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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의 ‘성(性)평등’, 세계적 흐름 속 현주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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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자흐스탄의 ‘성(性)평등’, 세계적 흐름 속 현주소는?
      카자흐스탄의 ‘성(性)평등’, 세계적 흐름 속 현주소는?
      07.04.2026

      세계는 성평등을 향해 나아가는데…
      카자흐스탄은 왜 16계단이나 추락했나

      성평등은 남성과 여성이 삶의 모든 영역에서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유엔(UN)은 이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필수 전제로 규정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 진보와 국가적 안정 역시 이 가치와 직결되어 있다. 그런데 근래 카자흐스탄의 성평등 지표는 다소 고전하는 모양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의 최신판(2025년)에 따르면 카자흐스탄은 조사 대상 148개국 중 9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76위를 차지했던 전년 대비 16계단이나 추락한 수치로, 국가적 차원의 점검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성 격차 해소 향해 나아가는 세계… 완전한 평등까지 ‘123년’

      세계경제포럼이 개발한 ‘글로벌 성 격차 지수(GGI, Gender Gap Index)’는 2006년부터 남녀 간 평등 수준을 체계적으로 측정해 온 공신력 있는 지표다. 이 보고서는 각국의 성별 격차를 정량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정치·경제·교육·건강 등 4개 핵심 영역을 14개 세부 지표로 나누어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남녀 임금 격차, 고등교육기관 취학률, 평균 기대수명 등이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의 경우 단순히 취업 여부만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 참가율 ▲유사업무 임금 성비 ▲추정 소득 ▲관리직 및 전문직 비율 등의 영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실질적인 격차를 산출하는 식이다.

      앞서 언급했듯 <2025년 세계 성격차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148개국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전 세계 평균 성격차지수가 68.8%로 도출되었다. 이는 2024년 대비 불과 0.3%포인트 개선된 수치로, 성평등을 향한 발걸음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성 격차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평등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현재와 같은 개선 속도로는 전 세계가 성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기까지 무려 123년이 소요될 것으로 세계경제포럼은 전망하고 있다.

      본 보고서가 지금까지 매년 발표해 온 결과들을 살펴보면, 해당 지수에서 꾸준히 선도적 위치를 점하는 국가들의 성공은 일관되고 체계적인 정책 집행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보고서에서 92.6%에 달하는 지표를 달성하며 무려 16년 연속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아이슬란드의 경우 성별·연령·고용형태에 관계없이 같은 노동을 하는 경우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원칙에 기반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을 엄격히 시행하고 있으며, 여성의 정치적·경제적 활동 또한 매우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세계 성격차 보고서>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국가들은 모두 성 격차를 80% 이상 해소했으며, 이 중 8개국이 유럽 국가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최하위권에 랭크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정반대의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이곳에서는 최근 몇 년간 여성의 교육과 노동 활동에 대한 제한이 강화되면서 국가 성평등 지표 또한 급격히 하락했다.

      카자흐스탄 사회학자 톨큰 사메토바 전문가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을 단순히 문화적 특성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다. 성 격차는 제도적, 경제적, 정치적 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민주적 제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사법 체계가 독립적이며 인권 보호 메커니즘이 효과적으로 기능하는 국가에서는 성차별이 용납되지 않고 법에 의해 엄격히 규제됩니다. 이러한 국가들에서는 평등한 기회에 관한 정책이 그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사회 전반에 실질적으로 구현되지요. 일례로 노르웨이와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에서 성평등은 수십 년 동안 공공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한편 사메토바 전문가는 “전쟁이나 정치적 위기 등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성 불평등이 심화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시기에는 여성이 일자리와 교육 그리고 안전에 대한 접근권을 우선적으로 상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최근 중동 사태는 해당 지역 전체의 성 격차 해소 흐름에 있어 되돌릴 수 없는 후퇴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앙아시아의 성평등: 개선의 흐름과 잔존하는 격차

      현재 카자흐스탄이 속한 중앙아시아는 성 격차 지수 69.8%를 기록하며 본 보고서에서 분류하고 있는 전 세계 8개 지역 중 4위에 올라 있다. 이는 세계 평균을 기준으로 볼 때 안정적인 중위권 수준이다. 그렇다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구체적으로 어느 영역에서 성취를 거두었으며,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고질적인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중앙아시아 지역이 성평등 부분에서 가진 강점은 교육(99.3%) 및 보건의료(97.3%)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해당 영역들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경제(71.2%) 분야다. 역내 여성인구의 노동 시장 참여는 지역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성평등 격차 극복에 있어 본 지역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남아있는 것 중 하나는 ‘정치적 기회’다. 정치 분야에서의 성격차지수는 11.6%에 그치고 있다. 2006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의회 및 정부조직 내 여성 종사자의 비중은 전반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톨큰 사메토바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지표들은 단순히 사회적 평등과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발전 전략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인적 자본의 효율적 활용과 직결됩니다. 인구의 절반이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구조는 국가가 스스로 성장 동력을 제한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즉, 성평등은 단순한 권익 보호를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요건입니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국가 수장의 의지와 성평등 정책의 향방이 곧 해당 국가의 전략적 발전 궤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가 될 것이라는 게 사메토바 전문가의 분석이다.

      카자흐스탄의 성평등 지표, 그 현주소는?

      상술했듯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5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 카자흐스탄은 0.698점을 기록하며 조사 대상 148개국 중 92위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도인 2024년(0.710점, 76위)과 비교해 지수와 순위 모두 하락한 수치다.

      다만 교육과 보건의료 영역에서는 여전히 견고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기관 취학률과 문해율 부문은 완전한 성평등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고등교육 시스템 내 여성 참여 비중 또한 58.38%를 기록하며 남성의 비율(48.73%)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건강 및 생존’ 영역에서 0.976점(33위)이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표를 획득하며 해당 분야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반면 카자흐스탄은 탄탄한 사회적 기반을 갖췄음에도 경제 분야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성 격차를 드러내고 있다.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4.6%인 데 반해 여성은 63.3%에 그쳤으며, 소득 격차는 이보다 더욱 가파르게 벌어졌다. 카자흐스탄 남성의 연평균 소득이 4만 1천 6백달러인 것에 비해 여성의 경우 2만 8천 1백 달러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취약한 지표는 단연 정치 영역이다. 이 부문에서 카자흐스탄은 117위(0.111점)라는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아울러 노동 시장 내 ‘성별 직종 분리’ 현상도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여성 인력은 주로 교육 및 보건 분야에 편중된 반면, 남성은 보수 수준이 월등히 높은 기술 및 제조업 분야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며 실질적인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젠더 평등 전문가 누르자말 이미노바 씨는 카자흐스탄의 성 격차 문제가 비단 노동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가사 노동의 불균형한 분배가 여성의 경제적 생산성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미노바 전문가는 “가족 돌봄과 가사 책임은 막대한 시간을 요구하며, 이는 여성의 노동 활동 기회와 전문적 역량 개발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고 짚었다.

      실제로 2024년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사 및 육아에 할애하는 시간의 격차는 극명했다. 직장인 남성은 평일 평균 48분, 주말 1시간 30분을 사용하는 반면, 여성은 평일 2시간 13분, 주말에는 무려 4시간 44분을 가사와 육아에 쏟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미노바 전문가는 이러한 데이터를 근거로 “여성이 가정 내에서 감내하는 무급 노동의 부담을 깊이 있게 통찰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한 시간의 문제를 넘어 여성의 심각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소진으로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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