 25일 성탄절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날 밤부터 25일로 넘어가는 시간 동안만큼은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 및 친지들과 모여 조용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념하는 것이 관례이며, 독일인들은 크리스마스 당일이 아닌 바로 이 성탄 전야에 서로 선물을 교환한다고 한다.

      한편 이날 저녁 식탁은 단촐하게 차리는 것이 미덕으로 통한다. 고기 요리는 올리지 않되 생선을 주재료로 하는 음식은 허용된다고. 안나 씨의 설명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들은 이날 저녁 성당을 방문하여 성탄 미사를 봉헌하며, 25일은 첫번째 성탄일, 그리고 그 다음날은 두번째 성탄일로 기념한다.

      “이렇게 이틀간 기념되는 성탄 기간 동안 저희는 될 수 있는 대로 친척들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지요. 카자흐스탄에서 이 날들은 평일이기에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지만요. 이러한 애로사항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하이리겐아벤트’는 할머님, 할아버님과 많은 친척 어른들께서 살아 계실 때에 만들어진 제 어린시절의 추억으로 가득한 명절이기에 성인이 된 지금도 이 날만큼은 지키려 노력하고 있어요.”

      폴란드인

      카자흐스탄에서 살아가는 폴란드 민족도 오늘날 폴란드 본토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매년 연말 돌아오는 성탄절을 기념한다. 이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의미가 내포된 기념일인 것을 넘어 한 해를 보내고 신년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첫 행보로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폴란드 문화에서 새해 전야는 ‘실베스터의 밤(Noc Sylwestrowa)’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날을 지키는 전통은 폴란드 뿐만 아니라 체코,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등 동·중부 유럽의 여러 민족들이 두루 공유하고 있다. 어떠한 까닭으로 새해 전야에 ‘성 실베스터’의 이름이 붙게 되었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사실은 없으나, 로마 교황이었던 실베스터 1세(AD 285~335)가 구약성서의 괴물 레비아탄을 싸워 이겼다는 설화를 믿은 그의 신봉자들이 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이 날에 해당 명칭을 붙이게 된 것이 시초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카자흐스탄 폴란드 민족문화 연합 ‘POLACY’의 옐레나 로고프스카야 회장은 폴란드인들 사이에서는 ‘신년맞이에 앞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세가지 수칙’이 있다고 소개한다. 첫째, 한 해 동안 누군가에게 진 빚이 있다면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청산할 것. 두 번째로는 집안 청소를 깨끗이 할 것. 마지막으로, 원한 관계에 있는 상대방을 용서하거나 원한을 진 상대로부터 용서를 구할 것. 그녀는 “폴란드인들은 그렇게 깨끗해진 기운과 정신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함으로써 행복과 번영의 길을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부연한다.

      성탄 금식 기간이 끝나고 나면 이들의 식탁 위에는 고기 요리가 올려질 수 있지만, 여전히 생선 요리를 필수적으로 식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특히 폴란드인들의 성탄 시즌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가 구운 잉어인데, 이 음식을 먹을 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일련의 의례가 존재한다고 한다. 예컨대 생선의 머리는 식구의 가장(家長)이 먹어야 하며, 비늘 부위는 일부를 떼어내 지갑 안에 넣어 두어야 신년 한 해 동안 물질적 풍요가 따를 것이라는 속설이다. 폴란드인들의 성탄절 메뉴로 빼놓을 수 없는 또다른 음식으로는 ‘순탄함’과 ‘번영’을 상징하는 청어 요리를 꼽을 수 있다. 이 밖에 따뜻하게 데운 포도주나 맥주를 주재료 삼아 과일과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만드는 폴란드의 전통 음료 ‘그르자니에츠(Grzaniec)’, 꿀과 견과류로 만드는 전통 과자 ‘파페르누히(Fafernuchy) ’ 또한 빠지지 않고 폴란드인들의 명절 식탁에 등장하는 단골 간식거리다.

      옐레나 로고프스카야 협회장이 폴란드인들의 낭만 가득한 송년 시즌 풍경에 대해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폴란드인들은 대부분 새해를 가족들과 함께 보냅니다. 시골 지역에서는 보통 이러한 송년/신년맞이 시즌에 ‘쿨리그(Kulig - 말이 끄는 썰매를 타는 폴란드 전통 놀이)’를 즐기다 해가 지면 화로에 직접 구운 키에우바사(Kiełbasa) 등의 전통 소시지류를 비롯해 다양한 폴란드 전통 음식들로 채운 풍성한 저녁만찬을 가지는 것이 오랜 전통이지요.”

      불가리아인

      앞서 소개한 독일과 폴란드 민족의 본격적인 송년 활동이 성탄 전야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다면, 불가리아인들은 ‘콜례다(Коледа – 본래 고대 슬라브 민족의 겨울 동지 축제가 기원이며, 이후 정교회 문화와 융합되면서 성탄 관련 요소를 가지게 되었다)’를 중심으로 한 해의 마무리와 신년맞이 준비를 진행한다.

      카자흐스탄 불가리아 민족 문화단체 ‘즐라타(Злата)’ 측은 불가리아인들의 신년맞이 축제는 많은 부분에서 “행운을 기원하는 가벼운 유희거리로 가득하다”고 설명한다.

      “카자흐스탄에서 살아가는 많은 불가리아인들 사이에서도 새해 전야에 가볍게 재미삼아 보는 민간 점술 놀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주부들은 운세가 적힌 쪽지를 넣은 파이를 굽기도 하지요. 운세는 보통 행복, 사랑, 건강, 성공 등 길한 내용을 담고 있고요.”
      불가리아인들은 새해 첫날을 동방 정교회 축일인 ‘성 바실(St. Basil)의 날’로 기념한다. 이 날을 민간에서는 ‘수르바카네(Сурвакане)’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 명칭은 불가리아의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즐겨하는 전통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1월 1일, 이들은 이웃집들을 돌면서 산수유나무에서 꺾은 가지로 주민들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의식을 진행하는데, 바로 이 때 사용하는 나뭇가지를 일컫는 ‘수르바치카(Сурвачка)’에서 비롯된 명칭이 ‘수르바카네’다. 일반적으로 ‘수르바치카’는 붉은 실과 동전, 마늘, 견과류, 말린 과일 등으로 장식을 만들어 치장한다. 앞서 소개한 ‘수르바카네’ 풍습은 새해 첫날, 이웃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앞서 먼저 가족 구성원들에게 행하는 것이 관례인데, 나이순으로 집안의 연장자부터 차례대로 ‘수르바치카’로 등을 두드려주며 한 해 동안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한다. 손님들이 집에 묵고 있는 경우, 그들 또한 이 의식에 포함시켜 주는 것이 예의이다.

      불가리아인들의 신년맞이 밥상은 매우 풍성한 규모로 차려지며 음식의 가짓수가 많은 것이 특징인데, 한 해를 이루는 12개월에 맞추어 최소 열 두 종류 이상의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관례다. 특히 슬라브족들의 전통 빵인 ‘카라바이(Кравай)’는 이날 모든 음식의 중심격이 되는 중요한 존재로서 식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여성이 굽는 것이 전통이다. 이 빵을 반죽하는 단계에서 풍요, 순탄함, 결실 등을 상징하는 각종 식물과 동물, 십자가 모양을 새긴 후 굽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치즈가 들어간 페이스트리 ‘바니짜(Баница)’ 또한 새해를 맞이하는 메뉴로 빠짐없이 등장하는 음식. 바니짜를 굽기에 앞서 주부들은 안에 동전을 숨겨 놓는데, 먹는 이들 중 이 동전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에게는 한 해 동안 금전적인 운이 따르게 된다는 속설이 존재한다.

      고려인/한민족

      고려인들은 연중 새해를 두 번-보편적인 양력 새해와 음력 새해-에 걸쳐 맞이한다. 이 두 번의 신년맞이 모두 이들은 따뜻한 소통과 기쁨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보낸다. 여느 민족들이 그러하듯 고려인들 또한 신년을 맞이할 때에는 가장 가까운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서로에게 따뜻한 덕담과 선물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무엇보다 한민족 문화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음력으로 쇠는 새해인 ‘설날’이다. 이 명절은 1월의 끝자락이나 2월의 시작 무렵에 돌아온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바로 이 ‘설날’에 겨울과 봄의 만남이 이루어지게 되며, 그와 함께 새로운 삶의 주기가 시작된다는 믿음을 가져왔다. 이들의 설날은 재생성·재탄생을 상징하며, 이는 자연 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해당한다.

      아스타나 고려인 민족문화 연합의 박 로자 회장은 한민족의 설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설날은 무엇보다 가정이 중심이 되는 명절입니다. 이 날에는 일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며 함께 전통 음식을 요리해 먹고 각종 민속 놀이를 즐기지요. 특히 이 설날에는 돌아가신 선조님들의 영혼도 찾아와 우리와 함께 명절의 기쁨을 나눈다는 믿음이 가지고 있습니다.”

      고려인들의 설날상에는 특히나 그 어느때보다 전통이 가득한 음식들이 풍성하게 차려진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떡국을 꼽을 수 있는데, 한민족 사이에서는 이것을 먹음으로써 비로소 사람의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고 여겨진다. 또한 이날에는 돌아가신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까지 4대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연날리기, 널뛰기, 윷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긴다.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집 내부는 호랑이나 닭의 그림 등으로 꾸미기도 하는데, 이러한 풍습은 이 동물들이 잡귀와 액운을 쫒고 복을 불러들인다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설날 행해지는 또다른 풍습으로는 집안 어른들께 경의를 표하는 의식인 ‘세배’가 있다. 이 의례는 어린 가족 구성원들이 조부모, 부모와 친척 어른들께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면서 새해 축하와 감사의 뜻을 담은 인사를 전하는 취지로 행해진다.

      타타르인

      카자흐스탄에서 살아가는 타타르인들이 오늘날 지키고 있는 새해맞이 풍습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라빌 발례예프 카자흐스탄 민족회의 산하 분쟁조정 센터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타타르족 출신인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늘날 타타르 민족은 구소련권 내 다른 민족들과 비교해 상당히 두드러지는 송년/새해맞이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슬람 신앙을 가진 여타 민족들이 대개 해가 바뀌는 것을 특별한 명절로 기념하지 않는 것과는 달리 타타르인들은 12월 31일 밤부터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을 중대한 행사로써 기념합니다. 또한 타타르 민족의 전통적인 신년맞이 식탁은 보편적인 여타 구소련권 민족들의 그것과 비교하여 차별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특히 알코올 음료가 등장하지 않고, 그 빈 자리를 다양한 타타르 전통 음식들이 대신한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과연 타타르인들의 새해 밥상은 산해진미로 가득하다. 거위 구이, 전통 파이 ‘구바지야(Губадия)’와 ‘벨리쉬(Бэлиш)’, 연어알을 곁들인 블린치키(Блинчики), 튀긴 과자 ‘우라마(Урама)’와 차크차크(Чак-чак), 소·양고기와 양파 등을 넣고 구운 빵 ‘뻬레메치(Пәрәмәч)’, 각종 특산 치즈까지…

      “타타르 민족의 새해맞이 풍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타타르식 ‘제드 모로스(Дед мороз – 슬라브족들의 설화 속에 등장하는, 서구권의 산타클로스와 유사한 존재)’와 그의 손녀 ‘스네구로치까(Снегурочка)’라고 할 수 있는 ‘킈쉬 바바이(Кыш-Бабай – 겨울 할아버지)’와 ‘카르 카즤(Кар-Казы – 눈의 딸)’가 등장하여 어린이들에게 새해 축하와 선물을 건네는 것입니다. 이렇듯 타타르인들의 새해맞이는 먼저 가족들만의 친밀하고 안락한 분위기 속에서 행해지고, 비로소 이 자리가 끝난 이후에야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 허용되지요. 접대 자리에서 흔히 나오는 전통 간식 ‘차크차크’는 손님들에 대한 타타르인들의 환대를 상징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어느 명절과도 잘 어울리며 타타르인 가정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달콤함을 선사하는 선물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죠.”
      한편 발례에프 센터장은 현대의 타타르인들은 기존 1월 1일날 행해지는 새해맞이 외에도 오늘날 카자흐 민족이 ‘나우르즈’를 중요히 기념하듯 그들 또한 ‘전통적 개념의 새해’인 ‘나브루즈(Навруз)’ 명절을 매우 소중히 보존하고 지키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르메니아인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민족문화 연합의 사아크 살루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고대 아르메니아인들은 ‘아마노르(Ամանոր)’라고 불리는 새해 명절을 춘분인 3월 21일경에 기념했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민족에게 이 명절은 ‘자연의 깨어남’을 상징했다. 이 날이 되면 아르메니아인들은 풍요와 수확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기도를 올리며 그 해에 풍작이 오기를 간구했다. 한참 후에는 신년을 맞이하는 또다른 명절이 생겨났다. ‘나바사르드(Նավասարդ)’라고 불리는 이 새해 명절은 여러 세기에 걸쳐 8월 11일에 기념되었다. 오늘날 이들 사이에1월 1일이 보편적인 새해로서 자리잡게 된 것은 상대적으로 얼마 되지 않은 18세기 무렵부터다.

      새해 전야가 되면 아르메니아의 주부들은 풍요와 다산, 풍작을 상징하는 전통 빵 ‘가타(գաթա)’를 굽는데, 빵의 표면에는 동물이나 신전의 형상을 본뜬 문양을 새기며 안에는 구슬이나 동전을 집어 넣는다. 식사 중 이 ‘깜짝 아이템’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에게는 그 해 내내 행운이 따를 것이라는 믿음에서 비롯된 풍습이다. 한편 일부 가정들에서는 완성된 빵을 먹기 전, 한 해를 구성하는 각 달의 수에 따라 빵을 열 두 조각으로 자르는 풍습이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앞서 소개한 불가리아 민족의 신년맞이 풍습과 매우 흡사해 더욱 흥미를 끈다.

      아르메니아 민족의 새해 음식 또한 매우 다채로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소고기에 마늘, 매운 고추, 후추 등의 향신료를 버무린 ‘바스투르마(Բաստուրմա)’, 콩류와 곡물로 만든 속을 포도잎 또는 배추잎에 싸서 먹는 ‘파수츠 톨마(Պասուց Տոլմա)’, 다진 양·소고기로 만드는 아르메니아식 ‘큐프타(Քյուֆթա)’ 등이 아르메니아인들의 대표적인 새해맞이 밥상 메뉴이다. 말린 과일과 석류 씨, 견과류, 밀 등을 주재료로 만든 수프 형태의 달콤한 디저트 ‘아누샤푸르(Անուշապուր)’와 호박 속을 비워내고 쌀, 갖가지 과일과 견과류, 꿀 등을 다져 채운 ‘하파마(ղափամա)’도 빼놓을 수 없는 아르메니아인들의 별미이다.

      현대의 아르메니아인들은 송년 시즌이면 다른 많은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각자의 집 안에 성탄목을 설치하고 그 표면을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장식물들로 꾸민다. 흥미롭게도 이들의 고대 선조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하는 존재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일명 ‘생명의 나무’로 불리던 그들의 ‘신년맞이 트리’는 짚을 엮어 만들었으며 장식물격으로는 헝겊인형, 계지(桂枝), 과일 등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밖에 아르메니아인들의 송년/새해맞이 풍습과 관련된 또 다른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는 지난 20세기 들어 아르메니아가 소비에트 정권에 편입되며 러시아의 문화 유입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기 전까지 아르메니아의 어린이들에게 신년맞이 선물을 주는 존재는 ‘제드 모로즈(상기 타타르인 항목 참조)’가 아닌 ‘카한드 파프(Կաղանդ պապ – 아르메니아 민족의 구전설화 속 인물)’였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사진: 독일인들의 보편적인 연말연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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